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합동군사훈련?
김규진 대령·공군본부 공보과장 | 입력
2005.08.24 09: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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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진 대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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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부터 시작된 중·러 연합군사훈련을 두고 한국을 포함, 서방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이 훈련이 어떤 것인지, 왜 그리 관심을 끌고 있는지는 많은 보도에서 잘 다뤄지고 있으나, 합동군사훈련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이 없는 듯 하다.
군사 분야에서 합동(合同·joint)이란 동일국가 내의 육군 해군 공군 등 2개 군 이상의 단위부대가 동일목적으로 참가하는 각종 활동이나 작전 편성을 지칭한다. 이 용어의 용례는 합동교리, 합동작전, 합동훈련, 합동전장운영개념, 합동참모회의 등 수없이 많다.
종종 합동과 혼동되는 개념으로 연합(聯合·combined)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2개 이상의 국가 또는 그 군대 등이 공통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한미연합작전, 연합훈련, 한미연합군사령부, 조명연합수군 등에서 그 용례를 찾을 수 있다.
합동과 연합 두 개념의 구분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에서도 공히 사용된다. 이렇게 보면 중·러 합동군사훈련은 ‘중·러 연합군사훈련’으로 쓰여야 옳다. 일부 외신에서 ‘joint military exercise’라고 오기하자 국내 언론 역시 이를 여과 없이 따라 쓴 것 같다.
과거 모 일간지가 ‘팬텀’이란 별칭을 가진 F-4 전투기를 두고 ‘F-4 제공호’라고 써서 매체 공신력의 손상을 가져온 적이 있다. 제공호는 국내에서 조립 생산한 KF-5E/F 전투기에 붙여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사진 속의 항공기를 잘못 식별해 엉뚱한 이름을 붙여 보도한 사례도 있었다. 걸프전 당시 다수의 국내 언론이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F-18 호넷을 F-15 또는 F-14로 적어 군사 마니아들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언론 보도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종종 실수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과 기능은 실로 막강하다. 사람들은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듯 언론을 통해 세상을 본다. 보통의 수용자들이 언론의 오보나 실수를 구분하거나 인지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언론 보도의 대부분은 별다른 이의 없이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코끼리가 사람 먹는 것 봤어?”
“누가 그래? 말도 안되는…”
“신문에 났던데.” 라는 농담이 생각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