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기자들의 취재 영역인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를 제대로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한 기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좋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제42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87개의 보도가 출품됐다. 특히 취재보도1부문과 지역취재 부문에 각각 18편과 19편이 출품돼 수상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지역에서 출품된 경제, 기획 기사 등도 35편에 달했는데 이는 지역 언론의 활성화와 함께 ‘이달의 기자상’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의미해 앞으로 행보가 기대된다. 심사위원들의 치밀한 검토와 치열한 논의를 거친 끝에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1부문에는 KBS의 <검찰,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파문>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었고 언론도 쉽게 놓칠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 취재 기자들이 꼼꼼하게 내용을 잘 살폈고 그 노력이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의 기폭제가 됐다. 검찰개혁의 또 다른 당위성을 증명한 공익적 의미가 특히 컸다.
취재보도1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또 하나의 작품은 더팩트의 <‘코스피 5000’ 외치는 정부…법사위원장 이춘석은 차명으로 억대 주식 거래> 보도다. 보도의 의미와 파장이 선정 사유이지만 동시에 사진기자가 사진과 함께 글로써 특종상을 수상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사진기자의 ‘촉’이 의원의 뒷모습을 주목했고, 카메라 렌즈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으며, 의원실에 대한 추가 취재를 통해 특종이 나올 수 있었다. 사진기자가 자신의 사진을 바탕으로 취재에 나서 성과를 낸 보기 드문 사례였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서울경제신문의 <韓 원전 수출 50년 족쇄>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원전과 관련 산업 위축에 대한 우려가 담긴 기사는 많았으나 이 보도는 실체를 파헤치며 심도 깊은 취재가 이뤄진 점이 높이 평가 받았다. 체코 원전 사업 수주 이후 떠돌던 소문을 7개월간 추적해 불공정 계약 의혹을 밝힌 수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계약은 ‘주고받기’일 수밖에 없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으나 ‘기사가 아니었으면 묻혀버렸을 사실을 밝힌 압도적인 기사’라는 것이 중평이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수상작인 JTBC의 <죽어가면서도 “충성” 외친 20살 김도현 일병> 보도는 다른 스트레이트 기사에 비해 더 깊이 들어가, 보이지 않는 이면을 잘 보도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군 관련 사건·사고가 많고 그동안 이에 대한 다양한 보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도는 군 기관의 은폐와 엄폐를 뚫고 ‘심사위원들의 마음까지 아프게 한’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SBS의 <서울구치소 ‘독방 거래’> 보도는 소문과 의혹을 담은 한 줄의 제보를 바탕으로 뚝심있게 취재해 진실을 세상에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달에 출품된 기사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사 중 하나라는 게 중론이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재가 매우 어려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축적된 취재 역량이 제대로 작동한 것으로 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NN의 <지역 정치인과 손현보 세계로교회의 유착 의혹>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지역에서만 알 수 있는 문제를 잘 풀어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지역 내 구청과 시의원 등이 얽히고설키며 권력-종교-정치가 만들어낸 복마전의 일단을 잘 드러냈다. 취재에 대한 압박과 각종 공세에도 불구하고 ‘증거와 검증’을 통해 저널리즘의 정신을 잘 지켜낸 것으로 보인다.
취재 현장을 지키는 기자들의 역량과 열정에 의해 한국의 저널리즘이 나날이 튼튼해지고 있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전국 각지의 다양한 매체에 소속된 기자들의 건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