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의 제척 여부를 둘러싼 공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지난주 열린 두 차례(12, 16일) 국감에서 여야가 이 문제를 놓고서 거센 드잡이를 벌였다. 지루한 여야 공방에 피감 대상자들은 하릴없이 자리만 지켜야 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22일 종합감사에서도 무슨 성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이 의원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전신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시절 비정상적 방통위 운영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6월 보궐선거로 국회에 이 의원이 입성하면서 갈등은 잠복해 있었다. 그렇다 해도 과방위 감사가 정책 평가와 정부 감시라는 본래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이진숙 정쟁’으로 변질된 건 유감스럽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여권 의원들이 이 의원에 대한 제척을 시도한 명분은 이해충돌 방지다. 갈등의 근원은 전 정권 방통위의 ‘2인 체제’ 적법성 여부다. 각급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제각각이고 여전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다. 심각한 후유증을 낳은 방통위의 2인 체제 운영에는 국회 책임도 있다. 그런데 여야 모두 반성은커녕 정권이 바뀐 뒤에도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으니, 소모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감 파행은 12일 이 의원이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에게 질문을 던진 게 발단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전 2인 체제 방통위의 YTN 관련 결정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법률 의견을 냈고, 위원장이 된 뒤엔 관련 안건 심의를 회피했다. 이에 이 의원은 이날 심의 회피 이유를 따지며 “YTN과 관련해서 이진숙·김태규 2명이 결정한 것은 불법 요소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하셨습니까”라고 물었다. 2인 체제 결정의 적법 여부를 피감기관장에게 질의한 행위로 이해충돌 소지가 있어 보인다. 공정성을 위해 이 의원이 자발적으로 방미통위 등에 대한 질의를 자제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여권 의원들이 이 의원에 대해 즉각 제척안을 의결한 것은 다수당의 힘 자랑으로 비칠 뿐이다. 제척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아 이 의원이 실제로 국감장에서 쫓겨나지는 않았지만, 야당은 권한쟁의심판까지 청구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해온 정치권의 관행은 철저히 무시됐다. 여야가 이 의원 제척 여부를 놓고 소모전을 벌이는 동안 정작 피감기관 점검과 견제, 정책 점검 등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16일 국감에는 KBS, EBS, 방송문화진흥회 등 5개 기관이 출석했는데, 정회를 거듭하다가 제대로 된 질의도 없이 흐지부지됐다. 이날 참석한 과방위원 18명 중 질의한 의원은 고작 4명이었다.
방송통신을 둘러싼 급격한 환경 변화와 관련된 제도 변화로 과방위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국감에서 점검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보도·편성의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방송3법’ 시행 1년을 맞아 그간의 공과를 검증하는 건 중요한 과제다. 편성규약 제정은 물론 시청자위원회 구성 의무까지 나 몰라라 하는 KBS의 사보타주(태업) 행태나,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온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시청자미디어재단 통합 건 등에 대해서도 책임 추궁과 점검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오로지 정쟁적 사안인 ‘이진숙 제척’에 매달려 국감의 본령인 피감기관 감사는 등한시하니 과방위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과방위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