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현행범 체포 파문

사저경호 법적근거.공무집행방해 적용 논란

경찰이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 사저 근처에서 방송을 한 이상호 MBC 기자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혀 ‘과잉경호’ 논란을 빚고 있다. 전씨 경호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법률 전문가의 주장도 나와 향후 전씨 사저경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이 기자는 지난 25일 ‘손바닥TV’ 화려한 인터뷰’ 코너를 진행하기 위해 서울 연희동에 있는 전두환씨 사저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기자는 1980년 고문피해자 김용철씨와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사저를 경호하던 경찰에 의해 연희파출소로 연행됐다. 이 기자는 뒷수갑이 채워졌고 순찰차에 탑승을 거부하다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했다.


이 기자는 “사저 근처 100m도 채 접근하기 전에 전경대원들이 나를 제지했다”며 “‘왜 취재 중인 기자를 연행하냐’고 물었더니 ‘사저 경호를 방해한 현행범으로 연행했다’고 경찰이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기자는 27일 “정당한 취재를 폭력적으로 막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찰을 무고로 맞고소 한다”며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출두했다.



   
 
  ▲ 전두환씨 사저를 취재하던 이상호 MBC 기자가 경찰들에 의해 끌여 나오는 모습 ⓒ손바닥TV  
 

◇ “독재자 전두환씨, 사과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이 기자가 전두환씨를 ‘손바닥TV’에서 인터뷰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올해 1월 3일, 10일, 17일, 25일 4차례에 걸쳐 사저를 방문했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기자와 함께 연희동 사저를 방문했던 고승우 80년대 해직언론인 공동대표는 26일 ‘손바닥TV’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고승우 대표는 “이 기자와 80~100m 떨어진 곳에서부터 막기 시작했고, 10명 가까이 다가와서 목을 잡고 입을 틀어막았다”며 “언론자유 가운데 하나인 취재의 자유를 억압한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독재자 전두환씨, 사과하실 생각 없으십니까?”라고 외치며 끌려나오기도 했다.


이 기자는 8년 전인 2004년 2월 20일 MBC ‘뉴스데스크’와 ‘신강균의 사실은’에서도 전두환씨 사저 경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이 기자는 “전씨의 운동수발을 담당하는 경찰들은 서울 경찰청 소속 52중대 기동중대 의경들”이라며 “지역경비를 위한 병력을 경찰간부의 지시에 따라 전두환씨 개인용도로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전씨 한사람 경호를 위해 경찰은 연희동 자택부근 고급주택 3채를 사용하고 있다”며 “사저 경호를 위해 1년에 8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고 당시 보도에서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서 “독재자 전두환은 수천명의 국민을 살상한 살인마이자 국가예산 8조 시절 기업들로부터 1조원을 강탈한 강도”라며 “국내외 엄청난 비자금이 있지만 제보자들은 '아직도 그는 권력자'라며 입을 열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자신이 전씨 취재를 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 25일 경찰에 연행된 뒤 병원에 입원한 이상호 MBC 기자 ⓒ미디어몽구 트위터  
 

◇ “인터뷰 행위, 국민 알권리 및 언론자유 공익성 커”


경찰은 이 기자 체포와 관련해 비판여론이 쏟아지자 25일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이상호 기자가) 유아무개 상경 등이 사저 방문을 제지한다는 이유로 ‘한번 해볼까’ 고성을 지르며 몸을 밀치고, 어깨를 잡아 바닥에 넘어트리는 등 폭행하며 정당한 경비업무를 약 10분간 방해했다”며 “또한 체포할 때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고 관련 채증 동영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경비를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경호처로부터 요인경호를 받게 되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4호에 의하면 전씨는 1988년 2월 대통령 퇴임을 하여 현재 법률 상 기간 10년을 넘어 경호를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거해 사저 경호를 수행하고 있다. 이법 제2조(직무의 범위) 제3호에는 '경비·요인경호'라고만 규정돼있다. 전씨를 요인으로 볼 수 있는 구체적 규정이 없으며, 직무범위만 추상적으로 나온 이 법을 광범위하게 적용해 이 기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해석이 나온다.


사저 경비가 정당한 공무집행이라 하더라도 논란 소지는 남는다. '대통령경호법' 제2조 제1호는 경호를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신체에 가해지는 위해를 방지하거나 특정지역을 방비하는 모든 안전활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춰 이 기자의 인터뷰 진행이 전씨의 재산과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준현 변호사(우리로법률사무소)는 “전씨 사저 경비는 법적 근거가 불분명해 이 기자를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이라 규정하고 강제 연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적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인터뷰 진행은 국민의 알 권리, 언론의 자유라는 공익성이 크고, 그 행위로 인해 사저경비가 보호하고자 하는 전씨의 생명, 재산 침해가 일어난 바 없으며 인터뷰 행위 자체가 이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 것에 비춰 공무집행방해가 성립된다고 보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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