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의 타블로이드화가 심각한 수준이며, 이를 주요 언론사가 주도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모바일 포털에서 ‘정론지’와 ‘황색지’의 구분 없이, 심지어 주요 언론사들이 타블로이드성 뉴스 생산에 앞장섬으로써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김창숙 이화여대 연구교수와 이나연 연세대 교수는 ‘한국형 모바일 포털 저널리즘의 타블로이드화’를 주제로 네이버 뉴스의 타블로이드 현상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지난 19일 한국언론학회 저널리즘특별위원회 세미나에서 발표했다. 연구진은 그동안 선정성, 연성화 등으로 대표된 포털과 온라인 기사의 문제를 ‘타블로이드화’라는 개념을 적용해 분석했다. 타블로이드화는 간단히 “양질의 언론이 판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타블로이드 신문처럼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 기사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읽힌 뉴스, 대부분 '저질·연성화' 뉴스)
연구진은 지난해 12월1일 기준 네이버 모바일에서 구독자 300만 이상인 14개사(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매일경제-이상 400만 이상, 동아일보, 한국일보, 경향신문, 국민일보, 헤럴드경제, 아시아경제, 서울경제, 뉴스1, 머니투데이-이상 300만 이상)의 모바일 포털에 게재된 기사를 12월6일~17일, 월요일~금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등 2주 동안 총 10회에 걸쳐 수집해 분석했다.
분석 항목은 제목, 기사의 본문(주제/주요 대상/주요 행위), 취재 방식(정보의 출처/사실 확인) 등 6가지였다. 그 결과 모바일 포털에서 타블로이드화는 심각한 수준이며, 이런 타블로이드화가 주요 언론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특히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머니투데이와 매일경제 등 구독자 수와 영향력 등에서 상위권에 있는 언론사의 정도가 심각했다.
주요 일간지·경제지 타블로이드화 심각
먼저 제목에선 전체 기사 1317건 중 절반 이상인 61.9%(815건)가 타블로이드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 제목에 선정적이거나 성적인 내용을 포함했는지, 과장된 표현이나 느낌표 등 과도한 문장 부호를 이용했는지 등을 분석한 결과다. 언론사별로는 중앙일보가 79.8%로 가장 많았고, 한국경제신문(72.9%), 머니투데이(71.4%) 등의 순이었다.
기사의 주제가 타블로이드성(스포츠·연예·생활정보 등)인 경우는 전체 분석 대상 중 30.4%(400건)였는데, 이런 타블로이드성 뉴스를 가장 많이 다룬 언론사는 역시 중앙일보(44.9%, 40건)였다. 한겨레(15.7%)와 동아일보(16.5%)의 3배 수준이었다.
기사가 다루는 주요 대상이 타블로이드성인 경우, 예를 들어 국내외 연예인이나 유명인·일반인과 동물 등을 다룬 경우는 전체 기사의 51.2%(674건)이었는데, 이런 경향은 경제지에서 두드러졌다. 머니투데이가 70.5%(74건)로 가장 많았고, 매일경제 63.2%(72건), 헤럴드경제60.9%(56건), 조선일보(56.3%) 등의 순이었다.
기사에서 나타나는 주요 행위가 마약, 음주, 폭력, 성, 과시, 사행성 행위 등 타블로이드 성격을 띠는 경우는 4건 중 1건꼴(26.8%)로 나타났다. 언론사별로는 역시 중앙일보(44.9%)가 가장 많았고 머니투데이(41.9%), 매일경제(38.6%), 조선일보(36.5%), 뉴스1(29.9%) 등의 순이었다. 반면 가장 적은 언론사는 동아일보(11.7%)였고, 경향신문(13.3%)이 그다음이었다.
