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위한 톨레랑스는 없다
그 말을 이런 의미로 사용하게 될 줄 몰랐다. 핏대 선 혐오의 말을 쏟아내는 이들과도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톨레랑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다랐으니 말이다.이제는 고인이 된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의 홍세화 작가를 통해 알게 된 톨레랑스. 그에 따르면 톨레랑스의 핵심은 내 생각이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다른 사람의 생각과 태도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상호적 관용의 자세다. 또 자신의 생각과 행동만이 옳다는 독선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하고,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믿음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세계화를 향해 뻗어 나가던 1990년대…
누가 내전을 꿈꾸는가
과테말라는 1954년부터 1996년까지 42년간 내전을 치렀다. 그 기간 20만명 이상의 민간인이 학살당했고, 5만명가량이 실종되었으며 1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무자비하고 기나긴 내전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내전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하코보 아르벤스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미국의 CIA와 유나이티드 프루트가 과테말라 군부와 공모해 일으킨 쿠데타 계획 피비 석세스(PB Success)가 성공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 사건의 진정한 배후엔 프로이트의 조카이자 미국의 홍보 전문가였던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SNS와 공사 구분론
공사(公私)를 구분하는 일이 적어도 기자들에게는 익숙하고 시급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공인 보도는 사인에 비해 자유롭다. 어떤 사안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면 취재보도의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해진다. 이 두 가지 측면의 완벽한 조합인 공인의 공적 관심사를 다룬 기사에 관해 언론이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으로 책임질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공사 구분에 능숙한 기자들 중 상당수가 페이스북이니 엑스(X) 등의 SNS를 공적 영역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시각에는 나름의 근거와 맥락이 있을 것이나, 그러한 판단이 적절한지는
언론과 민주적 서사의 위기
1월14일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변론이 2월25일부로 종결되었다. 놀랍게도 이 변론 기간에 윤석열과 법률 대리인단, 국민의힘, 극우 지지자들이 계엄을 정당화하고 사법 체계와 분쟁 해결 기관으로서 헌법재판소의 입지를 부정하는 온갖 거짓과 음모론의 말 잔치를 벌였다. 더 놀라운 건 이런 말들의 잔치에 많은 언론이 상당히 동조했다는 사실이다.민주언론시민연합은 49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이 기간에 발행된 기사 8187건을 분석해 내놓았다. 키워드 헌법재판소+헌재+윤석열+변론+탄핵심판으로 검색하여 중복 데이터 및 관련 없는 내용을
언론을 너무 잘 아는 정치인 그리고 언론유착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언론유착 의혹에 CBS 김현정의 뉴스쇼(이하 뉴스쇼)가 소환됐다. 화제성이 큰 정치인과 청취율이 높은 방송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단도직입으로 묻겠다. 유착인가?뉴스토마토 단독 보도에 따르면, 개혁신당에 제공된 비교섭단체 정책지원비 중 6000만원이 이준석 의원의 주도하에 민컨설팅에 지급됐다. 민컨설팅은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박성민씨가 대표로 있는 정치컨설팅 업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에게도 500만원이 지출된다고 한다. 이준석 의원이 당 정책 역량을 키우라고 제공되는 국
내란사태 관련 보도와 따옴표 저널리즘의 문제
내란 사태 이후 언론의 속보 경쟁과 따옴표 저널리즘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따옴표 저널리즘, 즉 인물의 말을 따옴표 안으로 넣어 단순히 전달하기만 하는 보도들은 객관성을 가장하지만 사실상 저널리즘의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제목에서의 인용 보도가 갖는 문제들이 논의되어 왔는데, 지난 두 달여간 수많은 기사 제목이 특정 인물, 말한 내용으로 제시된 상황은 기존의 따옴표 저널리즘이 비판해 온 문제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신문방송 모니터 결과로…
M&A가 미디어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미디어 산업에서 인수합병(MA)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활용된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MA를 통해 콘텐츠 제작 역량을 키우고, 유통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신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다. 특히, 미국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미디어 산업 생태계를 확장해 왔다. 본 칼럼에서는 최근 MA 사례를 통해 미디어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분석하고자 한다.미국 미디어 산업에서 MA는 필수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스카이댄스 미디어(Skydance Media)의…
정보공개청구, 쓸만한 취재도구인가
정보공개청구만 17년째 하고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르면 정보공개청구 전문가라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일까, 간혹 기자들에게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자료를 못 받았어요. 어떡하죠?라는 질문을 받는다. 내가 받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야말로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을 끔뻑거리게 된다. 자료가 없어서 못 준다는 건지, 있지만 공개할 수 없다는 건지, 비공개라면 그 사유는 무엇인지 다시 질문과 대답을 오가며 맥락을 확인하고 이번에는 내가 기자에게 묻는다. 시간은 얼마나 있으신가요?정보공개청구는 오랫동안 활용되어온 취재기법…
견제장치 없는 뉴스와 파괴된 공론장
픽사가 만든 최고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애니메이션 〈월E〉. 뛰어난 연출력으로 영화적 재미와 가볍지 않은 감동을 선사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데 내겐 특히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지구청소 로봇 월E가 우연히 만난 탐사로봇 이브를 좇아 하늘 위 우주선 안으로 날아간 뒤 인간들과 마주치는 장면. 수백년 동안 우주선에 머물던 인간은 완벽하게 세팅된 환경에서 무한한 쾌락을 맛보는 중이다. 눈앞에는 각자에게 최적화된 오락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손을 뻗으면 언제든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세팅된 낙원 같은 공간. 인간은 다른 곳으
'내란성 불면증' 시달리는 민주공화국 시민들을 위하여
워터게이트 사건이란 1972년 6월, 닉슨 대통령의 측근이 고용한 이들이 그의 재선을 위해 워싱턴D.C에 있는 워터게이트 호텔 민주당 선거본부에 불법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 했던 미국 역사상 최대의 정치 스캔들을 말한다. 그러나 사건 발생 초기만 하더라도 미국 언론은 물론 누구도 이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초기에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고, 당시 국민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분노를 야기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대통령이 이 사건을 사전에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대통령의 권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