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기자페이지’, 워싱턴포스트 ‘묶음 판매’
필자가 조선일보에 있던 2000년이었던 것 같다. 몇몇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 포털의 창업자도 있었다. 누군가가 당시 자금난을 겪고 있었던 한 신문사를 거론하며, 포털이 인수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그 창업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액수가 크지 않아 실제로 검토하기도 했었지만 정치적인 ‘부담’이 커서 하지 않기로 했다고. “당시에 그 포털이 그 신문사를 인수했다면 포털과 신문사는 지금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까?” 최근 해본 생각이다. 네이버의 ‘기자페이지’ 시작과 아마존의 ‘워싱턴포스트 묶음판매’를…
언론이 김무성을 감춘 3가지 이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가 마약을 상습투약하다 적발되어 법의 처벌을 받았다. 이 사건 보도과정에서 언론은 ‘미디어오늘’이 공개하기 전까지 김 대표의 실명을 보도하지 않았다. 부담이 컸으니 그랬을 것이다. 특히 김무성 대표가 기소와 공판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고 당사자가 김 대표의 사위가 되기 전의 사건이니 부담은 있다. 확인에 나선 언론사 기자들에게 김무성 대표가 시치미를 떼거나 하지 않고 솔직히 시인하며 딸의 사랑에 물러서고 말았다고 그동안의 고뇌와 속내를 털어놓듯 말하니 인정과 의리에 끌리고 예우를 하
대안언론, 정파성 그리고 생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면서도 아는 척하기가 어려웠던, 하지만 그렇다고 모른 척 할 수만은 없었던 속칭 ‘국민TV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상황이다. 나 역시 같은 마음으로 속 끓이며 지켜봤었고, 그러다가 참지 못해 SNS를 통해 몇 마디를 토해냈었고, 그러면서도 과연 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되물으며 심경이 복잡했다. 그 복잡한 심경이 말끔하게 해소된 건 아니지만 이젠 대안언론에 대해 뭔가 근본적인 정리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 난리통을 그냥 봉합해 버리기엔 그로 인해 고통 받은 이들이 너무 많고, 무엇보다 그
월권을 꿈꾸는 언론중재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가 위원회의 법적 근거인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을 시도하려는 모양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개정안은 언론보도 피해자가 정정보도, 반론보도 그리고 손해배상 청구에 더해 기사 삭제 청구까지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사를 전재한 블로그·카페의 복제물까지 삭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댓글로 인한 피해구제도 맡고 댓글 자체의 위법성도 심리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다.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긍정적인 조치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로 인
사법부 자처하는 방송통신심의위 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정보통신망에 게시된 정보 중 타인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 직권 또는 제3자 신고만으로도 심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 심의규정을 바꾸려고 한다. 당사자의 신청 없이도 행정당국인 방심위가 직권으로, 또는 제3자 신고로 인터넷 게시글 등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심의하고 관련 게시물을 차단하거나 삭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개정방안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우리 형법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명예훼손적 표현에 대하여는 침해당사자의 처벌의사를 요구한다.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
자영업자 옥죄는 고액 임대료
20년째 단골인 서울 강남 미용실의 원장은 지난 6월 중순에 쓸쓸한 얼굴로 “폐업을 할까 한다”고 했다. 늦은 점심으로 먹던 짜장면을 뱉어낼 뻔했다. 고졸로 일본에서 미용을 배운 그는 월급쟁이 미용사 생활을 하다가 14년 전 개업해 어지간한 대졸 회사원보다 두 세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 그는 “세상이 바뀌어 청담동 기업형 미용실의 월급쟁이 미용사로 취업하는 것이 영세 미장원을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라고 했다. 그가 미용실을 폐업하면 5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폐업을 고려하는 이유는 ‘메르스 사태’ 등으로 손님이 크게 줄었는데…
‘데이터의 시대’와 미디어
‘데이터의 시대’다.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말’을 한다. 고객은 행동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그 데이터는 고객 자신도 모르는 그의 본심을 우리에게 말해주기도 한다. 데이터가 ‘결정’도 한다. ‘무얼 읽을지 고민되면 우리가 골라 줄께’라며 아마존이 책을 추천해주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검색어 분석으로 구글이 보건당국보다 더 빨리 독감 발생 지역을 예상해준다. 이제는 교통정보 데이터가 무인자동차를 운전하기까지 한다. ‘데이터의 시대’는 미디어에게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미디어 운
우리는 강요된 충성, 자발적 충성도 거부한다
본론에 앞서 대통령 관련 보도 2가지를 살펴보자. 첫째는 8·15 특별사면. 대통령이 사면권을 발휘하면 사람들은 은연 중 대통령을 거대한 권력으로 받아들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사법적 정의와 형평성을 아예 무시할 수 있는 초법적인 권력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군사정변으로 집권한 직후 일반사면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특별사면도 경축일마다 챙겼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수 언론들은 앞다퉈 나서서 경제인 사면은 곧 경제 살리기라며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경제가 살아나리라는 기대에 찬 언론 보도는 생계
당신은 ‘미디어 엘리트’입니까?
우리나라에도 유명해진 미국 드라마 ‘뉴스룸’은 특히 민주진보적 성향의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드라마 자체 완성도도 높지만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 급격하게 나빠진 언론 환경은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드라마 속 언론인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들어 줬을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를 가만히 보다 보면 민주진보적 성향의 시청자들 입장에서 약간 멈칫 하게 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멈칫의 지점이라고 표현하니 마치 드라마를 자세히 봐야만 알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드라마 초반, 주인공인 앵커가 자신의 뉴
미래를 향하지 않는 언론
언론은 이미 발생한 사건·사고만을 전달해야 할까? 아니면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미리 보도해야 할까? 언론이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사건·사고를 예언하듯이 보도할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들은 많다. 그리고 그런 많은 상황들은 보도의 가치도 충분하다. 매년 일어나는 자연재해는 말이 자연재해이지 매번 마지막에는 인재라는 말들로 정리된다. 미리 충분히 대비하지 못해서 피해가 막심해졌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홍수가 오기 전에, 가뭄이 오기 전에, 폭설이 내리기 전에 언론이 보도해야 할만한 기사 거리는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