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신호탄"

방문진법 등 나머지는 21일 임시국회 첫 본회의서 표결 예정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이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5일 재석 의원 180명 가운데 178명 찬성으로 방송법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전날 방송법이 상정되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즉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제출하면서 24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4시47분쯤 법안이 처리됐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이날 방송법은 통과됐지만 이른바 ‘방송3법’으로 함께 묶이는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7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며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여당은 방송법 통과 직후 방문진법 개정안을 상정했고, 국민의힘이 또다시 필리버스터에 나섰으나 5일 자정 회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종료된다. 이들 법안은 오는 21일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언론현업단체들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등 6개 언론현업단체는 방송법 통과 직후 공동 성명을 내고 “중대한 진전”이라며 “이번 방송법은 공영방송이 더 이상 정권의 전리품이 될 수 없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987년 6월 항쟁 이후 유지돼 온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그동안 여러 한계를 드러내며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이번 개정은 그러한 구조를 본격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중대한 진전이다. 공영방송 종사자들에게는 정치적 독립이라는 오랜 요구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같은 날 성명에서 “한국 언론의 역사를 바꾸는 중대한 전환점이자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방송 민주화를 위한 새로운 길의 시작”이라며 “이번 개정으로 여야 정치권이 법적 근거 없이 나눠 가졌던 공영방송 이사 추천 주체가 법률에 명확히 규정됐다. 편성위원회 설치 의무화로 권력과 자본의 개입으로부터 편성권을 지켜낼 최소한의 안전판 역시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방송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과 2024년에도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모두 폐기 수순을 밟았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4일 방송법 상정에 앞서 “국민의힘은 논의 시간이 부족하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들 법안은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남발로 21대, 22대를 걸쳐 재발의를 반복해 왔고, 그 과정에서 여야 간 치열한 논쟁과 심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더 많은 토론이 있어야 한다며 반발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저는 민영방송에서 25년, 종합편성채널에서 6년 일하고 정치권으로 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방송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방송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어떻게 독립할 수 있는가는 국민 의사를 모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다른 쟁점 법안에 우선해 방송법부터 상정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이나 상법 개정안이 먼저 처리될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정청래 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언론개혁’에 무게를 실으며 방송법부터 처리됐다.


방송법 개정안의 핵심 취지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편성 자율성 강화에 있다. 현재 11명인 KBS 이사 수를 15명으로 증원하고 추천 주체를 △국회(6명) △시청자위원회(2명) △임직원(3명) △방송·미디어 학회(2명) △변호사 단체(2명)로 다양화하는 내용이다. 또 시민들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가 사장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고,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선임하는 특별다수제 내용도 포함됐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면 이사회는 3개월 이내에 새로 구성돼야 하며, KBS 사장은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


개정안은 또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에 대해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치와 방송편성규약 준수 의무도 담았다. KBS·MBC·EBS와 보도채널에 대해선 사장추천위원회와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시행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시행 대상에서 민영·지역방송 등이 제외된 점을 두고는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언론단체들은 “이번 개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와 같은 일부 조항은 향후 시행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내딛는 만큼, 모든 주체의 지혜와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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