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맛쇼
어느 날 ‘트루맛쇼’의 감독이라는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첫 통화에서 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동안 펼쳐 놓았다. 1인 미디어와 관련된 표현의 자유에 새 세상을 꼭 열어 보고 싶다던 그의 꿈. 듣기에도, 상상하기에도 꽤 근사했다. 하지만 영화를 너무 잘 만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부고발자의 존재 자체가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일까. 한 지상파 방송국은 영화 개봉 1주일을 앞두고 급하게 이 영화에 대하여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다.지상파, 트루맛쇼 가처분 신청하지만 이 상영
소셜 네트워크는 쉽다?
소셜 네트워크는 쉽다. 맞는 말이다. 계정만 만들면 금방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했다.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홈페이지를 전문으로 개발해주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이유다.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는 계정만 만들면 된다. 이미 구축돼 있는 플랫폼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그것도 스스로 독자를 찾아나서 직접 대화를 나누는 플랫폼이다. 홈페이지처럼 독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구조가 아니다. 매우 효율적이다.소셜 네트워크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건 이메일 계정 뿐이다. 이메일
마음 속 보도지침
땡전뉴스와 보도지침이 공식으로 지배하던 1980년대 중반, 나는 1년여 뉴스데스크의 단신모음 코너인 ‘보도국입니다’를 맡았다. 독자들이 신문 맨 아래 1단부터 봤듯이, 시청자들은 땡전을 피해 오후 9시15분 이후 뉴스를 보기 시작해 보도국 코너와 이어지는 김동완 통보관의 날씨예보를 열심히 봤다. 이 코너에는 보도지침에서 1단이나 노비디오로 처리하라는 기사, 곧 국민 마음의 톱뉴스와 중요기사가 대부분 처리됐다. 그 덕택에 나는 진짜 뉴스를 전하는 ‘새끼앵커’로 각인돼 출입처에서 “
‘나는 가수다’ 잔혹한 게임규칙을 바꿔라
MBC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나는 가수다’ 열풍이 뜨겁다. 매주 방송 될 때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가수들의 공연은 어느 콘서트나 음악프로그램보다 시청자들을 감동에 빠뜨린다. 나 역시 ‘나가수’의 팬이다. 임재범, 박정현, 김연우, BMK 등 나한테는 낯설던 가수들의 가창력에 놀라고 그들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이 프로그램에 대해 한 가지 가시지 않는 의문이 있다. “왜 꼭 꼴등을 탈락시키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었는가?” 하는 의문이다.시청자들의
쥐그림 판결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합니다”라는 문구 밑 청사초롱이 그려져 있던 밋밋하던 G20포스터에 어느 한 대학강사가 그려 넣었던 낙서. 한 손으로는 청사초롱을 들고 있던 근엄하게 생긴 쥐는 작년 가을 G20 행사를 국가 치적으로 강조하던 행정부 수반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우연히도 G20의 G와도 비슷하지만, 쥐 낙서를 보던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대담하게도 쥐로 변한 대통령 이미지가 떠올랐을 것 같다. 어느 가을밤 공공 안내문에 찍힌 이 낙서들은 누군가로부터는 범국가적인 행사에 심했다는 비난을 받거나
방송사, 빗장을 열면 기회가 생긴다
어느 방송사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뉴스미디어에 관한 강연을 갔을 때 얘기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 응답 시간이 되자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던 한 담당자는 대뜸 “SNS를 이용해서 프로그램 시청률을 올리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나의 대답은 이랬다. “정말 답답합니다. 온통 꽁꽁 닫아 걸어놓고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시청률을 올리려면 ‘오픈’하세요.”무슨 말일까? 국내 방송국들은 빗장을 꽁꽁 걸어 잠그고 있다.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을 자체…
빗질의 정석
김미화씨는 2011년 4월 시점에 라디오 진행자로서 자진사퇴를 택했다. 물론 김씨는 본업이 아닌 시사 진행자를 충분히 오랜 동안 할 만큼 했다고 볼 수 있다. 유별난 점은 인사 잡음으로 소란하던 중 생방송 4시간 전 전화와 문자로 관련자에게 알렸다는 사실이다. 국내외적으로 매우 드문 자진사퇴의 유형이어서 삼척동자가 봐도 범상하지 않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인가부터 토끼몰이 식으로 사람과 자리를 빗자락질하는 (‘물러난다, 쫓겨난다, 몰아낸다’로는 부족해 정권핵심에 정통했던 인물의 말을 빌려 이 표현을 쓴다) 방식들
카이스트 사태로 불거진 교육 이슈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 소식이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 문제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여러 날 동안 언론의 주요 기사로 널리 알려졌고, 공중파 방송의 시사토론 주제로 채택될 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끈 사건이었습니다.해당 대학이 현재 갖고 있는, 이른바 성적불량자의 차등 등록금제(성적 불량을 판단하는 기준이 참으로 높아 객관적으로 성적불량자라는 단어를 붙여도 되는지 의문입니다)나, 영어전용강의제도 등의 객관적 문제점은 다양한 매체에서 이번 사건의 배후 요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이러한 제도 등을 카이스트 역량 강화의 수단으로 제시
어른들을 위한 사회
봄이 왔다. 이제 낮이면 광합성을 하기에 즐거운 시간이며, 밤이면 창문을 열고 살살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도 있다. 자연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서서히 찾아오는 변화의 즐거움을 보여주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짓누른다. 어른들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복잡한 문제투성이의 현실 속에서 대학생들이 유서도 없이 목숨을 버리는 모습을 보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곤란한 느낌이 소용돌이친다.이 경쟁과 스트레스를 둘러싼 곤란한 기분은, 또다시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은 몇 가지 일들을 잇달아 떠올려준다. 먹고사는…
종이를 버려라! 디지털뉴스로 승부하라!
때는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아니, 다들 그렇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뉴스는 진짜 디지털 시대가 됐나? 필자의 대답은 단연코 ‘아니’다. 신문은 아직도 종이 위에 뉴스를 만들고 있다. 방송은 TV화면에 쓸 뉴스를 만든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모두 인터넷 홈페이지에 ‘디지털’로 뉴스를 만들어 게재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맞다. 디지털이다. 그러나 형식만!신문은 종이 지면에 인쇄할 뉴스를 만들고 있다. 방송은 TV화면에 내보낼 뉴스를 만든다. 그러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