기자의 꿈 포기한다는 단원고 학생의 편지
'대한민국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들께'
안산=김창남.강아영 기자 kimcn@journalist.or.kr | 입력
2014.04.24 14: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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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선 교육부 학생건강지원센터 센터장이 24일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이 쓴 ‘대한민국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들께’라는 제목의 편지를 소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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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단원고 3학년 한 학생이 쓴 한 통의 편지가 낭독되는 순간 기자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정운선 교육부 학생건강지원센터 센터장(경북대 의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은 24일 단원고 3학년생들이 단축 수업을 끝내기 앞서 가진 브리핑에서 기자를 꿈꿨던 3학년 학생이 쓴 편지를 소개했다.
‘대한민국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들께’라는 제목의 편지에는 “저는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의 피해자인 단원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이라며 “제가 이렇게 기자분들께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제가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은 말들과 또한 제가 직접 보고 들으며 느낀 점에 대해서 간략히 몇 글자 적어본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저는 올해 들어 장래희망이 바뀌었습니다. 원래 저의 장래희망은 여러분과 같은 기자였다”며 “그런데 저의 꿈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러분이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양심과 신념을 뒤로 한 채 가만있어도 죽을 만큼 힘든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분들, 애타게 기다리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가장 먼저 속보를 입수해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게 의무입니다. 그러나 업적을 쌓아 공적을 올리기 위해 앞뒤 물불 안 가리고 일에만 몰두하는 것을 보면서 부끄럽고, 경멸스럽고, 마지막으로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 편지는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이후 첫 등교한 단원고 3학년생들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생존자, 사망자, 구조대 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쓰는 시간에 작성됐다.
정운선 센터장은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 인터뷰 등 취재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한 지상파 기자는 “미국 언론도 재난사고가 발생할 때 우왕좌왕하지만 우리와 달리 빨리 수습을 한다”며 “우리 언론이 특종도 아닌 사안에 대해 속보경쟁을 하고, 오보를 내다 보니 학생들한테까지 불신을 받는 것 같아 부끄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진도 사고 현장에서 이주영 해수부 장관이 브리핑 때 이곳이 구조현장인지 기자들의 작업터인지 모를 정도였다”며 “취재경쟁이 과열되다보니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기사가 될 정도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자괴감마저 들 정도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