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형식의 재가공 콘텐츠 눈길
창업 한달만에 입소문 타며 급성장
트래픽 보다는 기사 품질향상 노력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때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만화로 제작해서 발행했어요. 국내 매체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독일, 남미 등 다양한 나라에서 ‘한국 상황이 이러냐’고 놀라며 자국 매체에 소개해도 되는지 묻더라고요.”
미디어스타트업 ‘직썰’은 창업 한 달 만에 국내외 언론사들의 관심을 받으며 급격히 성장했다. 당시 페이스북 좋아요 100여명에 불과했던 직썰은 경향과 한겨레 등 진보 언론이 잇따라 만화를 소개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 현재 14만4000여명을 넘어선 상태다. 정주식 직썰 편집장은 “모회사인 팟빵이 초기자금 2억~3억원을 후원해준 돈으로 창업해 네이티브애드와 후원 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며 “정기후원은 한 달에 200명 정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기사후원의 경우에는 월 1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올 연말에는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썰은 ‘직설적으로 썰을 푼다’라는 이름 그대로, 정치 이슈를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다. 기존의 올드 미디어가 정치색을 최대한 감추려든다면 직썰은 노골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다. 정 편집장은 “(사람들이) 뉴스를 많이 보고 공적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되면 정치도 달라지고 나아가 세상도 좋아진다고 생각한다”며 “정파성을 드러내는 걸 주저하지 않고, 오히려 머뭇거리는 걸 경계하는 게 직썰만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1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직썰 사무실을 찾아 미디어 스타트업으로서의 성공 비결과 한계, 기성 언론의 온라인 전략 등에 대해 물었다.
-직썰 창업 배경에 대해서.
“뉴스피플에서 일하다 관두고 정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을 때 일이다. 팟빵에서 직썰이라는 브랜드를 만들 건데 운영해보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당시 우리나라는 모바일 기반의 작은 매체들이 생겨나던 시기였고 해외에서도 버즈피드나 허핑턴포스트 등의 성공 소식이 한창 들릴 무렵이었다. 뉴스가 재미없어서 보지 않는 젊은 세대들을 위한 매체를 만들고 싶었다.”
-직썰만의 차별화된 콘텐츠 혹은 운영 방식은.
“우리 대표 콘텐츠인 시사만화가 있고, 카카오톡 화면을 재구성해 대화형식으로 꾸며낸 직썰톡 뉴스가 있다. 또 뮤직비디오나 영화 예고편 등 문화 콘텐츠를 활용해 풍자 뉴스를 만들기도 한다. 이밖에도 퀴즈, 게임 형식과 같은 다양한 장르의 기사를 내놓으며 뉴스를 적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친숙한 문법의 뉴스를 선보이고 있다. 트래픽보다는 기사와 매체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 지속가능한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언론사들의 온라인 전략에 대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언론사들이 뉴스룸을 개편하고 디지털팀을 신설하는 등 제대로 준비를 하면서 위협으로 다가온다. 진보와 보수 구분 없이 상향평준화가 된 것 같고, 서브브랜드 등도 잘 만들고 있다. 물론 아직도 많은 디지털 부문 인력을 대부분 비정규직 갈아넣기식으로 운용하고 있는 건 문제다. 대학생 인턴 몇 명 데려다가 아이디어를 빼먹고 돌려막는 것은 매체 입장에서도 손해다. 신선하고 발랄한 아이디어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완결성을 갖추려면 상당한 경험을 누적해 만든 전문성, 역량이 필요하다.”
-온라인 뉴스의 연성화에 대해서.
“저널리즘을 해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섹시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우리는 자극적인 연성 콘텐츠를 공장 찍어내듯이 만드는 게 아니라, 좋은 콘텐츠를 만화나 다른 방법으로 공들여 만드는 걸 택했다. 진중하고 무거운 주제의 기사도 모바일 친화 콘텐츠로 얼마든지 포장이 가능하다. 하루 발행기사는 5~6개 정도로, 치열한 편집회의를 거쳐 탄생한다. 우리가 힘들게 고민한 만큼 친절하고 섹시한 콘텐츠가 나온다.”
-앞으로의 계획은.
“서구에서는 대통령을 동물로 묘사하는 등 수위 높은 정치 패러디물이 많이 유통되는데 우리나라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신랄한 풍자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메일이나 전화로 욕설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 협박성 악성 댓글도 수백 개가 달리곤 한다. 정파성을 숨기지 않는 매체다보니 외압도 많이 받는다. 정부나 대기업에서 회유나 협박 등이 들어오며 상처를 받는 에디터도 있지만, ‘어떠한 권력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창업 정신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는 다짐에는 변함없을 것이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