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언론정책과 민주주의
학계에는 신참 박사(fresh doctor) 신드롬이란 것이 있다. 박사 학위를 따는 때에서는 풀이 죽어 선배 박사들에게 고개를 숙이다가 막상 학위를 받은 다음에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똑똑한 학자인양 행세를 한다. 나이든 학자들은 구악이고 그들의 논문들은 낡아빠져서 못쓴다. 신참박사들은 전통과 과거와 단절을 한다. 그리고는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숙제를 내주며 괴롭힌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진보 정부 10년 이후 보수 정부로 인수인계되는 과정은 당연히 변화와 혁신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언론, 신문 분야도…
미디어 행태, 새로워져야 한다
지난 2001년 대선이 끝나고 인터넷의 승리라는 표현이 있었다. 어떻게 조직 선거, 정당 정치가 있는 국가에서 인터넷에 의한 온라인상의 선거운동이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외국의 전문가들은 의아해 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매스미디어인 신문, 방송과의 대결에서 인터넷이 이겼다고 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 12월의 대선은 신문의 승리라고 한다. 어떻게 세계적인 인터넷 보급국가에서, 취약한 정당 정치의 국가에서 온라인상의 선거운동이 주도했다는 이야기는 없을까에 대해 외국인들은 궁금해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신문은 취약한…
萬人의 언론을 기대한다
대통령 선거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은 여전히 남아 있다. BBK 특검과 삼성 특검 같은 대형 시한폭탄이 꺼지지 않은 채 째깍거리면서 대회전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데다가 총선을 앞두고 기싸움이 한창인 정치권의 후폭풍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여기에 이번 선거에 개입한 지식사회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언론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은 높은 편이다. 사실 제17대 대선은 시작도 전에 여론조사에 의해 미리 승부가 끝나버렸지만 결정적 고비 때마다 언론의 특정 후보 감싸기가
사교육 권장하는 언론
하기 어려운 얘기를 꺼내야겠다. 자식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예외 없이 시달리고 있을 사교육 문제다. 사교육. 굳이 말하자면 학원과 과외의 동의어 정도 되겠다. 내가 여기서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사교육 자체가 아니다. 사교육을 담아내는 언론의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내게는 고 1 딸과 중 1 아들이 있다. 교육에 대한 전문지식은 부족하지만, 나는 내 아이들이 인생을 준비하는 교육을 어떤 식으로 받았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은 가지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정신 나간’ 학부모들 사이에서 함께
“한국기자들이여, 검사와 판사를 구별하자”
한국언론의 사회 감시기능은 종종 찬탄할만하나, 어떤 때는 꽤 착잡한 기분이 든다. 번거로운 말을 접어두고 한번 짚어보자.과연 우리 기자들은 한국 검사와 한국 판사의 직분을 제대로 구별하는 것일까? 양쪽 모두 ‘사법시험, 사법연수원’을 거치니 ‘다 같은 사법기관’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아닐까? 얼마전 수습기자 강의에서 ‘검사가 사법부에 속한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언론보도에서는 ‘검사 권한’으로 ‘구속’하여 ‘사법처
BBK의 진실과 언론의 신뢰
검찰의 BBK 수사결과 발표가 있은 뒤 며칠 후 대학생 10여명과 차를 마시며 즉석여론 조사를 해 봤다. 검찰의 발표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5점 척도 (매우 신뢰한다, 다소 신뢰한다, 그저 그렇다, 다소 불신한다, 매우 불신한다)에 맞춰 손을 들어 보라고 했다. 결과는 나를 놀라게 했다. 신뢰한다는 쪽은 단 한명도 없고 ‘그저그렇다’에 몇 명 손들고 대다수가 불신한다는 것이 아닌가. 요즘 대학생들은 보수편향이 우세하다. 가령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폐지 반대가 많이 나온다. 대선 후보 가운데서
미디어의 선택과 수용자의 선택
하루 24시간 중 미디어접촉 시간은 얼마나 되나? 수면시간을 제외한 16시간 정도가 잠재적으로 가능한 시간이지만, 아마도 미디어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느낌을 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6년 미디어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TV시청시간은 1일평균 2시간 12분이고, 라디오청취시간은 49분이고, 신문 열독시간은 평일 22분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은 1일 평균 1시간 44분이라고 한다. 여기에 평균적인 유선전화나 휴대전화의 전화이용시간을 포함해도 대략 1일 5시간 전후 수준이 현재 우
기자의 양심
벨기에 태생의 저널리스트 알라인(Alain Hertoghe)은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한 프랑스 신문사에서 해고됐다. 그는 당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양심을 지지해주는 것이야말로 신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의 양심이 언론사 내부에서 어떤 것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심은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을 뜻한다. 그런데 인간은 인식과 행동을 통해 세계와 결부되며 스스
김경준·이명박·이회창 보도와 옴부즈만
김경준이 귀국했다. 이미 그를 ‘대선뇌관’으로 규정지은 지 오래인 우리 언론은, 그의 미소 띈 얼굴을 1면에 커다랗게 내고 관련 기사를 몇 면에 걸쳐 보도하는 등 그야말로 난리 와중이다. 5년을 주기로 등장하는 이런 인물들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우리 같은 일반 국민들은 정말 헷갈린다. 검찰이 무사공정, 신속하게 수사한다고? 그 말을 믿을 사람이 이 나라에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무소속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 씨는 김경준의 귀국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회창 씨는 두 번씩이나…
정신 나간 방송위원회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대단한 모욕에 해당하기 때문에 최대한 자제하고 또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무시로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언어의 혼탁과 우리 정치문화의 수준을 가늠해 보곤 했다. 그럼에도 이 경우에는 정말 ‘정신’이 나간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방송위원회가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이 동시에 보는 지상파 방송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다니...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방송위원회의 ‘정신’에 어긋나 있다. 저간의 사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