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기존 검색 방식에 정보·쇼핑·로컬·금융 등 특정 분야에 특화한 버티컬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추가하고 차후 ‘통합 에이전트’를 선보이는 ‘AI 검색’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최근 글로벌 검색시장에서 AI 검색 관련 변화가 극심한 가운데 국내 언론은 이번 변화로 네이버에서 유입되는 검색 트래픽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네이버는 12일 서울 서초구 네이버 D2SF 사옥에서 간담회를 열고 통합검색에서 별도의 페이지 형태로 노출되는 ‘AI 탭(가칭)’을 내년 중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AI 탭은 연속 대화 등을 통해 사용자의 의도나 맥락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 추론과정을 통해 예약, 구매, 결제 등 최종 액션까지 지원하는 AI 검색의 변화를 시사한다. 네이버는 AI 탭에서 ‘5살 아이와 제주도 갈만한 곳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플레이스 에이전트를 통해 다양한 장소들이 추천되고, 코스 요청 시 최적의 동선 안내는 물론 장소 예약까지 해주는 검색경험을 일례로 들었다.
김상범 네이버 검색플랫폼 리더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생성형 AI 기술 확대로 정보검색에서 사용자의 복합 니즈를 해결하는 단계로 검색 외연이 확장 중”이라며 “네이버는 글로벌에서 몇 안 되는 검색기업으로서 독보적인 검색 인프라, 한국 사용자에 특화된 풍부한 데이터를 갖추고 있어 AI 검색 시장에서 차별성 확보를 위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통합 에이전트’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히며 AI 탭을 거론했다. 앞서 네이버는 이용자의 검색어에 대해 요약문, 적합한 콘텐츠 썸네일 및 링크를 제공하는 ‘AI 브리핑’을 지난 3월 도입했는데 이를 강화·확대해 “주제별 AI 브리핑은 향후 버티컬 AI 에이전트의 초석”으로 삼고, 종국에 이를 합쳐 통합 에이전트를 선보이는 단계를 밟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선 네이버는 AI 브리핑 노출을 연내 약 20% 수준으로 확대하고, 금융·헬스케어 등 다양한 주제에 특화된 AI 브리핑을 순차 도입할 예정이다. AI 브리핑 유형도 확대되면서 해외 문서 번역 및 요약, 긴 영상 핵심요약 등 다국어 지원 및 멀티미디어와 결합한 형태의 서비스도 선보인다.
이날 보도자료에 따르면 네이버의 AI 브리핑은 그동안 출시 초기 대비 노출 약 3배 확대, 하단 ‘더보기’ 버튼 클릭률 출시 초기 대비 50% 증가, 관련 질문 클릭률 기존 검색어 추천 영역 대비 3.4배 증가 등 수치를 기록했다. CTR(클릭률)은 기존 정답형 콘텐츠 대비 8%, 최상단 영역 체류시간은 22% 증가하기도 했다.
김재엽 네이버 검색플랫폼 리더는 “정보·쇼핑·로컬·금융 등 각 주제별 DB와 서비스가 결합된 버티컬 검색의 강점을 살린 AI 브리핑은 다양한 (버티컬) 에이전트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향후 사용자의 검색과정을 하나의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한 맞춤형 통합 에이전트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네이버의 청사진은 글로벌 검색 시장의 강자 구글이 ‘AI 오버뷰’에 이어 최근 출시한 ‘AI 모드’와 유사한 형태다. 챗GPT 등장 후 AI로 검색 서비스 중심이 옮겨가며 지난해 10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인터넷 검색 시장 점유율이 90% 이하로 떨어진 가운데 구글은 기존 검색의 기능과 정확성을 강화한 ‘AI 모드’를 지난달 내놨다.
특히 구글은 AI 모드에 인간 대신 티켓 예매, 식당 예약, 쇼핑 결제 등을 해주는 AI 에이전트 ‘프로젝트 마리너’를 추후 적용할 것이라 밝혔다. 이는 오픈AI, 퍼플렉시티와 경쟁에서 기존 검색 강자였던 AI 기업이 기존 제품·서비스와 AI를 연동해 시장 지배력을 다시 되찾으려는 시도로 읽히기도 했다.
이날 네이버가 밝힌 계획엔 언론 관련 내용이 특별히 적시되진 않았지만 국내 언론에 트래픽 감소를 불가피하게 야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구글이 ‘AI 오버뷰’, ‘AI 모드’ 등을 검색에 도입한 후 기존 ‘키워드 중심 검색’이 타격을 받으며 영미권 매체에선 ‘트래픽이 40~50%까지 떨어졌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이성규 블루닷AI 대표는 “구글이 달리고 있는데 네이버는 바라보기만 할 수 없는 환경에서 나온 유사한 시도로 보인다”며 “구글의 변화로 해외 매체는 큰 트래픽 하락을 겪었는데 국내 언론에서도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뉴스 관련 쿼리가 (AI 검색에) 들어오면 네이버로선 언론 쪽으로 보내긴 하겠지만 AI 검색 이용빈도가 높아지면 (언론사로 들어오는) 검색유입 트래픽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 탭 도입시점을 내년으로 밝혀서 시간이 있지만 (네이버) 검색을 통한 (언론사) 유입은 하향 추세를 보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자체 콘텐츠 생태계를 보유한 네이버의 고민도 읽힌다. AI의 대화형 검색엔진은 자칫 네이버 내 수많은 창작자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막을 막을 소지도 있어서다. 이는 자체 콘텐츠가 없는 오픈AI나 퍼플렉시티와 네이버의 다른 입장을 시사하는 것으로 앞서 네이버는 ‘AI 브리핑’ 도입 당시에도 ‘탐색’과 ‘연결’을 강조한 바 있다. (관련기사: <네이버, 내년 상반기 'AI 브리핑' 출시...요약문 통해 자사 콘텐츠로 연결>)
네이버는 이번에도 “AI 검색 환경에서도 콘텐츠 창작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갈 수 있는 내부 프로젝트인 ‘AI 하이라이트(가칭)’를 준비 중”이라며 “AI 브리핑에 인용된 창작자 콘텐츠를 배지로 강조해 콘텐츠 도입을 유도하거나, AI 검색에 최적화된 출처를 모아 소개하고 카페 가입, 이웃맺기, 유료구독 등을 바로 할 수 있는 직관적인 UX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검색이 ‘답변 엔진’으로 가게 되면 당연히 클릭을 덜하게 되지만 자체 콘텐츠 생태계가 있는 네이버로선 ‘탐색’을 살려야 한다. 크리에이터들이 지속적으로 네이버에서 콘텐츠를 만들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해야 하는 숙명이 있으니 빠진 트래픽을 벌충할 수 있도록 ‘배지’ 등으로 주목도를 높이고 추가 탐색을 도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생태계를 살려가면서 무기로 활용해야 하는 만큼 구글과는 차이가 보이는 부분”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