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딸을 둔 학부모의 소회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기사는 외국이 주목하는 주요 기사 중 하나이다. 기러기 아빠들의 애환 혹은 핸드폰을 이용한 수능 부정의 얘기 등은 외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한국만의 기사인 만큼 관심이 크다. 모두 한국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교육 현실에 연유한다. 치열한 경쟁이 수반되는 대학 입학 제도와 여기에 따르는 수험생들의 중압감, 혹은 학부형들의 희생 등 기사가 갖춰야 할 흥미성, 독특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최근에 논란이 되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교실 내에서의 무한 경쟁도 마찬가지다. 바뀐 입시 제도로 인해 고등
방송위원회의 도덕적 리더십(?)
대중매체 논의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개별 매체에 대한 단편 논의에서 매체 정경(mediascape)에 대한 종합 논의로 변하고 있다. 인터넷 포탈 서비스 논란이 그 대표적인 예다. 포탈 서비스가 신문이나 통신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한 담론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포탈 서비스가 여타 매체를 무력화시키고 사회 여론을 독점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고, 그에 맞추어 규제 혹은 제어할 사회적 수단을 갖추자는 담론들이 제시되었다. 최근의 방송, 통신 융합과 관련된 논의들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통신이고, 방송영역인지를 따지며 힘을 허
KBS와 정연주
요즘 방송계는 KBS와 정연주 사장을 빼놓고 이야기가 안된다. 일본 산케이 신문과 턱 하니 인터뷰를 해놓은 조영남이 자기변명을 하기도 바쁠 텐데 KBS로 불똥이 튈까봐 노심초사할 정도다. 문광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집단 퇴장한 사건이 터진 직후라 모두가 여간 예민하지 않다. 뭔가 대폭발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초 긴장상태다. 수상쩍은 분위기가 팽배하고, 온갖 쑥덕공론이 무성하다. 사실 말하기 얼마나 재미있는가? 노선을 달리하고 이해관계가 다른 노조가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감사라는 자는 사장의 정치 편향성 때
국제화시대 언론의 역할
얼마 전 일본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거의 신적인 존재가 되어 버린 욘사마 배용준에 관한 기사를 취재 보도한 적이 있다. 비행기를 전세 내고 한국을 찾은 일본 여성들이 남이섬, 춘천 등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를 찾아 가서 욘사마에 대한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다룬 기사였다. 욘사마가 앉았던 벤치에 앉아서 사진 찍는 팬들, 혹은 욘사마가 찾았던 식당을 찾아 식사하는 팬들, 그들의 거의 광적인 욘사마 사랑을 취재하며 한일 관계에도 바야흐로 진정한 선린 우호의 장이 열린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렸었다. 일본에서 욘사마나 보아의 인기
저널리스트들의 정상적 이직(移職)을 위하여
언론현장에선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초라해졌다며 논의 자체를 거부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기자들의 언론현장으로부터의 엑소더스를 목도하고는 짧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펼쳐야겠다는 맘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행정부 혹은 산하기관의 홍보, 공보와 관련된 자리의 공채에 10년, 15년차의 현직 기자들이 대거 지원하고 있다. 유능한 지원자가 너무 많아 선발과 제외 과정에서 애를 먹고 심지어는 선정을 미루는 예도 많다고 한다. 기자들이 엑소더스하는 대상은 공공기관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기업으로의
라이스를 읽다
채 하루가 못 되는 짧은 일정으로 라이스가 한국을 찾았다. 말 그대로 번갯불에 콩 볶듯 바쁜 걸음이다. 중국 가는 길에 잠깐 들렀을 수 있겠으나, 여기 저기 기사를 살펴보면 그래도 꽤 다급한 용건이 있었음을 눈치 챌 수 있다. 독도와 교과서 문제 등으로 한참 속상해 있는 우리 면전에 대고 미국은 일본의 안보리 진출을 지지한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 만해도 그렇다. 눈썰미가 없어도 한참 없다. 오만한 제국 출신이라 자신이 방문할 집 형편이 제대로 눈에 띄지 않는 걸까? 쓸데없는 분란 일으키지 말고 미국이 이끄는 ‘미래지향적 삼각체제’에
한겨레의 자살보도
‘변하지 않는다.’ 미디어 비평가들이 자주 확인하는 언론 현실이다. ‘객관적’ 근거를 가진 것이든 단순한 ‘인상’ 비판이든, 비평가들의 지적은 언론 현장에서 좀처럼 반영되지 않는다. 보도내용 분석과 비판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 것이 그 때문이다. 좀 지났지만,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사망에 대한 보도는 그 전형적인 예처럼 보였다. 급격히 늘어나는 한국의 자살률의 곡선을 꺾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서 한국자살예방협회는 2004년 7월 언론의 자살 보도 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자살은 전염되며, 그 중요한 매개체가…
왕가위 기자
왕우의 에 환호했던 이들을 이후의 홍콩 무협 영화 앞에 세우면 침묵 일색이다. 같은 홍콩산 무협영화인 앞에선 쩔쩔매는 모습을 연출하기 일쑤다. 두 팔을 가진 멀쩡한 무사가 악함을 앞에 두고도 미동조차 않음엔 분노까지 드러낸다. 한 팔의 무사가 기꺼이 내뽑던 검을 아끼고 있음에 이르면 답답함을 느끼며 스크린을 뒤로 하며 퇴장하기에 이른다. 실제로 왕가위의 은 그의 매니아들에게도 안절부절함을 선사했다는 소문이다. 외팔이 무사가 권선징악 시대의 아이콘이었다면 에 등장한 멀쩡하지만 무심한 무사들은 현실 속에서 규준을 찾지 못하는 지금의…
‘한류’ 이면의 ‘寒流’
가 있다. 에가와 타쓰야라는 일본 만화가의 작품으로, 발행되는 즉시 국내에 번역 소개되고 있다. 지금까지 총 12편이 나왔다. 평소 만화를 즐겨 읽는 문화연구자로서 책은 가히 충격적이다. 매 권마다 긴장을 놓지 못한다. 짧은 지면에 그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직접 읽어 보길 권한다. 책은 ‘일본 작가의 시각에서 그려진 작품’ 그 이상이다. 집단기억, 역사 재구성의 훨씬 큰 의미를 갖는다. 는 일본 근현대사의 전쟁 경험을 새롭게 영웅적으로 조명하는 문화적 텍스트다. 타자의 삶과 타지의 역사까지 자신의 시선에 따라 재구성코자
생선 가게에서 배우는 지혜
어릴 때 내가 살던 동네에 제법 장사가 잘 되는 생선 가게가 있었다. 이 가게는 팔다 남은 생선을 버린다고 했다. 친지나 이웃에게 나누어 줘도 손해 볼 것 없고 인심도 얻을 것 같지만, 길게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는 것을 돈 주고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생선에 대한 수요가 무한대로 늘 수 없다고 보면, 공짜로 나누어 주는 만큼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한국 신문은 다르다. 힘들게 생산한 물건을 ‘가게 문을 열기 전에’ 남에게 헐값에 넘기고 있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그 ‘남’이 자신의 경쟁자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