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욱 등 '공소기각' 주장에... 尹 명예훼손 재판부 "일단 재판"

피고인 측 "검찰청법 입법취지 무시"
'언론작업' 주장에도 공모관계 입증 못해

지난해 3월 '윤석열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조사를 위해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 명예훼손’ 2차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공소를 기각해 달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일단 공판을 계속하기로 했다. 피고인들 측은 검찰이 내부 규정만을 근거로 상위법의 취지를 어기고 있다며 재차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28일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와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피고인들 측은 1일 첫 기일에서 검찰이 검찰청법에서 정한 수사개시 범위를 넘어 기소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백대현 부장판사는 “공소제기가 적법하다는 전제를 두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재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백 부장판사는 “양측의 주장만 듣고서는 판단이 어려운데 증거조사를 해봐야겠다”며 “일단 주요 쟁점으로 두고 판결 선고할 때 최종적으로 판단하든 하겠다”고 말했다.

봉 기자 측 신인수 변호인은 “만약 살인사건이 수사개시 범위에 들어간다 쳤을 때 검찰은 이 사건을 보도한 기자도 수사할 수 있다는 거냐”며 “검찰청법의 입법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사는 경제·부패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만 수사를 넓힐 수 있다.

신 변호인은 또 “검찰 주장의 근거는 대검 예규인데 상위법의 위임이 없는 내부 규정에 불과하다”며 “그렇다면 그 자체로 검찰청법 위반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청법에는 ‘직접 관련성’에 대한 정의가 없는데 이를 하위법에서 자세히 정하게 한 규정도 없다.

검찰은 “살인사건과 같은 그런 식의 논리는 아니”라고 말했다.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이른바 ‘언론작업’을 벌여 대장동 개발 비리를 은폐하려고 했고, 언론이 여기에 연루됐으니 처음 수사하고 있던 김씨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검찰의 공소장에는 김씨가 피고인 기자들을 언제 어디에서 만났는지 내용이 없다. 일단 관련성을 주장하며 수사는 시작했지만 공범 관계는 입증하지 못한 상태로 재판에까지 넘긴 것이다. 피고인들 측은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 보도는 김씨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수사단계에서 검찰은 김씨의 언론작업이 정치권과도 연관된 것처럼 주장했지만 재판 시작도 전에 이 주장은 거둬들인 상태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허 기자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지낸 송평수 피고인 사이 아무런 공모관계는 없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피고인들 측은 검찰에 각 피고인에 해당하는 증거를 분류해서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자들과 송 전 대변인 등 피고인 세 명이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했을 뿐 공범 관계가 아니니 각자에 대한 증거도 나눠 달라는 취지다.

피고인들 측은 수사가 위법했으니 여기서 비롯된 모든 증거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일단 재판부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백 부장판사는 “주장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재판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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