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을 통틀어 시청자평가지수(KI) 1위를 기록했다는 기사가 16~17일 사이 쏟아졌다. MBC는 16일 ‘뉴스데스크’에서도 단신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24년 시청자평가지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MBC가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힌 사실이 없다. MBC가 10점 만점에 7.46점으로 조사 대상 방송사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그게 1위라는 뜻은 아니다. 방송사의 신뢰도 등을 평가하는 일반적인 방식의 조사와 달라 점수끼리 단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청자평가지수는 TV에서 실시간으로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직접 시청한 시청자들이 방송프로그램의 질적 우수도와 만족도를 직접 평가하는 조사다. 응답자 본인이 직접 시청한 특정 시간의 특정 채널에서 방영된 프로그램만 평가할 수 있으므로 “채널별 응답자 수와 평가된 방송프로그램 수, 방송프로그램 다양성 등에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KISDI에서도 매년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각 채널의 평가 결과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채널 간 비교 등 결과 해석에 “유의”할 것을 강조한다. 한 마디로 점수 따라 ‘줄 세우기’ 하지 말라는 의미다.
순위 매기지 말라고 해서 MBC가 받은 점수를 폄훼할 건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중요한 건 숫자보다 흐름이라고 하듯, 시청자평가지수도 방송사별로 어떤 추이를 나타내는지 볼 필요가 있는데, MBC의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결과를 보면 MBC는 2020년 7.32였다가 2021~2022년 7.25로 떨어진 뒤 2년 연속 상승했다. 특히 2024년엔 전년 대비 0.12나 증가했다. 지난해 점수가 상승한 곳은 지상파 3사(4개 채널)와 종편 4사를 통틀어 MBC가 유일하다. MBC는 프로그램 만족도를 나타내는 SI 지수(7.53)와 프로그램 질적 우수성을 나타내는 QI 지수(7.38) 모두 전년 대비 0.10 이상 크게 올랐다.
채널성과 평가에서도 흥미성, 다양성, 신뢰성, 유익성, 창의성, 공정성, 공익성 등 7개 항목 점수가 모두 올랐으며, 특히 공익성(+0.09)과 공정성·신뢰성(각 +0.07)이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반면 KBS1 채널은 지상파 중 시청자평가지수가 가장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지난해 KBS1 점수는 7.43으로 전년 대비 0.8 하락하며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평가 점수를 기록했다. 채널 성과 평가에서도 7개 항목 중 신뢰성, 공정성, 공익성, 유익성, 다양성 등 5개 항목 평가 점수가 전년 대비 0.12~0.15 하락해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종편 4사도 지난해 점수가 모두 전년 대비 하락한 가운데 JTBC(7.39)가 0.08로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다만 채널성과 평가에서 JTBC의 공정성과 공익성 점수는 소폭(0.01~0.02) 상승했으며, 4년 연속 상승 추세를 나타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시청자평가지수 조사는 분기별 총 만 명 이상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조사 결과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방송평가 내용 영역에 반영된다.
한편, 함께 진행된 시청자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양질의 프로그램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25.8%로 3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개월 동안 방송프로그램 시청 시 불쾌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은 30.4%로 전년 대비 0.7%p 증가했으며, 불쾌감을 느낀 이유로는 ‘편파적인 방송 내용’(59.5%), ‘지나친 간접광고’(51.8%)가 가장 많이 꼽혔다. 성별로 보면 남성을 ‘편파적인 방송 내용’(67.8%)이, 여성은 ‘욕설, 비속어 등 품위 없는 언어 사용’(53.5%)이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