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4쇄, 전직 기자들이 쓴 'SK하이닉스 언더독 스토리'

책 '슈퍼 모멘텀' SNS서 화제

이 책이 이렇게 화제를 모을지 아무도 몰랐다. 1월26일 출간된 <슈퍼 모멘텀>(플랫폼9와3/4)이 열흘 만에 벌써 4쇄(1만2000부)를 찍었다. 소셜미디어(SNS) 여기저기에 언급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책은 SK하이닉스의 ‘언더독’ 스토리를 기록한다. 채권단 관리하에서 10년을 버틴 기업이 SK를 만나 회생하고,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통해 만년 2등 기업의 꼬리표를 떼고, 인공지능(AI) 혁명에서 핵심 엔진이 된 이야기다.

책 ‘슈퍼 모멘텀’ 저자들이 플랫폼9와3/4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임수정·유민영·김원장·이인숙·김보미·한운희. /SK하이닉스 뉴스룸 제공

이 책을 쓴 저자 6명(이인숙·김보미·김원장·유민영·임수정·한운희) 중 4명이 전직 기자들이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이인숙·김보미씨, 연합뉴스 미디어랩 기자와 엔씨소프트 경영기획실장을 지낸 한운희씨는 플랫폼9와3/4에서 일하고 있다. 플랫폼9와3/4은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대상으로 캠페인 전략, 위기관리, CEO브랜딩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그룹이다. 28년간 KBS 기자로 일하다 지금은 삼프로TV를 진행하고 있는 김원장 전 기자는 “플랫폼9와3/4에서 매주 금요일 아침 열리는 공부 모임에 참여하고 있고, 원래 잘 알던 분들이라 공동 인터뷰어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저자들은 2024년 연말부터 출간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HBM과 SK하이닉스는 한국 경제와 글로벌 AI 산업에서 꼭 기록되어야 할 주제라고 직감”하고 오랜 시간, 다양한 경로로 SK와 SK하이닉스의 문을 두드렸다. 2025년 늦은 봄, 긍정적 신호가 와서 책 출간이 결정됐다. 그해 여름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가장 먼저 만났다. 최 회장은 자신의 경영 철학뿐 아니라 기술과 조직을 총망라한 SK와 하이닉스의 큰 그림에 대해 설명했다. 김보미 플랫폼9와3/4 뉴비즈니스 총괄은 “7월과 8월 최 회장을 두 차례 만났는데 인터뷰가 무척 열정적이었다”며 “8~9월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를 비롯한 C레벨(최고책임자급) 임원 5명, 박성욱 전 SK하이닉스 부회장을 만나고 HBM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전·현직 엔지니어들도 집중적으로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2~3년 전부터 엔비디아, 오픈AI, TSMC, AMD 등 테크·AI 기업을 공부하면서 HBM과 하이닉스에 주목했다. 한해 5조원 적자, 한때 주가가 135원이었던 기업이 지난해 영업흑자 47조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과정을 엔지니어들 취재, AI가 가속한 기술 지형의 변화를 따라가며 차근차근 짚는다. 거의 망할 뻔한 기업이 HBM으로 반전을 만들어 낸 ‘언더독’의 서사는 감동적이다.

2025년 가을쯤 초고를 완성한 책은 검증과 감수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저자들은 기술 스토리의 정확성, 맥락 검증에 시간을 들였다. 특히 HBM 구조와 SK하이닉스만의 차별적 패키징 기술인 MR-MUF를 쉽게 풀어내는데 공들였다. 민감한 기술 전략은 일부 여과하거나 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출간을 늦추게 되었는데,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시기에 책이 나오게 됐다. 김원장 전 기자는 이 책에 대해 “새끼손톱만 한 크기로 세상을 바꾼 어떤 기술에 대한 이야기. 정확히는 그 기술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조직의 천덕꾸러기였던 사람들이 미래의 반도체를 눈물로 만들며 어떤 시간을 기다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그 과정을 세세히 기록했습니다.”


저자들은 인터뷰 과정에서 만났던 엔지니어들의 솔직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SK하이닉스의 성공에 대해 자기 지분을 강조하거나 꾸며서 말할 법도 한데 엔지니어들은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지 않은 것은 안 했다’며 칼같이 답변했다. 김보미 뉴비즈니스 총괄은 “저자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들은 그림을 그려가며 디테일하게 설명할 때는 엔지니어 특유의 집념이나 의지 같은 게 느껴졌다”고 했다. “타협 없는 0과 1로만 증명되는 반도체의 세계랄까요. 책에서 엔지니어들의 이런 태도와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했는데 잘 전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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