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에서 ‘윤석열 캠프 건진법사 고문 활동’ 단독 보도로 건진법사의 존재를 처음 세상에 알린 게 3년 반쯤 전이다. 취재 과정에서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실체를 접했고, KBS로 이직한 뒤에도 틈나는 대로 두 사람의 비위를 추적하기 위해 힘썼다. ‘윤석열 6촌 대통령실 근무’, ‘풍수가 백재권, 관저 이전 때 육군총장 공관 방문’ 등의 단독 보도를 낼 수 있었던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이런 관심사 덕분이었을까. 지난해 12월 건진법사를 수사하던 검찰이 통일교 소유의 선문대를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검찰은 건진법사와 통일교의 유착을 의심하고 있었다. 통일교 소유의 세계일보에서 건진법사 보도를 했던 나로서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3년 전 보도를 전후해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기사 초안이 국민의힘에 통째로 유출된 일, ‘윤핵관’ 모 의원이 후속보도를 막겠다며 세계일보 수뇌부를 접촉했던 일… 회사에 기사 유출에 대한 고발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2022년 1월18일 이후 후속보도는 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겪은 갈등은 회사를 옮긴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검찰의 수사를 꽤 응원했다. 자연스레 수사 동향도 주시하게 됐다. 그러던 중 검찰이 건진법사 자택에서 압수한 관봉권과 시중은행 돈뭉치의 스티커·띠지를 분실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충격이 큰 만큼 실망도 컸다. 무엇보다 사건이 은폐된 상황이어서 기사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진상 규명은 수사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진실이 무엇이든 말단 수사관만 책임을 떠안지는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