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가짜뉴스 '언론사, 기자, 이용자 모두 피해'

네티즌이 만들고 유포, 허위 사실이 '사실' 둔갑…




  인터넷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가짜뉴스  
 
  ▲ 인터넷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가짜뉴스  
 
인터넷에서 ‘가짜뉴스’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최근 매체별로 잇따라 게재됐다. 가짜뉴스의 등장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지만 근래 들어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특정업체나 특정인에게 피해를 주며 여론을 조작하는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네티즌에 의해 허구의 사실이 생산되기도 하며 기존의 뉴스가 조작되는 형식으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거짓 사실이 기성 매체를 통해 사실인 양 둔갑하는 경우도 있으며 네티즌의 댓글 등에 나타난 허위 사실이 유포되기도 한다.



특히 가짜뉴스는 특정 업체나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기성 언론사와 기자의 이름을 도용해 유포되는 등 언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가짜뉴스의 개념과 유형



가짜뉴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 공간에 모두 존재하고 있다. 오프라인은 이른바 ‘증권가 찌라시’라고 불리는 정보성 내용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연예가 뒷얘기나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믿거나 말거나’ 식이다.



오프라인의 가짜뉴스는 일반적으로는 허위 사실임이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에 넓은 영역으로 확산되지는 않는다. 다만 조직적으로 개입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경우는 범죄로 이어져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그러나 온라인의 가짜뉴스는 ‘아무생각 없이 장난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사의 형식을 완벽히 갖춘 것도 온라인의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쉽게 만들어지며 유포되는 시간도 매우 짧다. 버젓이 기존 언론사와 기자의 이름이 도용되고 기사의 리드, 본문 등도 전혀 의심할 수 없어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 가짜뉴스는 네티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유형이 대부분이다. 처음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완벽히 꾸며낸 유형이 있는가 하면 기존의 기사에서 단어만 몇 개 바꿔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 또 네티즌들의 허위 사실 유포가 기존 매체에 의해 기사화되면서 사실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기자가 처음부터 허위 사실을 확인 없이 보도해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도 나타난다.





가짜뉴스 사례 1 네티즌 ‘조작형'



지난 12일, 주요 언론들은 사회면을 통해 ‘인터넷 가짜뉴스’의 사례를 보도했다. 보도의 주요 내용은 가짜 인터뷰 기사의 유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대학 교수, 허위 사실의 기사로 피해 받은 게임 업체 등으로 언론들은 ‘신종 범죄’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얼마 전 이화여대 여성학과 장모 교수는 ‘군복무 가산점 제도 부활 논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내용의 가짜 인터뷰 기사 때문에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받는 등 피해를 입었다.



이 기사는 장 교수가 한 여성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남성에 대해 비판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본문은 대부분 장 교수의 말을 인용한 형식으로 구성돼 있으나 출처가 분명치 않았다. 이 가짜뉴스는 포털사이트 블로그나 게시판, 해당 대학 게시판 등으로 확산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장 교수는 사이버 폭력을 견디다 못해 “그런 인터뷰 한 적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게임 업체인 ‘네오위즈’가 무료서비스로 새롭게 출시한 온라인 게임의 ‘유료화’ 계획이 연합뉴스와 기자 이름이 버젓이 게재된 채 유포되기도 했다. 이 경우는 실제 다른 게임 업체의 유료화 계획 관련 기사를 업체명만 바꿔 조작한 사례다. 이달 초에는 역시 게임 업체인 ‘넥슨’이 모방을 이유로 다른 게임업체를 고소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허위 기사도 나돌았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언론사와 기자이름이 명확하고 기사 형식도 무리가 없어 당황스러웠다”며 “해당 언론사에 확인해봤으나 거짓임이 밝혀졌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이미 많이 유포돼 있었다”고 말했다.





가짜뉴스 사례 2 거짓이 ‘사실’로 ‘둔갑형'



네티즌에 의해 직접 작성되거나 조작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부터 거짓이 ‘사실’인 양 기사화되고 유포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6일 포털사이트 등으로 뉴스를 공급하는 T 매체는 ‘스웨덴 가면 여성 치마 속 훔쳐봐도 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는 스웨덴이 여성의 치마 속 들여다보는 행위를 합법화 시켰다는 내용으로 T 매체는 ‘위클리 월드 뉴스 온라인’을 인용해 스웨덴 의회가 3백32대 17이라는 표결차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포털사이트 등으로 전송되면서 상당한 조회를 기록했고 일부 스포츠신문 사이트는 이를 기사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사는 거짓이었다. 인터넷신문인 ‘도깨비뉴스’는 14일 T 매체의 기사는 ‘위클리 월드 뉴스’라는 해외 사이트의 기사를 인용한 것으로 스웨덴에서는 그런 결정을 한 바 없다고 확인했고 기사의 출처인 해외 사이트는 이른바 거짓 내용을 위주로 허구의 사실을 게재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T 매체의 기자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색을 통해 그런 내용을 알게 됐고 기사화했다”면서 “그러나 거짓임을 알게 돼 포털에서 해당 기사를 다 내리기로 결정했으며 실수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올 초 영화배우 고 이은주 씨의 자살 관련 보도에서도 가짜뉴스는 발견됐다. 당시 이 씨와 관련해 수백 건의 기사들이 만들어지던 중 ‘이 씨가 출연했던 영화에서 사망한 날짜와 실제 자살한 날짜가 똑같다’는 내용의 보도가 일부 매체들로부터 쏟아졌었다. 그러나 이는 네티즌의 댓글을 통해 파생된 것으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네티즌의 ‘낚시질’(거짓 게시물을 올려 방문자수를 늘리는 행위)에 언론이 걸려드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한 사이트 게시판에는 ‘개똥녀’ 사건의 본인이 썼다는 해명글이 올라와 일부 매체들이 보도했지만 ‘가짜’였다. 또 ‘덮녀’로 알려진 이의 어머니가 썼다는 호소문도 일부 매체에서 보도됐으나 네티즌의 장난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언론사 및 기자 명예훼손 우려



인터넷상의 가짜뉴스는 매우 쉽게 작성되고 유포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뉴스 기사를 막무가내로 퍼나르는 것이 일상화 돼 있으며 기사를 고치기도 매우 쉽다. 일반적으로 언론사와 기자 이름이 명기된 기사일 경우는 이용자들이 여과 없이 신뢰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거짓임이 밝혀질 때까지 해당 언론사와 기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명예를 훼손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기자의 이메일 주소가 명시된 경우에는 사이버 폭력성 메일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연합뉴스의 한 기자는 “이런 경우를 당하면 그저 황당할 뿐이다”면서 “허위 사실의 유포가 범죄라는 점에서 네티즌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사와 기자가 이 같은 경우로 피해를 입었다 해도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해 제도적인 장치 마련의 고민도 필요하다.



사이버 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최초 게시물의 기록이 삭제되면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면서 “터무니없는 내용이 아니라면 많은 네티즌이 가짜뉴스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한 신문사 기자는 “기사의 저작권 제도화도 한 가지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인터넷상의 뉴스가 너무 많기 때문에 포털에서도 검증된 매체를 서비스해야 할 것이며 이를 가려내는 일종의 ‘인증’ 제도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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