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0주년 경향신문 1면 파격 편집

1면에 컵라면과 삼각 김밥 올려

경향신문이 창간 70주년을 맞아 6일 ‘신문의 얼굴’인 1면에 컵라면과 삼각 김밥을 올려놨다. 그 옆에는 ‘오늘 알바 일당은 4만9천원...김영란법은 딴 세상 얘기. 내게도 내일이 있을까?’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이 시대 고달픈 청년의 상징을 간명하면서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경향신문은 ‘창간특집 1면 제작노트’를 통해 “신문은 일상이다. 시대를 기록하는 엄중한 사초이면서 때로는 누구나 바닥에 깔고 쓰는 800원짜리 간편 도구이기도 하다”며 “1면 기사 ‘공생의 길 못 찾으면 공멸…시간이 없다’는 제목과 기사, 사진을 가린 한 끼 먹거리는 기성세대의 형식적인 엄숙주의를 조롱하며 청년 문제보다 더 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1면 광고 디자인은 ‘광고 천재’로 불리우는 광고 디자이너 이제석씨가 제작했다. 이씨는 뉴욕 원쇼 페스티벌 최우수상, 칸 광고제 금상, 클리오 어워드 동상, 미국 애디 어워드 금상 등 유수의 국제 광고제에서 29개의 상을 휩쓸며 국내 광고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인물이다.


박래용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70주년을 맞아 외부의 신선한 시각으로 1면을 제작해보자는 제안이 있어 한 달 전 쯤 이제석씨에게 의뢰를 했다”며 “이제석씨가 가져온 시안 4개 중 이 디자인을 선택했다. ‘내부에서는 신문이 너무 고상하고 엄숙하고 진지한데 바깥에서는 엉덩이 밑에 깔거나 그 위에 밥을 올려놓고 먹는 등 다용도로 쓴다. 무엇보다 온라인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는 이씨의 말이 와 닿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이번 1면은 마감 날 제작한 대장을 이제석씨에게 보낸 후 그 대장 위에 이씨가 작업을 하고 사진으로 찍어 만든 하나의 커다란 필름”이라며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이런 파격적인 시도를 한 것에 대해 평가를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경향신문은 70주년을 맞아 본지 14면과 별지를 통해 창간 기획을 선보였다. 시민 응답·여론조사를 비롯해 2046년의 경향 편집국과 만화가 박건웅이 그린 경향신문의 70장면 등이 지면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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