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
불법사금융,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마약. 낯설거나 새로운 범죄는 아니지만 오래도록 곁에서 사라지지 않는 범죄들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시작은 일선의 경찰들을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범죄 형태의 변화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오늘날 사채업자는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하고, 단 두 대의 컴퓨터로 수백명의 피해자를 양산합니다. 직접 노출되는 위험은 낮추면서 피해자들의 삶을 가장 깊숙이 파고드는 형태로 변화한 것입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범죄의 흐름을 쫓지 못하면 결국 피해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달의 기자상] 경북 안동 고교 시험지 유출 사건
이번 취재는 우연히 시작됐다. 한 고등학교 시험지 유출 의혹 제보를 처음엔 가벼운 해프닝으로 여겼지만, 확인할수록 사건의 무게는 달랐다. 전직 기간제 교사, 학부모, 내부 관계자가 조직적으로 시험지를 빼내려 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교육 현장의 최후 보루라 믿었던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취재 과정은 쉽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만나기 어려웠고, 학교는 말을 아꼈다. 아이들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언론 접근을 막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침묵은 은폐였다. 자료와 증언을 모아 허술한 보안 체계와 내부자 공모를 확인하는 순간, 내 기
[이달의 기자상] 종량제 봉투는 쌈짓돈? 8년간의 비밀
저도 상식적으로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이번 취재가 시작되고 8년 가까이 7억 원 가까운 쓰레기 종량제 봉툿값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급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자청한 제주시장이 내놓은 답입니다. 무책임했습니다. 환경부는 2008년부터 내놓은 지침을 통해 쓰레기 종량제봉투는 그 자체로 돈의 가치를 가지는 유가증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인쇄하는 인쇄소는 빗대어 이야기하면 조폐공사인 셈입니다. 거기에서 찍어내는 화폐나 다름없는 종량제 봉투를 8년 동안 한 공무직이 빼돌렸고 그 뒤에는 카카오톡과 엑셀
경향 '오광수 차명 부동산' 보도, 정권 초 언론감시 사례
제41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9개 부문에 걸쳐 총 62편이 출품돼 심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총 4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번 달 출품작 중에는 전반적으로 사회적 의제를 다룬 보도가 눈에 띄었다. 유사한 주제를 다룬 기사라도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집요하게 파고든 취재와 창의적인 기획, 그리고 문제의식과 진정성이 뚜렷한 기사들이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다.취재보도1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오광수 민정수석, 차명으로 부동산 관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민정수석으로 지명된 오광수…
[이달의 기자상] 오광수 민정수석, 차명으로 부동산 관리
친여 성향 매체들을 중심으로 오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결국 자진 사퇴로 선회.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차명 부동산 의혹으로 낙마하자 한 언론은 이를 여권 내 권력투쟁의 결과로 해석했습니다. 여권 인사가 경향신문에 제보해 차명 부동산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는 듯했습니다. 온라인 기사에는 누가 봐도 검찰에서 흘린 듯, 검찰이 캐비닛 열었네 같은 댓글이 달렸습니다.둘 다 아닙니다. 이 기사는 제보자가 없습니다. 핵심 고위공직자들이 임명되는 정부 출범 초기에는 으레 그렇듯이 인사검증을 해야 하기에 취재를 시작했을 뿐입니다. 판
[이달의 기자상] 은폐-해킹당해도 숨는 기업
SKT디올서브웨이파파존스예스24SGI서울보증까지. 올해 상반기 해킹을 당한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내부 자료가 유출되고 서버가 마비되자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복구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해킹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기업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해킹을 당해도 절대 알리지 않고 꽁꽁 숨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열에 아홉이 해킹 사실을 은폐한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한 뒤 왜 신고를 안 하는 걸까에서 시작한 호기심은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위기감을 불렀고 실태를 파헤쳐보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졌습니다.은폐가 계속된다면 해킹은 영원
[이달의 기자상] 소멸: 청년이 떠난 자리
고백하자면, 서울에서 일하면서 지방소멸을 체감하긴 쉽지 않았습니다. 작년 여름 해양쓰레기 취재로 전국 어촌을 돌아보고 나서야 그 심각성을 조금이나마 느꼈습니다.이후, 지방에 살던 30대 지인이 연봉 높은 대기업 일자리를 포기하고 서울로 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탕후루 가게도 하나라 줄 서서 먹어요라는 경험담이 웃어넘길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청년이 눈이 높다는 식으로 치부해도 되는 걸까. 어촌은 물론 광역시마저도 청년을 붙잡지 못하는 현실이 그제야 서늘하게 다가왔습니다. 경제부 기자로서 불균형과 양극화에 따른 성장률…
[이달의 기자상] 물길 끊긴 어도, 생태계도 끊겼다
댐과 보 등 인간이 만든 인공 구조물로 단절된 하천에서, 물고기들이 상류로 이동할수 있도록 설치한 어도(魚道)가 설계부터 체계적으로 되지 않아 지금까지도 무용지물이 된 채 방치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했습니다. 어도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생태계 순환을 위한 최소한의 통로지만, 현장에선 물이 흐르지 않거나 쓰레기가 적재돼 있거나 구조물이 손상돼있는 등의 문제가 다수 발견됐습니다.어도의 구조적 결함이 실제 수생 생물의 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어도를 중심으로 현장 점검을 이어갔습니
뉴스타파 '리박스쿨' 잠입 보도, 댓글조작 과정 보여주며 전국 교육청 전수조사 이끌어
제41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0개 부문에서 67편의 보도가 출품됐고 그중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취재보도1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뉴스타파의 댓글공작 리박스쿨 잠입 보도는 리박스쿨에 잠입해 댓글 조작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미끼로 한 댓글 팀원 모집, 초등학생 대상 뉴라이트 역사관 주입, 서울교대와의 업무협약, 리박스쿨 대표의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위촉 등을 통해 이 단체가 단순 극우 인사들의 모임을 넘어 정권과 연계된 조직적 활동을 펼쳤을 가능성을 드러냈다. 쉽지 않았던 잠입 취재의…
[이달의 기자상] '댓글 공작' 리박스쿨 잠입
극우 집회 취재 때마다 항상 궁금했습니다.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은 오롯이 자신의 의지일까. 소녀상을 훼손하거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평화 시위를 방해하는 이들의 뒤엔 누가 있을까.이런 의문 속에 혐오 세력의 뿌리를 추적했습니다. 그들은 십수 년 전 국정원 댓글 사건에 협력했던 외곽 팀원이었거나 국정원 지원을 받은 관변 단체의 잔당들이었습니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은 당시 윤석열 지검장이 수사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잔당의 우두머리는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시민사회본부장이 됐습니다. 잔당들은 우후죽순처럼 극우 유튜버를 양성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