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빙자한 신체적 위협이자 강압적 접근이었다.”
뉴스타파 기자를 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논란이 확산하자 이같이 해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이명주 뉴스타파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며 이 기자의 손목을 잡고는 20~30m가량 강제로 끌고 갔다. 이뿐 아니라 “뉴스타파는 언론이 아니다. 찌라시다”라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자신의 보좌진에게 이 기자에 대한 출입금지 조치를 운운하기도 했다.
설령 권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신체적 위협이나 강압적 접근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얼마 전까지 집권여당이었던 공당의 원내대표가 할 행동과 발언은 아니었다. 당시 영상을 보면 성별과 체격 차이, 주변 상황 등으로 위협을 느꼈을 사람은 권 원내대표가 아닌 이 기자다.
권 원내대표는 사건 이틀 뒤 이 기자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도 고소장 낼 거야”라고 답했다. 폭행 등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맞고소 방침을 밝힌 것이다.
같은 당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는 어떤가. 홍 후보는 16일 비전발표회에서 뉴스타파 기자가 질문하려고 하자 “됐어. 저기랑은 안 한다”며 회견장을 떠났고, 17일엔 “적대적 언론은 질문을 마지막에 해주면 답변하겠다”고 했다. 언론을 네 편, 내 편으로 가르고 취사선택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의 일그러진 언론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호 당원’이자 이달 초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부터가 재임 시기는 물론 대선 후보 시절부터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가짜뉴스”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산 그는 임기 내내 권력을 동원해 언론을 찍어 눌렀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가 전임 문재인 정부 때보다 21계단 후퇴해 62위까지 내려간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언론 관련 실언 논란이나 당 차원의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법적 대응 남발 등이 그릇된 언론관을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전 대표는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했다 구설수에 올랐고, 이해찬 전 대표는 질문을 한 기자 면전에 대고 “후레자식”이라고 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민주당은 얼마 전엔 대선 경선룰을 둘러싼 당내 이견을 다룬 한 통신사 기사가 본문에 ‘진통’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문제 삼아 언중위 제소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대선 정국이라 민감하게 반응할 순 있겠으나, 지나친 처사다. 국민의힘이 “정상적인 언론 활동에 재갈 물리기”라고 꼬집었을 정도다.
언론은 본디 정치권력엔 불편한 존재다.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실정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권력이 듣고 싶은 말만 하는 언론은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할 수 없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려도 언론을 탄압하는 정권 중에 말로가 좋았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앞으로 40여일 뒤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각 당 대선 주자들이 내놓을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공약엔 당연히 언론 관련 공약도 포함될 것이다. 공들여 만든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지금까지 정치권이 말과 행동으로 드러낸 왜곡된 언론관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