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 최초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라 누적 상금 26억원을 받게 된 광주FC가 역사적인 기록도, K리그1 우승 상금 5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상금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선수 이적 과정에서 선수가 어린 시절 뛰던 팀에 주는 연대기여금 420만원을 못 냈기 때문이다. 26억원의 0.2%도 안 되는 돈이 구단에 없는 게 아니라 실수로 못 보내서였다. 뒤늦게 연대기여금과 벌금을 내면서 FIFA가 내린 선수 영입 등록 징계는 풀렸지만,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재정 문제가 아닌 단순 실수로 징계를 받은 건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황당한 일이다. 더 황당한 건 구단이 연대기여금이 미납됐는지, FIFA로부터 징계를 받았는지도 몰랐다는 것. 커뮤니티와 언론의 공론화 이후에야 광주는 구단의 한 해 농사가 달린 선수 영입 문제를 담당 직원의 휴직으로 놓치고, ‘이런 일이 있다’는 업무 인수인계도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는 실력과 맞지 않는 수준의 행정력이다.
FIFA의 징계를 통보하고 선수 등록을 담당하는 대한축구협회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FIFA가 우리나라 구단을 징계할 거라는 중요한 내용을 광주에 메일로만 통보했다. 이것도 하필 휴직 중인 광주 직원에게만 전달됐다. 여기에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오는 메일은 K리그를 담당하는 프로축구연맹에 함께 공유하는 관례도 지키지 않았다.
구단과 협회, 두 번의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과 팬들에게 돌아왔다. 징계 결정 후에 등록된 선수들은 징계를 받았는지도 모른 채 뛰었다가 몰수패 등 후속 징계를 걱정할 처지가 됐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구단과 협회의 해명이 FIFA와 AFC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FIFA와 AFC가 구단과 협회에 징계를 내린 비슷한 사례도 있다. 실제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지만, FIFA의 징계 결정문에 나온 대로면 축구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길이 막힐 수도 있다. 만약 FIFA와 AFC가 광주에 징계를 내린다면,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도 징계를 내릴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그간의 화려했던 언변 대신 담백한 말을 전한 이정효 감독이나, “프런트의 정신을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으로 구단을 직격한 광주 팬들은 FIFA와 AFC의 후속 조치를 노심초사하며 기다리고만 있다. 지난해에 이어 91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넘어 3년 연속 300만 관중을 바라보는 K리그에 더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서는 광주와 협회가 본인들의 약속을 지키는 게 시작이다.
광주FC 사과문 “책임 있는 자세로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겠습니다.”
김승희 축구협회 전무이사 “사람 문제가 아니라 제도, 시스템으로 잘 걸러내서 프로축구연맹과 징계 등을 꼭 공유하고, 재발 방지 계획을 잡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