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철 한국일보 사장 체제 3년에 대해 기자 등 노조원 10명 중 8명이 각각 ‘경영성과가 낮다’, ‘콘텐츠 경쟁력과 질을 낮췄다’고 평가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사권 행사의 문제로 ‘업무의욕에 악영향’이란 응답도 70%에 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는 1월6~8일 기자·PD·플랫폼·경영 파트 등 전 조합원을 대상(총 272명 중 181명 참여)으로 ‘이성철 사장 체제 3년 평가’ 설문을 진행한 결과를 담은 노보를 14일 공개했다. 설문에서 뉴스룸국·콘텐츠제작부서 83.1%가 ‘경영성과가 낮다’(‘아주 낮다’ 54.5%, ‘낮다’ 28.6%)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79.9%는 ‘콘텐츠의 경쟁력과 질을 낮췄다’고 평가했다. 플랫폼·경영 부문, 즉 비뉴스룸국 응답자의 각 59.2%도 ‘경영 성과가 낮다’, ‘재무 안정성과 수익 기반을 강화하지 못했거나 약화시켰다’고 답했다.
기자 등이 포함된 뉴스룸국·콘텐츠제작부서 대상 설문 전반에서 높은 수준의 부정적 평가가 나왔다. ‘전반적인 비전 제시’에 대해 80.5%, ‘업무상 개선 방안 제시’에 76.6%, ‘의견 수렴 및 반영’에 83.8%가 ‘방안 제시가 없다’거나 ‘퇴보하는 방향’이라 답했다. 같은 문항에 대한 비뉴스룸국 설문에서도 각각 51.8%의 부정 평가가 나오며 수치는 낮았지만 방향은 대동소이했다.
특히 사장의 인사권 행사와 관련해 뉴스룸국·콘텐츠부서 응답자 63.0%가 ‘성명서, 의전 등에 따른 사적 보복’을 이 사장의 주요 인사 기준이라고 평가했다. ‘권력 비판적 기자들에 대한 배제’(59.1%), ‘여성 기자의 고위직 진출 배제’(41.6%) 등이 뒤를 이었다. ‘조직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과 ‘수상, 페이지뷰 등 성과에 따른 대우’, ‘인사평가 및 다면 평가 결과’는 각각 9.1%, 4.5%, 3.2%였다.
이 같은 인사 기준으로 ‘업무 의욕과 효율성에 악영향을 줘서 콘텐츠 질과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응답이 68.8%에 달했다. ‘사적 보복으로 갈등을 고조시키고 사기를 꺾었다’(53.2%), ‘미래가 없어 이직을 고민하게 만들었다’(51.9%)는 답변도 절반을 넘었다. 이와 관련해 “인사 과정에서의 보복성 조치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이는 단순한 인사 판단을 넘어 ‘의견을 내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명확한 신호로 구성원들에게 전달되고 있음”이란 조합원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설문 주관식 답변에선 회사 운영 전반에 대해 조합원들의 날선 비판이 나타났다. 경영이나 리더십과 관련해 ‘어떤 비전을 제시했나…보이지 않는 미래에 답답하기만 하다’, ‘국장 지명과 관련한 반복된 문제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해명도 사과도 없었다’, ‘본인이 저지른 경영상 판단 지연, 인사상 판단 미스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밖으로 다니는 대신 안으로 움직이면서 간섭한다’, ‘타 매체와 임금격차가 너무 커졌다’ 등 비판이 나왔다. ‘후임을 현재 주요 요직에 있는 똑같은 이로 앉히면 구성원들의 상실감과 반감은 더 커질 것’이란 입장도 있었다.
콘텐츠와 매체 영향력에 대해선 ‘사장의 편향성과 뉴스룸국 개입 때문에 한국일보의 최대 장점이었던 콘텐츠 다양성이 사라졌다’, ‘콘텐츠가 점점 무뎌지고 있다’, ‘중도 신문의 가치를 상실했다’, ‘한국일보 브랜드 가치 퇴보의 연속이었다’, ‘한국일보의 존폐 위기를 자처하며 업계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등 지적이 나왔다.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는 이날 노보에 “사장과 사측은 ‘왜 이런 응답을 공개해서 회사 망신을 시키느냐’고 구성원들을 탓하지 말길 바란다. 조직 쇄신을 요구하는 구성원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구성원을 탓하는 행태가 3년간 반복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노조는 이 설문조사 결과를 절망의 공유가 아닌 냉철한 현실인식, 거기에서 출발하는 연대와 위로, 그리고 새로운 전략과 모색의 발판이 되도록 고민해 나갈 예정”이라며 “사장이 누구라도 사감을 앞세우고 조직의 미래를 없애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도 찾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성철 사장은 편집국장, 콘텐츠본부장 등을 거쳐 2022년 12월 사장에 취임해 만 3년 2개월째 재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