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청와대, ‘블룸버그의 불펜’
소통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래서 ‘소통의 구조’를 어떻게 짜놓느냐가 중요하다. 형식이나 틀이 내용을 규정할 때가 많으니 그렇다.그런 면에서 언론사 편집국이나 보도국의 업무공간 구조는 ‘꽤 괜찮은 소통의 틀’이다. 개방된 넓은 공간에서 전체 기자들이 함께 일하는 구조이니, 부서나 직급이 달라도 오며가며 수시로 마주치게 된다. 잡담도 하고 즉석 업무 협의도 한다. 조율도 되고, 아이디어도 나온다. ‘벽 없는 소통’을 위해 몇몇 기업들도 이런 뉴스룸 구조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지난주 박근혜…
박근혜 코퍼러티즘과 언론인 특보
청와대가 특보단을 꾸려 언론인을 영입했다. 결코 반갑지 않다. 국정의 중추인 청와대에 검찰, 경찰, 언론, 정계의 엘리트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것이 왜 싫은가에 대해 설명해 보자. 우선 문고리 3인방, 십상시, 7인 모임이 뒤엉켜 있고 이를 해소하지 않겠다며 버티는 불통의 청와대에 언론인 특보가 들어가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것이 설득력도 의미도 없어 보인다. 이것이 첫째 이유다.두 번째는 박근혜 정권의 구조적 성격이다. 박근혜 정권은 악성 코퍼러티즘으로 가고 있다. 코퍼러티즘(Corporatism), 협동조합주의는 국가가 자본과 노
국제시장과 아메리칸 스나이퍼
영화 ‘국제시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잦아든 상태다. 대충 정리된 논쟁의 결과는 ‘이념으로 영화를 바라볼 필요는 없다’ 정도인 것 같다. 동의한다. 하지만 영화 국제시장은 애초부터 이념이 논란의 중심인 영화는 아니었다. 언뜻 정치성향이 다른 세대 간 대결로 비춰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 중 하나였을 뿐, 영화의 내용 자체에 대한 논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제시장의 내용을 두고 벌이는 논쟁이라면 ‘역사를 적절하게 다루고 있는가’로 보는 것이 옳다. 영화의 설정 자체가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나열하는…
현실은 명명을 통해 구축된다
현실은 명명을 통해 인식되는 것이다. 우리는 객관적 실체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실체는 명명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표현하는 어휘가 몇 단어 안 되지만 에스키모인들은 수백 가지의 표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동일한 눈을 보면서 우리와 에스키모인들은 다른 실체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대중들이 서로 다른 경험을 하도록 하기 위하여 수없이 많은 의미화 투쟁이 이루어진다. 학생 인권 침해의 대표적인 사례인 체벌은 ‘사랑의 매’라는 이
정당해산 결정을 바라보는 시각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의 자격상실 결정은 한마디로 이 사회의 법치주의의 수준을 보여준 사건이다. 347쪽에 달하는 결정문은 방대하긴 하지만 해산의 근거에 대한 논리와 사실근거는 빈약하다. 고심의 흔적은 묻어나지만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자주파 중심의 정당’이므로 위헌정당이라는 결론의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위 결론이 합리적이지도 않지만 위 결론을 이끌어내는 근거도 빈약하다. 일부 소속 정당원의 활동을 곧바로 정당의 활동으로 대체하는 논리적 비약은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지 않고서는 이뤄지기 힘들다고 본다.더
언론은 과연 사슴을 사슴이라 불렀나
대학교수들은 12월에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는데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선정됐다. 착잡했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사슴이라 부르지 않거나, 또는 사슴이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인데 올해 한국 정치가 그러했던 것 같다. 대표적으로 4월 세월호 참사나 11월 ‘비선 실세 국정논란’ 의혹 문건에서 밝혀져야 할 수많은 진실이 ‘법치주의’라는 명분으로 또는 ‘대통령의 발언’에 눌려 가려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2월 둘째 주부터 3주 연속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했다. 진나라 시황제를 모신 환관 조고는 진시황이 죽자…
소셜네트워크 세상과 ‘땅콩 회항’
요즘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은 우리에게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건이다. 이번 일의 전개 과정은 지금이 소셜네트워크 세상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땅콩 회항’이 가져온 파장은 컸다. 신문과 방송은 물론이고, 특히 인터넷상에서 더 컸다. 왜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런 ‘악몽’ 같은 일을 겪게 된 걸까. 원인을 생각해봤다. 미디어라는 측면으로 국한해서 보았을 때 무엇보다 대한항공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 세상이 도래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
‘비선 실세’ 의혹, 언론의 野性에 불을 당기다
정윤회 문건으로 시작된 이른바 비선정국 파동을 지켜보며 달리 주목하는 건 언론, 특히 주류 보수언론들이 내보이는 공격성이다. 보수 성향의 주류 언론들은 통상 정치권력의 중심부에서 내놓는 시그널에 주파수를 맞추며 사회의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을 정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왔다. 그것이 수구라는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고 현실과 미래를 담보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통상’이지 ‘항상’은 아니다. 보수 언론이라 해서 언제나 보수집권 세력의 바람과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다. 집권 세력과 상호교감을 유지하며 뻔한 보도와 의도된 논
'난방전사 김부선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관련 정정보도문
본보 지난해 9월30일자 '난방전사' 김부선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라는 제목의 기고 중 "김부선씨 폭로 '0원 난방비 비리' 의혹과 관련, '이 비리의 책임을 지고 H아파트의 관리소장은 사퇴'"라는 내용을 포함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관리소장은 이 비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이 아니라서 바로잡습니다. 이 내용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난방전사’ 김부선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연예인이 억울한 사람을 위해 싸워야 한다.” 영화배우 김부선씨가 지난 9월26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본관 앞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는 보도를 읽으면서 얼굴이 화끈했다. 연예인이 공인이라며 엄벌하는 한국의 현실도 한심하다고 생각하는데, 연예인이 정의의 사도가 되어야 한다니! 경찰, 검찰, 언론, 정치인, 국회의원, 정부는 다 어디서 무엇을 하기에, 생계를 위해 연기 대본 외우기에도 바쁜 연예인을 나가 싸우도록 누가 등 떠밀고 방조했단 말인가. 김부선씨가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옥수동 H아파트 난방비 비리를 문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