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와 웃지 못할 코미디
지난 2월 13일자 주요 일간지 1면은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장식했다. 홍 장관은 그 전날인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성공단 자금 핵· 미사일 개발에 쓴 자료 있다”고 핵폭탄급 발언을 했다. 그 주장은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 내내 인터넷을 화끈하게 달궜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격 중단’에 충분한 명분이었다. 홍 장관은 13일 오후에는 KBS의 ‘일요진단’에 출연해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등 70%가 당 서기실 등으로 상납되는 것을 여러 경로로 확인했으나, 정보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고 했고, 14일에 방
맞춤형 서비스와 필터링, 그리고 언론의 사명
인터넷 시대는 '필터링 시대'다. 인터넷이라는 '필터'가 개인이 관심이 있는 것을 알아서 골라준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그렇게 한다. 개개인이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분석해 그가 원하는 것, 그와 관련이 있는 것을 예측해 보여준다. 구글의 지메일을 열어보다가 무심코 페이지 한쪽에 있는 광고를 보면 ‘나와 관련된 것들‘이 떠 있곤 한다. 검색 결과나 뉴스피드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이 더 발달하면 그 ‘인터넷 필터’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개인은 편해졌다. 내가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인터넷
가장 힘센 관점에 도전하는 것이 저널리즘이다
총선거는 거대한 스토리텔링이다. 집권세력을 겨냥한 야당들의 비판을 통해 국정이 심판받고, 여야의 공약들을 통해 국정의 향방이 조정된다. 또한 전국 방방곡곡의 민심과 갈등, 지역주민의 숙원이 드러난다. 해당 선거구의 1위를 놓고 벌이는 싸움에서는 숙명의 대결도 절치부심한 복수전도 펼쳐진다. 무명의 반란이 있는가하면 생명이 다한 듯 했던 노정치인의 부활 스토리도 등장한다. 이렇게 선거에 담길 스토리는 무궁무진하다. 그렇기에 총선거는 언론의 취재보도 아이템에서 가장 거대하고 흥미진진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런 거대한 스토리텔링을 옮겨 담기
최승호와 박성제, 그리고 권성민
MBC의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 두 해직언론인이 근거 없이 해고되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백종문 현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과거 한 자리에서 두 사람이 파업의 배후란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고했다고 밝힌 것이다. 두 사람의 해고 당시 백종문씨는 인사위원회 위원이었다. 사실 두 사람의 해고 사유가 불분명한 건 해고 당시부터 논란이었다. 두 사람은 당시 파업을 주도하던 노동조합의 간부도 아니었고, 파업 중에 다른 구성원들과 다른 돌출(?) 행동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파업했던 수많은 MBC 구성원 중 평범한
데자뷰-연출된 신년 기자회견, 침묵하는 기자들
데자뷰(deja vu)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기시감이다. 처음 보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그래서 진부하다는 뜻도 있다. 이번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본 소감은 딱 데자뷰 그 자체다. 박근혜 대통령의 첫 번째 신년 기자회견은 프롬프트를 사용해서 정해진 질문에 대한 준비된 답변을 하고 끝났다. 비판 받고 나서 진행됐던 두 번째 회견에서는 프롬프트가 사라졌지만 정해진 질문 그리고 준비된 답변으로 끝나는 행태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치 자유스럽게 질의응답이 이루어진 양 ‘시간도 없고 하니 마지막 질문을 받겠다’고 연출
총선,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
연초라서 모임이 잦다. 회장이니 총무니 새로 살림을 맡을 사람을 뽑기도 한다. 자체 규정에 따라 책임을 맡는 분위기지만 ‘잘할 때까지 계속해’라며 농담을 던지는 친구들도 있다. 웃자는 이야기지만 특정한 경우에는 상당히 무서운 농담이 된다. 100여일 뒤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렇다. 국회의원을 뽑으면서 ‘잘 할 때까지 계속’이라고 외칠 유권자들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잘해왔으니 한번 더’ 정도의 구호는 되어야 표심을 얻을 것이다.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세대교체가 전폭적으로 이뤄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영화 ‘암살’과 ‘소녀상’
‘독립운동의 역사를 가르쳐주는 영화’라는 ‘암살’을 지난해 7월에 보지 못했다. 독립된 나라를 찾겠다며 1919년 4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상해에 세운 김구나 ‘도시락 폭탄’을 던져 일본 상하이파견군 대장 등을 즉사시킨 윤봉길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한국에서 독립운동 소재 영화가 제대로 됐겠나 하는 편견이 작용한 탓도 있다. 2015년 ‘광복 70년’인 한국은 어느덧 “(일제 강점기에)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았다”며 일제 때 고위직을 지낸 사실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다 무심코 신년 연휴에 ‘암살’을 보았
IT기업과 다른 ‘언론의 길’
알리바바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최근 약 300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112년 역사의 홍콩 유력 영자지를 품에 안은 것이다. ‘IT기술과 미디어 콘텐츠의 결합’. 여기에 또 하나의 사례가 추가된 셈이다. 2년 전에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리고 아마존과 워싱턴포스트가 결합을 통해 이미 ‘소기의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미디어 산업 진출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정부 홍보 기사, 비판도 아깝다
언론사들이 정부로부터 돈을 받고 정책홍보 기사를 써주고 있다고 한다.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광고홍보성 기사를 써주던 언론이 정부 예산에도 손을 뻗쳤고, 여기에 홍보대행사가 끼어드는가 하면 전담팀까지 꾸려 기사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는 소식이다. 기자협회보의 보도를 보니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의 기사 청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언론이 농업과 농촌문제에 도대체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으니 돈으로라도 해보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농정 관련 부처와 기관이 돈을 댄 홍보용 기사가 언론에 실린다는 건 뒤집어 생각하면 비판적 농정 기사
안철수와 언론 그리고 모호성의 상관관계
애초에 안철수 의원은 언론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무릎팍 도사 출연으로 성공한 중소기업 오너에서 대단히 참신한 유명인으로 발돋움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세속적인 CEO와는 전혀 다른, 심지어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한 청렴하고 사심 없는 인물로 묘사되었고 언론은 그의 이런 면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필자 역시 언론을 통해 형성된 그의 이미지에 매료됐다. 언론의 속성상 과장된 면이 있으리라 추측은 했으나 전반적인 그의 모습은 그러하리라 생각했다. 특히 그가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을 때 약간의 미심쩍음까지도 완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