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식판경제학

[제428회 이달의 기자상] 정혜리 인천일보 기자 /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정혜리 인천일보 기자.

“저랑 밥 한 끼 하시면서 이야기 나누실 수 있을까요?”


올 초부터 산업단지 식당을 돌며 노동자들에게 수없이 건넨 질문입니다.


남동과 부평, 주안산단 골목들에선 ‘구내식당’ 혹은 ‘매점’ 등의 이름을 붙인 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철저히 이방인 같은 제가 빠르게 밥 한 술 뜨는 노동자들에게 대화를 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10분 남짓으로 짧은 휴식을 방해하는 듯해 미안한 마음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산단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숫자와 통계를 앞세우는 대신 산단을 채우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노후 산단이 처한 현실과 결핍을 짚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툼한 작업복 점퍼를 입은 이들 사이에 식판을 들고 앉았습니다. 사람들은 식판 위 잡채를 뜨며, 또 식사 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며 ‘진짜 산단’ 풍경을 들려주었습니다. 흔했던 야근과 저녁 식사가 사라지고, 젊은 세대의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고, 정년을 넘긴 숙련공이 현장을 지키며, 공장이 떠난 자리에 새 공장이 들어서지 않는다는 말까지. 식판을 사이에 두고 오간 건 산단을 관통하는 생생한 증언이었습니다. 그렇게 <식판경제학>은 한 끼 식사 속에 담긴 산단 경제의 온도를 따라갔습니다.


산단을 누비며 함께 고민하고 발로 뛴 선·후배 동료와 인천일보 식구들, 그리고 무엇보다 낯선 기자와 식판 앞에 마주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내어준 산단 노동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식판경제학>이 기록에 머무르지 않고, 산단과 산단 노동자들의 미래 식판에 유의미한 재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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