‘취재’ 없는 기사가 10건 중 4건…‘기사’ ‘기자’라 할 수 있나
연구진은 기사 내용의 타블로이드화만이 아니라, 취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사 출처를 발생, 자체취재, 타 언론, 커뮤니티로 구분해 살펴봤을 때 타블로이드성 뉴스 출처로 추정되는 타 언론과 커뮤니티발 뉴스가 38.1%를 차지했다. 이 같은 기사를 가장 많이 쓰는 언론사는 조선일보(총 54.2%)였고, 머니투데이(총 52.4%), 중앙일보(총 44.9%), 뉴스1(총 43.3%) 순이었다. 반면 동아일보와 한겨레는 가장 적었다.
타 언론이나 커뮤니티를 출처로 한 기사 중 추가로 사실 확인을 해서 쓴 경우는 얼마나 됐을까. 분석 대상 기사 502건 중 6.2%(31건)에 불과했다. 84.3%(423건)의 기사들이 추가적인 사실 확인 없이 출처에서 나온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 특히 머니투데이 95.0%(58건), 서울경제 92.7%(38건), 국민일보 90.0%(36건) 등은 90%가 넘었다. 별도로 사실 확인을 해서 쓴 언론사는 한국일보(22.2%, 6건), 조선일보(14.5%, 8건), 한겨레(11.1%, 4건) 순이었다.
이처럼 기사 10건 중 4건이 자체적인 취재 없는 타 언론·커뮤니티발 뉴스고, 이런 기사의 대부분이 추가적인 사실 확인 없이 쓰였다는 점에 대해 연구진은 “한국의 주요 언론사가 저널리즘의 윤리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다른 기자나 사람이 작성한 글을 요약했다는 점에서 엄밀한 의미의 ‘보도 혹은 기사작성’으로도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들은 기자의 핵심 업무인 취재와 보도를 스스로 하지 않은 채 ‘기사’를 작성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기자인지, 혹은 생산물이 기사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단기적 조회수·수익에 목매다 언론 한꺼번에 침몰할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1 언론 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65.1%였고,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포털 뉴스 이용자가 84.5%였다. 또한, 네이버로 뉴스를 본다는 응답자가 68.8%로 전체 인터넷 포털 이용자의 90.7%를 차지했다. 결론적으로 “대다수 한국인에게 뉴스란 포털에 게재된 글을 의미할 개연성이 높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의 주요 언론사들이 1) 한국인이 가장 많이 뉴스를 소비하는 네이버라는 포털 사이트에, 2) 자신의 언론사를 선택하고 구독 신청을 한 이용자에게, 그리고 3) 가장 첫 화면에 내세운 기사는 언론사의 1면에 게재된 것에 버금갈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며 “그러나, 해당 기사를 분석한 이번 연구는 한국의 대표 언론사들은 자신들이 직접 취재하고 작성한 중요한 기사보다 타 언론이 생산했더라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배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이런 경향은 일부 주요 언론사에서 더 두드러지는 사실도 확인됐다. 기사 제목·주제·행위의 타블로이드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중앙일보는 실시간 이슈 대응 역할을 하는 EYE팀이 따로 있고, 주제·대상·행위의 타블로이드성에서 모두 4위 안에 든 조선일보도 지난해 6월 온라인 이슈 대응에 주력하는 조선NS 자회사를 설립한 바 있다. “두 언론사는 모바일 포털용 뉴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지면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들과 분리하는 경영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반면 “그렇지 않은 방식”을 선택하는 언론사도 있다. 타블로이드성 뉴스 생산이 적은 동아일보와 한겨레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모바일 포털 뉴스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시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만큼, 독립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가, 그리고 우리가 소비하는 저널리즘의 품질은 시민이 요구하는 품질 수준을 지켜주고 있는가.”
김창숙 교수는 “시민들을 보라고 뉴스를 만드는 건지 단순히 돈을 벌려고 만드는 건지, 언론이 사회적 책무를 완전히 방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단기적으로 돈을 버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신뢰를 잃는 방식이고 모든 언론이 다 같이 침몰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