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
취재와 집필이 모두 괴로웠다. 팀에서도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려웠다. 시리즈는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필요한 일이었다고 믿는다.고민의 시작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었다. 끔찍한 일이 벌어졌지만 누구도 손을 쓰지 않았다. 기업은 안전성에 대한 아무런 보장없이 제품을 판매했고, 정부는 이를 걸러 낼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언론은 주목하지 못했고, 전문가는 나서지 않았다. 고통을 오롯이 받은 피해자만 남았다.더욱 끔찍한 일은 생활화학제품을 둘러싼 환경이 1994년 가습기 살균제가 처음 탄생하던 시절과 비교해 크게…
국정원 공제회 양우회 대해부
국가정보원 현직 직원들의 공제회인 양우회에 대한 취재를 시작한 것은 순전히 ‘세월호 참사의 실체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양우회가 선박 펀드를 통해 세월호에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지만, 이런 의혹과 양우회의 실체를 적극적으로 취재하고 다룬 언론은 많지 않았습니다. 관련 의혹이 해소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양우회를 통해 국정원의 예산집행과 조직운영의 불투명성 문제를 엿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양우회와 관련해 공개된 정보가 사실상 전무했고, 국정원은
광주사립고 생활기록부 무단 수정 및 성적 조작 의혹
취재는 고등학교 교사의 용기있는 제보로 시작됐다. 학교에서 일부 상위권 학생을 특별관리하면서 생활기록부를 조작하고 있다는 내부 고발이었다. 하지만 증거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다방면으로 확인 작업을 거쳐야만 했다. 취재 결과 해당 학교 학생들은 물론 다른 학교 교사들과 학생들에게서도 이 학교에서 생활기록부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정황을 확신하게 됐다.지난 7월 첫 보도에 이은 연속 보도로 교육청 감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됐고 결국 생활기록부 무단 수정과 성적 조작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이같은 잘못된 행위는 이 학교 뿐만이 아니라 전
그래도 되는 죽음은 없다-부산교도소 재소자 사망 사건
“부산교도소에서 동생이 죽었습니다.” 지난 8월18~19일 두 통의 전화로 취재는 시작됐다. 이틀 사이에 부산교도소에서 두 명의 재소자가 하늘로 출소했다. 교도소는 자신들도 당황스럽고 예상하지 못한 죽음이라고 수차례 말했다. 교도소 의무기록, 병원 기록, 재소자의 교도 일지 등은 두 재소자가 살 수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한 달여간의 보도로 부산교도소장은 전격 교체됐다.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도 두 재소자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부산일보의 보도 이후 교도소는…
전면 재시공…‘부실’ 스크린 도어
‘안전도시 대구’. 2·28 지하철 참사의 아픔을 겪은 대구시의 슬로건이다. 하지만 정작 스크린 도어 설치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지난해 천억원대 규모의 스크린 도어 설치 사업 입찰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 사업은 황당하게도 스크린 도어 제작 능력이 없는 대기업에 넘어갔다. 선정 과정에서 국제안전인증업체를 부당하게 탈락시켰다는 제보, 대기업이 차액을 남기고 하청업체에 불법으로 사업 전체를 떠넘긴 제보를 입수해 확인했다. 게다가 조달청을 통해 확인한 결과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이러한 사업을 시설공사가 아닌 물품구매로 발주했다. 하도급에
한국동서발전 발암물질 유출 수산물 파문
공기업 한국동서발전이 ‘디메틸폴리실록산’이란 유해물질을 바다에 유출했다는 울산해경의 보도자료가 나왔다. 하지만 해당 물질이 배출되면 안 된다는 명확한 법규가 없다는 동서발전의 해명과 생태계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정확한 피해 내역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은 ‘논란거리’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도 관련 법규를 서로 달리 해석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발전소가 수십 년에 걸쳐 유해물질 수천 톤을 방류한 게 단순히 논란거리에 그치는데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주변 바다에 대한 성분 분석을 해봤다. 취재 결과 발전
복지사각 ‘제로맵’
재송1동과 2동. 부산 해운대구에 있지만 도로 하나 사이로 두 동네의 생활 여건은 뚜렷한 차이가 난다. 윗동네 주민들은 ‘센텀시티’로 불리는 아랫동네를 닮으려 간판마다 ‘센텀’ 두 글자를 붙인다. 아이들도 아랫동네, 윗동네를 구분하며 따로 어울린다.정(情)은 고사하고 시기와 배제의 대상이 돼버린 이웃 동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동네별 격차’를 줄일 수 없을까. 특별취재팀은 삶의 척도가 되는 통계를 모은 뒤, ‘추락’의 정도가 심한 동네를 찾아 나섰다. 봄꽃이 지고 장맛비가 내릴 때까지 현장 취재는 계속됐다. 노인정, 미용실, 골
TV조선 ‘미르·K스포츠 비리 의혹’ 최순실 파문 물꼬
부산일보 ‘복지사각 제로맵’ 탄탄한 기획력·취재력 보여준 수작 연일 쏟아지는 비리와 추문으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9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 임했는데, 어느 때보다 알찬 출품작들을 보며 더없이 반가웠다. 출품작 수는 평소보다 다소 적었지만 권력비리 추적에서 평범한 일상에 도사린 위험환기까지 다양한 주제가 깊이 있게 다뤄졌다. 덕분에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1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취재보도 부문에선 세 편이 선정됐다. 한겨레의 ‘이번엔 스폰서 부장검사…수사검사에 사건무마 청탁’은 이견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특종 보
TV조선 ‘미르·K스포츠재단 권력형 비리 의혹’ 등 수상
한국기자협회(회장 정규성)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18일 제313회(2016년 9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회의를 열어 TV조선 ‘미르·K스포츠재단 권력형 비리 의혹’ 등 총 11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센터장 홍창형)와 함께 선정하는 2016년 3분기 ‘자살예방 우수보도상’은 동아일보 ‘트라우마 떨쳐낼 손길 필요...年10회 이상 치료 받아야 효과’가 수상했다. 시상식은 오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 부인·자녀와 망명”
지난 8월17일 한 회사 간부로부터 축하전화를 받았다. 하루 전 중앙일보가 단독 보도한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 부인·자녀와 함께 망명’ 기사를 영국 BBC가 인용보도한 데다 국내외 언론들이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함구하던 정부도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파장이 꽤나 컸던 특종의 단초는 짤막한 국제전화 한 통이었다. 동남아 지역 ‘대북 소식통’은 “윗동네 분들이 테임즈 강변에서 아이 하나를 잃어버려 난리가 아닙니다”라고 귀띔했다. 런던에 체류하던 북한 핵심인사가 탈북했음을 직감케 했다.취재과정에서 복수의 국내 취재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