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날, 언론사 AI 개별협약 사진 공개한 네이버

[네이버, AI 언론 대응 각개격파하나]
머투 지주사와 기술지원 첫 협약
그간 언론계 요구엔 미진한 태도

인공지능(AI) 학습에 이용되는 뉴스 저작권 문제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AI 기업과 언론사의 긴장 관계가 지속 중인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네이버와 브릴리언트 코리아 간 업무협약 체결이 이뤄졌다. 한국신문협회 등을 중심으로 대오를 꾸리고 AI 기업에 정당한 보상, 협업 방식에 대한 논의를 요구해 온 언론계에선 국내 최대 포털이 개별 협상을 통해 각개격파에 나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네이버와 브릴리언트 코리아의 AI 협약 소식을 담은 8일자 머니투데이 신문 1면 관련 기사(왼쪽)와 7일 네이버 공지. 뉴스 저작권을 두고 AI 기업과 언론사 간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네이버가 국내 개별 언론과 협약을 맺고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니투데이, 뉴스1, 뉴시스, MTN 등을 보유한 지주사이자 종합 미디어 기업인 브릴리언트 코리아와 네이버는 4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AI 기술-데이터 업무협약 체결식’을 진행하고 7일 공개했다. 양사는 “네이버는 AI 모델 학습, 서비스 고도화에 브릴리언트 코리아가 제공한 양질의 콘텐츠를 활용하고, 브릴리언트 코리아는 콘텐츠 취재 활동, 작성, 편집, 배포, 분석 등 각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솔루션을 선택해 사업 및 업무 효율성을 높일 전망”이라고 기사와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강호병 머니투데이 대표는 18일 통화에서 “지주사 쪽과 실무자들이 얘기가 오가다 진행된 거고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 미디어로선 AI 기술에 대한 대응·적용을 고민하고 있었고, 네이버에선 ‘하이퍼클로바 X’가 범용이다보니 미디어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할 생각을 하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걸 확인하며 해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지원 내용에 대해선 “돈이 오가는 건 없다. (우리 쪽에선) 기사를 개발비 대신 제공하는 거고 협업이 어떤 부분에서 될 진 나와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매체와 AI 기업이 서로 기술지원과 뉴스 콘텐츠를 주고받는 협업 모델이다. AI 기업으로선 언어모델에 필수적인 지속적인 뉴스 공급을 저작권 문제없이, 즉 금전 지불없이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협약은 경제지, 통신사, 경제방송 등 많은 매체와 기사량을 보유한 곳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네이버로선 최소로 최대를 얻은 측면도 있다. 올해 이데일리와 매일경제가 유사한 협약을 퍼플렉시티와 맺고 공개하는 등 전례가 있었지만 네이버가 개별 언론사와 AI 관련 협약을 맺고 이를 공표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특히 뉴스 저작권 문제를 두고 언론계는 지속 성명 배포, 대안 요구, 세미나·토론회 개최 등을 하며 논의 참여를 요구해왔지만 네이버 등은 미진한 태도를 보여 왔는데 갑자기 개별 협약이 공개된 상황이다. 이에 언론계에선 국내 최대 디지털뉴스 유통 플랫폼이 각개격파에 나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언론단체를 중심으로 총의를 모으며 신문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방침’을 천명하고, 지상파 3사가 올해 1월 실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움직임이 있었는데 결국 나온 액션이 개별 언론사와 맺는 협약이어서다.


신문사 디지털 부문 A 관계자는 “초기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워킹그룹 제안 등을 네이버는 거부했고, 이후 ‘약관에 의해 학습했고 문제가 된 이후론 안 했다’는 일관된 주장을 해왔을 뿐 대화 창구도 없었다”며 “네이버의 결정은 해외 AI 기업과 달리 다가올 수밖에 없다. 소버린 AI(특정 국가, 조직이 관리·통제할 수 있는 AI 시스템)란 차원에서 ‘윈-윈’ 방안을 찾을 수 있었는데 결국 대오를 깨는 식으로 나온 게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협상력 우위에 있고 그래서 업계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보조를 취했는데 개별 언론의 판단이 있었겠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이게 이탈의 시작일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종합일간지 디지털부서 B 관계자는 “머니투데이는 인터넷 발전과 함께 성장한 곳이고 주요 레거시 신문사의 단일대오에 따를 이유, 압력이 적었던 매체여서 심각하게 보진 않았다. 다만 상징성이 더 큰 매체가 이탈하면 고민 수준은 달라질 듯싶다”고 했다.


현실화된 ‘개별 협약’은 공식적인 방법론으로 거론된 상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관련 질의에 “네이버가 뉴스 관련 AI 기술을 언론사에 제공하고 언론사는 네이버에 뉴스를 AI 학습에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식으로 협약을 맺는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힌 터다. 다만 앞으로 AI 저작권 문제에선 개별 협약만 하는지, 언론단체와 논의 예정이 있는지 질의에 네이버 관계자는 21일 “개별 언론사와의 협약으로만 한정하지는 않고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위해서 다양한 협력은 열려있다”면서 “다양한 협회·단체와 대화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16일 신문협회 디지털협의회에선 이번 협약에 격앙된 반응이 나오며 빠른 시일 내 네이버에 대한 공정위 제소를 실행한다는 방침이 결정되기도 했다. 협약 소식을 전한 7일자 온라인 보도엔 네이버 최수연 대표, 유봉석 정책·RM 부문장, 이종현·김수향 전무가 머니투데이 임원들과 찍은 기념사진도 포함됐는데 이에 공분이 더 커진 측면이 있다. 신문사 디지털 C 담당자는 “협업 자체보다 공개한 방식에 놀랐다. 한데 모이기 힘든 네이버 임원들이 언론사와 협약을 했다고 모여 보란 듯 사진을 찍고, 그게 ‘신문의 날’에 기사 등으로 나왔다. 협약을 맺은 곳, 정치권에 대한 예우나 어필일 수 있지만 언론계로선 집단대응이 진행 중인데 할 테면 해보라인가 싶었다”고 했다.


신문협회 회원사 D 관계자는 “2000년대 초 주요 언론이 포털에 뉴스전송을 중단했다가 한순간에 대오가 무너지고 종속된 순간이 있었고 이번 협약은 그때와 비교된다”며 “지금 필요한 건 함께 생태계를 구성하는 고민이다. AI 시대 상생을 위해 협업할 부분이 많은데 협상력 우위를 내세운 현 방식은 근시안적이고 갈등만 키울 뿐이다. ‘돈 달라’는 언론의 태도를 불신하는 것도 이해는 되는데 오히려 테이블에 나오면 합리적 선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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