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
-
전 문
언론의 범죄사건 보도는 범죄 예방과 사회정책적 대책 마련 등 공익적 목적달성을 위한 본연의 임무이다. 그러나 범죄 보도는 필연적으로 특정인의 인격권, 무죄추정원칙,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과 충돌하며 다양한 인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많다.
특히 성폭력 범죄(이하 성범죄) 보도는 사건의 특성상 취재와 보도과정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 등이 2차 피해를 볼 수 있고,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이에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한 '인권보도준칙'(2011. 9. 23.)의 세부 기준으로 성범죄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언론인들이 준수해줄 것을
권고한다.
-
총 강
성폭력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면서 상대방에게 신체적 위해와 함께 불쾌감이나 공포, 불안 등을 주는 모든 성적 범죄 행위를 말한다. 그동안 수많은 성범죄가 가부장적
사회구조, 남성 중심적 성문화와 그릇된 성인식 등으로 인해 사적 영역의 문제로 여겨져 은폐되거나 본질이 왜곡되어왔다. 언론은 이런 맥락을 고려해 다음과 같은 시각과
태도로 성범죄 보도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언론은 성범죄가 사회적, 경제적, 신체적으로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지위에 있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반인권적 범죄
행위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2. 언론은 성범죄의 원인으로 개인의 정신질환이나 억제할 수 없는 성욕 등의 문제만 부각하지 말고 그 근본 원인이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에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한다.
3. 언론은 성범죄를 사회적 성역할에 관한 잘못된 통념에 기초해 피해자의 도덕 관념과 처신의 문제로 인해 빚어진 사건으로 보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4. 언론은 사회적 안전망 부재, 범죄 예방 체제 미비 등 성범죄를 유발하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5. 언론은 성범죄를 보도할 때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존중해 보도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해자와 그 가족의 경우에도 그들의
기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6. 언론은 성범죄를 보도할 때 지나친 공포감이나 범죄자에 대한 분노와 복수 감정만 조성해 처벌 일변도의 단기적 대책에 함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7.언론은 성범죄 보도로 인해 피해자와 그 가족, 가해자 가족 등이 겪는 극심한 혼란과 인권문제 등을 고려해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성폭력 사건이 아닐 경우 보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실천 요강
1. 언론은 취재와 보도과정에서 성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의 2차 피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피해자의 신상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2. 언론은 성범죄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피해자의 사생활 등을 보도함으로써 피해자에게 범죄 유발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인식되도록 하지 않는다.
3. 언론은 가해자 중심적 성 관념에 입각한 용어 사용이나 피해자와 시민에게 공포감과 불쾌감을 주고 불필요한 성적인 상상을 유발하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
4. 언론은 성범죄 사건의 이해와 상관없는 범죄의 수법과 과정, 양태, 그리고 수사과정에서의 현장 검증 등 수사 상황을 지나칠 정도로 상세히 보도하지 않는다.
5. 언론은 성범죄의 범행 동기를 개별적 성향-가해자의 포르노, 술, 약물 등 탐닉, 자제할 수 없는 성욕 등-에 집중함으로써 성폭력의 원인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강화하거나 가해자의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6. 언론은 성범죄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 정보를 관련 법률에 의해 공식적으로 공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
7. 언론은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라도 그 공개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 자기 책임 하에 보도한다.
8. 언론은 미성년자 성범죄 사건을 취재, 보도하는 데 있어 미성년자의 인권에 미칠 영향을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
9. 언론은 사진과 영상 보도에서도 피해자 등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삽화, 그래픽, 지도 제공이나 재연 등에 신중을 기한다.
10. 언론은 성범죄 예방을 위해 법률적 정보 등의 제공과 성범죄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사항을 적극 보도한다.
- 2012년 12월 12일
한국기자협회·국가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