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을 보라, 비주얼은 디지털의 전유물이 아니다

[디지털 격변 속, 지면 리모델링 혁신]
경향·중앙·한국, 과감한 편집 눈길
종이의 강점 지키며 독자친화 고민

디지털 격변기를 맞은 신문사에서 종이신문의 영역을 재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과감한 1면·기획면 편집과 이미지 사용, 콘텐츠 선별 등을 통해 종이 매체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이로써 독자에게 더 가닿으려는 고민의 발로다.



총선 당일인 지난 15일 중앙일보는 신문 첫 장에 역대 총선 다음날 중앙일보의 1면 지면 14개(7~20대 총선)를 담는 편집을 선보였다. <당신의 한 표가 역사가 됩니다>라는 제목처럼, 그간 지면에 기록된 선거의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투표 독려 메시지를 강렬히 전하려는 시도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한국일보와 서울신문도 유사한 지면을 선보였다. 한국은 <어떤 세상을 꿈꾸나요, 나의 한 표가 미래입니다>라는 제하 최근 네 번의 총선 다음날 자사 첫 지면을 1면에 담았고, 서울은 제헌국회부터 20대까지 각 국회를 상징할 만한 사진을 선정해 배치하고 가운데 <21대 어떤 국회를 원하십니까>란 제목을 달았다.


선거란 국가적 이벤트를 다루며 나온 파격적인 시도가 유사한 결과물에 이르렀다는 점은 현재 종이신문 공통의 고민을 드러내는 측면이 크다. 장동환 중앙일보 편집데스크는 “‘투표합시다’를 어떻게 바이어스 없이 고급스럽게 표현할지부터 제목달기까지 일주일 전부터 아이디어를 모아 시험판을 만들고 디자인 데스크, 편집국장과 상의한 결과”라며 “총선당일 비슷한 아이디어와 생각으로 만든 한국·서울 1면을 보고 다들 똑같이 고민하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어 “디지털이 강조되며 조직이 나뉘었지만 신문을 대충 만들 순 없지 않나. 신문 독자에게 소구력이 있는 신문다운 걸 찾기 위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사들에서 이런 시도는 수년 째 진행돼 왔다. ‘비주얼’이 강조되는 시대인 만큼 눈길을 끌만한 이미지를 사용, 과감한 편집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실제 한국은 지난 11일자 신문 17면에 ‘펼쳐Zoom’이란 코너를 선보이며 고적대의 ‘테트리스 챌린지’ 사진을 지면 통째로, 가로 사진을 세로로 써 편집하는 시도를 했다. 앞서 중앙일보의 토요판을 담당하는 중앙선데이가 ‘포토뉴스(와이드샷)’ 코너를 통해 같은 형식을 선보인 바 있다. 경향신문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기사도 이 범주에 든다. 디지털이 인터랙티브나 이미지 나열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에 강점을 지닌다면 신문은 ‘큰 종이’의 물성에 기초한 ‘한 컷’의 충격이 장점이란 포인트에 착안한 접근이다.


박서강 한국일보 멀티미디어부 부장은 “펼쳐Zoom의 경우 온라인은 스크롤을 통한 표현이 기본이니 사진과 타임랩스 영상 등 여러 개를 쓰고 지면은 (지면) 면적이 장점이니 한 장을 크게 써 전체 인상을 주고 그 외 제목과 레이아웃으로 미세조정을 하고 있다”며 “디지털 격변 초기엔 지면을 어떻게 온라인에 옮기냐가 고민이었다면 이젠 각자에서 최적화된 표현방식을 계속 고민하고 개발하는 단계”라고 했다.



단순히 ‘뉴스를 전한다’는 종이신문의 성격을 변화해 ‘굿즈화’한 지면을 내놓는 움직임도 등장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여성의 날, 노동절 등 특정 기념일이나 이슈에 맞춘 기획을 통해 신문을 소장토록 하는 시도를 이어왔다. 경향은 지난 2018년 10월5일자 지면 16·17면을 통해 ‘숨은 사람 찾기’란 기획을 선보였다. 텍스트 없이 손으로 그린 수많은 사람의 이미지를 두 면에 걸쳐 펼쳐놓고 특정 인물을 찾도록 하는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였다.


이아름 경향신문 콘텐츠 기획자는 “아이나 손주가 있는 분들이 해당 지면을 챙겨뒀다 아이에게 ‘이거 한번 해봐’ 하는 그 면의 목표였다. ‘랭면의 취향’도 비슷한 맥락에서 ‘지면의 굿즈화’를 시도해 본 것”이라며 “디지털 인터랙티브 작업을 거듭하다 ‘온라인만 새로우면 되냐’는 얘길 나누게 됐고, 이후 지면과 연계한 작업도 하고 있다. ‘어린이날’을 맞아 지면 기획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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