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지난 1월 국제신문 창간 70주년 기획 기사를 준비하면서 부산 중구 보수동 한 마을을 찾았다. 홀몸노인 문제의 대안을 찾기 위한 현장탐방 차원에서였다. 좁고 낮은 골목길을 지나 겨우 도착한 마을 분위기는 참혹했다. 이곳엔 수십 년 전 마을을 형성한 노인들만 살고 있었다. 작은 슈퍼를 운영하며 홀로 사는 90대 노파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웃에 사람이 사는지조차 모른단다. 이 노파는 사람이 그리워 ‘월세 10만원’ 벽보를 붙이고 한 지붕 아래 함께 살 ‘가족’을 찾고 있었다.‘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기획시리즈는 이 벽보에서 시작됐다.…
리베이트 덫에 걸린 지방의원들-재량사업비 뒷돈 거래부터 전국 최초 폐지선언까지
2년 전부터 전북도청을 출입하면서 생소한 명칭을 접하게 됐다. 이름부터가 그다지 호의적으로 다가서질 않았던 ‘재량사업비’다. 집행부인 행정기관이 의원 재량껏 쓸 수 있는 예산을 책정해주는 대신, 의원들의 감시기능을 무디게 하는 기대효과에서 편성되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예산인 셈이다. 전북지역 도의원의 경우 1인당 1년에 5억5000만원, 나머지 시·군의원들에겐 지역에 따라 1억~3억원 가량의 재량사업비가 책정된다. 그런데 이 재량사업비를 둘러싸고 지방의회 안팎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귀에 찾아들었다. 바로 지방의원들이 ‘주민숙원사
SBS ‘군 사이버사 불법 활동’ 청와대 개입 정황 등 보도 호평
국제신문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고립된 노인들의 현실과 대안 이끌어낸 수작 2017년 9월 제325회 이달의 기자상에서는 수개월째 집중 조명되고 있는 과거 정부 시절 국가기관의 불법 활동을 비롯해 노동, 노인, 문화재, 광주 등 다양한 주제가 깊이 있게 다뤄졌고, 수상작도 여러 부문에서 고루 나왔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취재보도1 부문은 국정원과 군의 불법 활동 관련 보도가 출품작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가운데, SBS의 청와대 지시로 군 사이버사 불법 활동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단초가 된 군 사이버사의 내부고발자 인터
댓글공작 최초 실명 폭로…“청와대 날마다 보고”
알다시피 댓글부대는 축이 두 개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다. 최근 국정원 기사가 주로 많이 나왔던 건 거기에 ‘적폐청산 TF’가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국방부에도 TF가 생겨 다행이다. 베일에 가려졌던 이곳에서도 진실의 조각이 많든 적든 나오게 될 것이다. 이번 취재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군 댓글부대의 심각성과 청와대·군 수뇌부의 책임론을 부각해 보겠다는 게 첫째였는데, 국방부 TF가 생겼으니 어느 정도는 달성됐다고 자위할 만하다. 물론 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문을 열어젖힌 것이라면, 이철희 의원을 비롯한 국회
삼성 장충기 문자 메시지 단독 입수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휴대전화 속 문자 메시지는 영화 속 한 장면이라고 여겨도 어색하지 않을 내용이 다수 담겨 있었습니다. 짐작으로만 떠돌던 ‘관리의 삼성’ 실체가 적나라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시사IN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부터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취재해왔습니다. 계속해서 바뀌는 삼성 해명의 이면을 밝히는 팩트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장 전 차장의 문자 메시지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해줄 주요 증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삼성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국정원, 댓글알바 30개팀 3500명 운영했다 등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2013년 말 수습 때 취재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보도되면서 당시 혼외의심아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곳으로 지목된 서초구청에서 여러 날을 소위 말하는 ‘뻗치기’를 하면서 보내야 했습니다. 취재 당시 국가정보원이 이 혼외자 의혹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국정원 직원 송아무개씨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검찰이 국정원과 청와대 조직 차원의 개입 의혹에도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꼬리자르기 식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2심은 지난해 1월 송씨에게 벌금 700만
잊혀진 살인마 석면의 공습
7월 초, 출입기자들에게 뿌려진 환경부 주간 보도자료가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석면 질병 검사 의료기관 수를 대폭 늘린다는데 환자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얼마나 늘어날 가능성이 크길래 늘린 것인지, 당연히 있을 법한 설명이 없었습니다. 정부는 20~30년 안에 사망자가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 죽음들은 오로지 피해자 각자의 몫으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때에 영문도 모르게 찾아올 것이 뻔한데 이렇게 담담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피해자들을 찾는 게 어려웠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두 해 전
단독공개, 친일파 재산보고서
“역사에 다소 관용하는 건 관용이 아니고, 무책임이다. 관용하는 자가 잘못을 저지른 자보다 더 죄다.” 안창호 선생의 말이다. 광복 직후, 실기한 친일청산의 후과(後果)는 처참했다. 관용을 빙자한 죄가 누적되면서 독립운동가의 명예는 물론, 친일파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졌다. 심지어 망각을 틈타 친일파 미화라는 역사 왜곡의 토대가 됐다. 2008년 법원 출입 당시, 친일파 후손의 줄 소송을 지켜봤다. 친일 대가로 얻은 재산을 대물림하고, 이런 땅을 정당한 재산권이라고 주장했다. 친일을 증명하는 사료를 두곤 “잘못된 증거, 다 지난 일”
경영평가에 목줄 잡힌 공공기관들의 검은 커넥션
이번 보도는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에서 근무 중인 한 직원의 제보로 시작됐다. 자신이 근무 중인 기관이 특정인의 추천을 받고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연구용역을 몰아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업체를 추천한 인물에 주목해야 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간사로 참여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들은 매년 경영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다. 그러한 상황에서 경영평가 관계자가 공공기관에 업체를 추천했다면, 과연 그 기관은 거부할 수 있을까?추천된 업체를 취재해 보니, 산속에 위치한…
KBS 파업뉴스팀 ‘댓글공작 실명 폭로’ 군 당국 은폐 적나라하게 드러나
경기일보 ‘경영평가에 목줄 잡힌 공공기관 검은 커넥션’ 언론 감시기능 충실 ‘호평’‘심사 대상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새로운 매체의 등장이 던진 물음이었다. 기자협회 소속 기자의 보도임은 분명하다. 다만 기자협회 회원사의 매체를 통해 보도되진 않았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전파됐다. KBS 파업뉴스팀이 출품한 ‘군 댓글공작 최초 실명 폭로’가 제기한 의문이었다.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심사를 미루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하지만 이미 선례가 있던 사안이었다.2012년 제259회 기자상 심사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