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목록이 말해주는 것들
최근 예스24와 교보문고가 일주일 간격으로 올해 상반기 도서 시장 결산 자료를 발표했다. 두 자료의 공통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소설이 강세를 보였고, 유튜브가 책 판매를 견인했으며, 인공지능(AI)과 투자서가 시장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두 자료를 읽으며 눈에 들어온 것은 베스트셀러 목록보다 독자들이 책에 도달한 이유였다. 무엇이 팔렸는지보다 사람들이 왜 그러한 책들을 찾았는지가 더 흥미로웠다는 것. 베스트셀러의 얼굴은 제각각이었지만, 독자들이 책에서 찾은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AI PC의 의미
인터넷, 스마트폰과 함께 사람들의 삶을 바꾼 역사적 변곡점이 된 제품을 꼽는다면 단연 개인용 컴퓨터(PC)다. IBM이 1981년 출시한 퍼스널 컴퓨터(PC)라는 상표의 제품은 그전까지 제조기계나 다름없던 컴퓨터의 통념을 뒤엎고 누구나 책상 위에 컴퓨터를 올려놓는 1인 1PC 시대를 열었다.PC 등장 전까지 컴퓨터는 주로 냉장고만 한 크기의 거대한 메인프레임이 대세였다. 기업들은 메인프레임을 줄지어 세워 놓은 별도의 방을 전산실이라고 불렀다. 이 같은 컴퓨터에 대한 통념을 뒤엎고 PC 시대를 연 기업이 메인프레임으로 떼돈을 번 IB
"일해서 먹고 살기 참 힘들다"
월 400만원 정도 버는 월급쟁이가 서울 강남구에 아파트를 사려면 74년이 걸린다고 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지난해 조사다. 식비와 의류비 등을 제외한 것도 아니고 통째로 모았을 때를 가정했다. 어느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강남구의 집값 경쟁 상대는 국내가 아니라 뉴욕이나 도쿄 같은 메트로폴리탄이라 우리나라 경제 상황으로 이해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도발적인 주장까지 내놓는다. 74년이라니. 그렇게 일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의 법적 정년은 60세일 뿐 아니라, 여러 연구에 의하면 60세 이전 50세를 지나면서부터 이미…
지방선거에서 여성이 이용되는 방식
대표성 측면에서도 의제 측면에서도 성평등을 찾아볼래야 찾아보기 어려운 이번 지방선거에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 두 장면이 있었다. 3월31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성동구청장 재임 시절 여직원과 휴양지에 동행했고, 이후 출장 관련 서류에서 해당 직원의 성별이 남성으로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후보는 당시 멕시코에서 열린 민주주의 포럼 한국 참여단 11명의 일원으로 출장을 갔고, 성별 표기는 오기라고 해명했다.이 사건을 특별히 기억하는 것은 그 공무원과 동년배인 여성 노동자로서 느낀 모욕감
'투키디데스 함정'과 진정한 대국 관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말을 또다시 꺼내 들었다. 14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전 모두 발언에서다. 미중 양국이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을 뛰어넘고 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이는 역사와 세계, 인민의 질문이고 미중 지도자들이 함께 써야 할 시대적 답안이라고도 했다. 시 주석은 2015년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투키디데스 함정은 없다고 말했고, 2024년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투키디데스 함정은 역사적 숙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각각
결과도, 신뢰도 망치는 공감 없는 스포츠 행정
스포츠에서 기억되는 게 승패와 결과라면, 스포츠 행정에서는 태도로 기억된다. 선수, 지도자, 또 그와 연관된 관계자에 팬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이어져 있기 때문에 행정의 방향은 물론 태도도 중요하다. 최근 체육계에서 가장 큰 조직으로 꼽히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에서 벌어진 일들은 스포츠 행정이 얼마나 공감 능력을 잃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공감 없는 행정은 체육계 개혁과 월드컵 성공이라는 결과, 그리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신뢰를 망치고 있다. 최근 대한체육회 김나미 사무총장은 경기 중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중학생 복싱 선
돌이 없어 석기시대가 끝났을까
에너지전환이 화두로 다시 떠올랐다. 2020년 탄소중립 선언 이후 한동안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것은 물론, 정부 내 조직명에도 들어갔던 에너지전환은 2년이 채 되기도 전 사라졌다. 이후엔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일반적인 표현임에도 이데올로기적 개념으로 치부됐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에너지전환은 다시금 정부 내 조직명에 등장하게 됐고, 중동전쟁으로 인한 원유 수급 위기에 다시금 주요 뉴스에서 볼 수 있는 키워드가 됐다. 2020년의 에너지전환과 2026년의 에너지전환의 뉘앙스는 다르다. 엄밀히 따지면, 국내 한정의 이야기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중간 성적표
얼마 전 공개된 통계를 보면 중국은 미국이 세운 무역장벽의 우회로를 찾은 듯하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중 상품교역 총액은 4147억 달러로 전년보다 28.7% 줄었다. 미국의 대중 수입도 29.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로부터의 상품 수입은 28.9% 늘었다. 중국이 아세안을 우회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대미 수출을 이어간 결과다. 특히 베트남은 멕시코와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 상대국으로 올라섰다. 동시에 대중 수입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빠진 자리
'왕과 사는 남자'가 보여준 단순한 영화의 미학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국민 3명 중 1명이 봤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이미 1위다. 그 흥행 동력은 무엇일까. 천만 영화는 단일한 요인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대진운도 좋아야 하고, 스타 배우도 필요하다. 당시의 관객이 원하는 정서를 대중적인 화법으로 풀어낼 줄도 알아야 한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미다. 거기에는 단순성의 미학이 수반된다. 단순성을 깊이가 없다거나 수준 낮은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는 영화는 놀랄 만큼 단순한 것이다. 단순함이 드러내는 뜻밖의 표정이 영화의 풍요로
뉴욕타임스 주가는 왜 올랐을까
2월 말 미국 이란 전쟁이 터지고 나서 증시가 요동친 가운데 꾸준히 상승해 눈길을 끄는 주식이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다. 2월 초 60달러대에 머물던 뉴욕타임스 주가는 전쟁 발발 후 꾸준히 상승해 4월2일 현재 85.69달러(13만145원)까지 올랐다.혹자들은 뉴욕타임스가 전쟁주로 분류돼 주가가 상승했다고 봤다. 사람들이 전쟁 보도를 많이 보면서 뉴스 소비가 늘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미국 증권 전문가들은 다르게 봤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뉴욕타임스의 인공지능(AI) 도입 등 강력한 디지털 전략에서 주가 상승의 동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