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조선일보 또 충돌

노무현 “단어하나만 골라 의도적 공격”

조-한동맹·독재결탁도 비판



조 선 “정도 벗어난 발언 지적했을뿐”

조-한동맹 전형적 덮어씌우기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조선일보가 또 한차례 충돌했다.

노 후보의 이른바 ‘깽판’ 발언과 이를 다루는 조선일보의 보도태도가 발단이 됐다.

노 후보가 지난달 28일 부평역 정당연설회 도중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다 깽판쳐도 괜찮다”고 발언한 것을 조선일보가 문제삼은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발언을 29일자 신문 1면 사이드 톱기사로 보도한 데 이어 다음날자 사설에서 “지리적 위치로 보아 남북대화가 활성화돼야 인천이 발전할 수 있다는 논의의 강조어법이라고 짐작은 된다. 그러나 한 나라의 국가원수를 지향하는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말의 절제는 지켰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노 후보가 반격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31일 시흥시 정당연설회에서 “수천 개의 단어가 쏟아진 연설 내용 중에 단어 하나 가지고 노무현이 자질 있다, 없다 사설까지 썼다”며 “제가 천 마디 말 중 한마디 쓰레기 같은 말을 했는데, 그 쓰레기만 주워담으면 그것은 쓰레기통이 되니까 앞으로 그런 것 주워담지 말라”며 조선일보의 보도태도를 비꼬았다.

노 후보는 또 “조선일보 기자에게 묻는다”며 “‘빠순이’는 고상한 말이고 ‘깽판’은 비속어냐. 노무현의 깽판을 얘기하려면 이회창의 빠순이에 대해서도 써야 신문”이라고 비판하면서 ‘조·한 동맹(조선일보-한나라당 동맹)’이란 표현을 사용한 데 이어 조선일보 사주를 맹공격했다. 그는 “그분들처럼 천황폐하를 모시고 일제에 아부하고 군사독재 정권에 결탁해서 알랑거리고 특혜 받아 가지고 뒷돈 챙겨서 부자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기회주의적인 인생을 살지는 않았다”고 말한 것.

이런 노 후보의 주장에 대해 조선일보는 지난 1일자 5면에 ‘본지, 5월 17일 빠순이 보도’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조선일보가 빠순이 발언을 보도하지 않은 것처럼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5월 17일자 4면에 ‘정치권에 빠순이 논란/ 민주, 이회창 발언 비난’이란 제목으로 보도한 바 있다”고 재반박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2일자 ‘언론공격이 선거전략인가’란 사설에서 “노무현 후보가 엊그제 시흥 유세에서 조선일보를 향해퍼부은 비난은 아무리 대중동원을 위한 선거전략이라 해도 발언의 품격이 대통령 후보로서의 정도(正道)를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역공세를 취했다. 조선일보는 또 “노 후보가 ‘조·한 동맹’운운한 것은 전형적인 뒤집어씌우기 전술로서 그의 언론관 근저에 깔린 인식이 ‘동지 아니면 적’이라는 일방적 흑백논리임을 내비치고 있다”며 “‘아니면 말고’식으로 조선일보만을 과녁 삼은 일방적인 왜곡과 허위사실 유포는 조선일보의 공신력을 실추시키려는 의도적인 책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의 한 공보참모는 “조선일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빠순이’ 발언을 보도했다고 하지만 민주당의 비난논평을 인용 보도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이다. 그러나 노 후보의 ‘깽판’ 발언은 1면 사이드 톱기사로 대서특필하고 사설에서까지 문제삼았다. 이런 보도의 차이는 조선일보가 노 후보에 대해 어떤 의도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다시 반박했다. 이 참모는 또 “‘조·한 동맹론’은 지난해 노 후보가 조선일보 인터뷰 거부를 선언할 때 언급해 새로운 게 아니다. 선거전략 운운은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초 민주당 경선 과정에 불거진 ‘8·1 술자리 발언’ 보도 논란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충돌 역시 감정적 앙금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기자 wo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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