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가 사라지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언론의 구실이 더욱 중요하고 필요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전통적인 언론들은 외려 위기에 봉착했다. 신문이 사양 산업이라는 말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방송도 위기다. 매체들의 주 수입원인 광고가 점점 인터넷 매체로 그리고 지금은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수용자의 수용행태가 바뀌고 광고의 효과를 쫓아 광고주가 이동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처럼 보인다.그런데 큰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 하더라도 위기 상황을 더욱 가속화하는 또 다른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이전만큼 언론이
우리는 법 앞에서 평등한가
한국 나이로 50쯤 되고 나니 어린 시절에 당연히 여겼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 공자는 나이 40이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불혹’이라고 했다. 그러나 막상 나이 40에 도달해보니 ‘돈’과 ‘명예’라는 유혹에 흔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공자는 나이 50은 지천명이라 해서,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고 했다. 50에 막 도달해보니 하늘의 뜻은커녕, 내 이웃의 뜻은 물론이거니와 내 자신의 뜻조차 헤아리기 어려웠다. “공자는 그 나이가 되면 도달하기 위해 죽도록 힘써야 한다는 어떤 경지를 요구한 것인가”하고 생각하게
경영진의 자유로 변질된 ‘언론의 자유'
흔히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경구를 인용하지만 반대로 “펜으로 싸우는 자, 칼로 죽는다”는 말도 있다. 이 말은 알제리의 회교원리주의 지도자 ‘아부압둘 라만 아민’이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국가 통제와 통치에 따르지 않는 언론들에게 날린 경고이다. 물론 이 두 개의 경구는 꽤 오래 전에 등장한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21세기 이 나라의 기자들은 권력에 저항하다 칼로 죽을까? 오늘 우리 저널리즘의 현실에서는 “자유가 자유를 몰수하는 자유주의의 변증법”이 펼쳐지고 있다. 언론사주나 경영진이 권력에 밀착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수구적 행
언론 불신과 김영란법 시행
# 지난 주말 저녁, 50대 초중반의 학교 선후배 열 명 정도가 동네 호프집에 모였다. 여유로운 추석 연휴의 끝자락이었지만, 모임의 화제는 단연 딱딱한 두 가지였다. 잇따른 법조비리와 김영란법 시행 임박.여기에 이어 언론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비리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사명을 갖고 있는 우리 언론이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사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를 보면 언론은 이미 불신의 대상이 아니라 ‘조소’의 대상이 되어 있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렇게까지 된 원인은 무엇일까.# 김영란법 시행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싸움에 대한 개인적 관전평
조선일보와 청와대가 한 판 크게 붙었다며 다들 난리다. 특히 양쪽 모두를 좋아하지 않던 이들 입장에선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모양이다. 마음에 안 든 두 편이 서로 죽일 것처럼 사생결단의 싸움을 펼치니 그 모습이 재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강 건너 불구경’ 중에 하나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세월호 청문회 중에 나온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청와대 개입에 대한 추가 폭로나, 벌써 20일에 가까워지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 농성,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가장 큰 이슈였던 성주의 사드 반대 촛불 등은 언론으로부터 완
사회적으로 강제 매장당하고 있는 세월호
9월1일 목요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3차 청문회를 연다. 벌써 두 차례가 열렸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반 대중들은 청문회가 열렸다는 사실이나 청문회에서 밝혀진 진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잘 모를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져 준 충격, 그리고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유례없이 650만의 시민들이 서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지상파 방송사는 그 활동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1차 청문회를 생중계 했어야 마땅하다. 또 대부분의 언론들이 1면 머리기사로 내보냈어야만 했다. 하지만 주류 언론들은…
“피의사실공표, 국기문란이라고?”
‘남불내로’라는 신조어를 최근에 알았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를 줄인 말이다. 그렇다. 예상하다시피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한 특별감찰관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 유출 의혹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형법 제126조는 피의사실 공표죄를 규정하고 있다. “검찰, 경찰 기타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하며 안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즉 기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 하는가
유럽 언론들은 ‘테러범의 얼굴 및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옳은가’로 논란을 벌였다. IS가 이들을 미화하고 선전하는데 일조한다는 우려와 테러의 위험을 실감하고 올바른 여론이 형성되려면 전달할 정보를 굳이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맞섰다. 이는 테러가 유럽 사회의 일상으로 깊이 뿌리 내리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무어라도 더 해보자는 절박함이었고 언론으로서 고민한 것이 신상공개의 유불리였다. 우리는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사건을 두고 고민했다. 일부 보도기사에서는 ‘성매매’라는 피의사실을 가리키는 용어 대신 ‘과거
인공지능 플랫폼
이제 ‘인공지능(AI)’이다. 산업 플랫폼의 흐름을 보면 그렇다. 산업 플랫폼이 곧 미디어 플랫폼인 시대. 언론도 이제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활용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개인용 컴퓨터가 대중화된 이후, 컴퓨팅 플랫폼은 비즈니스의 플랫폼이 되었다. 그 흐름을 돌아보자. MS DOS와 윈도,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 이 흐름을 이해하고 이니셔티브를 잡았던 기업은 각각 그 시대의 승자가 됐다. 플랫폼들은 십여 년씩 지속됐다. PC 시대가 오자 언론사들은 이를 업무 효율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인터넷
해직언론인이 알려 준 공정언론 회복의 해법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통제에 대한 KBS의 침묵을 바로 이 기자협회보 지면을 통해 비판했던 정연욱 기자가 글을 쓴 지 이틀 만에 제주 지부로 전보됐다고 한다. 의외의 총선 결과 이후 이곳저곳에서 슬그머니 흘러나오기 시작한 ‘레임덕’, ‘정권교체 유력’과 같은 언어들을 무색하게 하는 이 어이없는 보복 인사는 그 언어들이 설사 모두 현실이 된다고 하더라도 공영 언론의 현실이 결코 쉽게 바로잡히지 않을 거란 걸 강하게 암시한다. 얼마 전 한 해직언론인분과 언론 정상화 이후에 대해 가볍게 논쟁을 한 적이 있다. 만약 해직언론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