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삼성' 내용 반드시 진상규명해야"

구체적 비리 커넥션 밝히는 보도 적어 '아쉬움'...
제2회 JAK1030 콜로키엄 '국정원 X파일과 언론보도' 지상 중계




   
 
   
 
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안기부 X파일’. ‘X파일’은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 도청의 심각성을 각인시킴과 동시에 정·경·언·검의 ‘검은 커넥션’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X파일’이 드러나기까지의 과정과 그 내용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X파일’이 보도되기까지 한국 언론은 불법 도청 테이프를 공개할 수 없다는 법률적인 견해와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해야할 언론의 본령에서 갈등해야 했다. 그리고 X파일에 대한 본질이 불법 도청이냐 아니면 재벌과 정치권력의 검은 커넥션에 대한 것이냐를 두고 한국사회의 갈등은 깊어졌다. 또한 그 후 밝혀진 2백74개의 불법도청 테이프 내용공개를 두고도 한국사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한국기자협회는 X파일과 관련된 한국사회의 논란에 대해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명진 SBS 사회부 차장

유일상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한국언론법학회 차기 회장

이진동 조선일보 기획취재부 기자

이호중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 교수



사회=이상기 기자협회 회장





이상기=교수님 두 분은 수업도 있으신데 아침부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오늘이 두 번째 콜로키엄입니다. 오늘은 지난 여름을 무겁게 만든 X파일 사건에 대해 토론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참석자는 건국대 유일상 교수님, 외국어대 이호중 교수님, SBS 김명진 사회부 차장, 조선일보 이진동 사회부 기자입니다. 이진동 기자는 이번 X파일 사건의 최초 보도를 통해 ‘미림팀’의 실체를 밝히는 등 X파일에 대한 실체적인 단초를 제공한 당사자입니다. 오늘은 X파일 뒷이야기와 한달 넘게 보도된 X파일 보도에 대한 평가를 해보고요, 내용의 공개 여부, X파일 수사 어떻게 볼 것인가, 기업과 정치자금 문제, 이른바 ‘딥 쓰로트’의 문제는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X파일의 본질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는 불법도청이고, 또 다른 것은 삼성이란 대재벌로 대표되는 재벌의 정치권력에 대한 불법로비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검찰의 수사는 주로 불법도청에 맞춰져 있는 것 같고요,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내용과 불법로비에 대해서도 수사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쉬운 것부터 풀어간다는 취지에서, X파일 취재 뒷이야기부터 이진동 기자가 먼저 이야기를 해 주십시오. (웃으며) 취재원은 밝히지 마시고.





이진동=저의 경우 이 도청 문제를 2001년부터 쭉 취재해 왔습니다. 그래서 취재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왜냐면 취재원들이 그 전에 만났던 사람의 범주에 다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다만 공운영 미림팀장 그분의 입을 여는데 상당히 힘들었죠. 그리고 그분을 찾아가기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취재 초기 그 내용을 알만한 사람이 누군가를 생각해 보니, 딱 떠오르는 사람이 박지원 전 비서실장하고 천용택 전 국정원장이더라고요. 그래서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서 그분들 집 앞에서 며칠씩 있었죠. 박지원 실장은 회사로 전화가 왔었어요. “오늘은 안 만날 테니까 돌아가라.” 그날은 돌아갔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별 수단을 다 썼죠. 예를 들면 안 만나 주니까 장문의 편지를 썼죠. 그 당시에는 대충 머리 속에 그려놓은 퍼즐이었는데도, 나중에 보니 당시 편지에 써놓은 것들이 거의 다 맞을 정도로, 그러니까 추측이었지만 윤곽을 잡고 취재를 했었습니다.



천용택 원장의 경우도 사실 며칠씩 있으면서 별수단을 다 썼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아! 이 두 사람은 아무리 쫓아다녀도 절대 입을 안 열겠구나.’ 하고 판단했어요. 그 다음에 다른 길을 뚫었던 거죠. 아무튼 그런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이상기=김명진 기자! 법조 기자실에서 나온 이야기라든지…. SBS에서도 취재를 했었는데.



김명진=저희는 이진동 기자가 취재하는 시점에 보도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MBC에서 녹취록과 테이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오랫동안 나돌았는데, 제가 그 당시에는 ‘뉴스추적’이라는 프로그램에 있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죠. 대략적으로 MBC가 확보하고 있는 내용이 어떤 거라는 것은 물론 파악이 됐었죠. MBC가 홍석현씨와 이학수씨 간의 대화를 녹취한 것을 가지고 있고, 내용은 97년 대선자금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 중에서 대선자금 제공 내용은 물론이고 검찰 간부들에게 떡값을 제공했다는 내용도 있다. 그 내용이 공개됐을 경우에는 검찰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파급력이 엄청나다는 정도의 것만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도 아마 4월 무렵 쯤 되는 것 같아요.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 여기 저기 알아보고. 그건 비단 우리 언론사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중앙일보 같은 경우는 직접 당사자이기 때문에 더 깊이 알아봤을 것이고, 저는 이것이 보도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알아봤던 부분이 있었죠. 그래서 대략적으로 테이프 내용과 당사자, 그로 인해 MBC가 고민하고 있는 것에 대해. MBC가 보도한다고 했을 때 검찰에서 사장까지 구속시키겠다고 협박을 했었다는 것들. 그런 등등의 것을 듣고 있었죠.



그런 대략적인 내용들을 가지고 있었던 차에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갔죠. 사실 이진동 기자가 열심히 취재를 했지만, 조선일보를 딱 보면서 제가 받은 느낌은 ‘야! 이거 굉장히 지능적으로 보도를 썼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왜냐면 녹취록 내용을 언급할 경우에는 명예훼손 문제, 그 내용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위험성을 피해가면서 국가기관의 도청이라는 문제, 그런 차원에서 문제제기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지능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저는 조선일보 보도 1주일 전 조선이 다음 주 정도에 보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 나올 것인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나중에 내용을 보면서 ‘미림팀’ 이걸로 풀어 나갔구나. 어쨌든 언론사로서, 뭐라 그럴까, 지능적이고 기술적으로 잘 접근했다고 생각하고 결국 그것이 도화선이 돼서 오늘날 X파일 문제로 번져 나갔습니다.

저는 사실 도청 테이프 내용에 대한 확인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예컨대 당사자들과 직접 만나서 도청 테이프가 과연 진실된 내용을 담고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었고, 사실 국가기관의 도청이라는 것은 그 당시 주지의 사실이다시피 했기 때문에 저는 거기에 별로 주안점을 둘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 점은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판단미스랄까요.



두 번째는 ‘X파일’은 언론사가 얽혀있는 문제였어요. 중앙일보가 연루 돼있고, MBC가 테이프와 녹취록을 입수하고 있었고, 내부적으로 굉장히 보도 여부를 놓고 고민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었고요. 그런 상황에서 어찌 보면 우리는 좀 관망 비슷한 상황이었지요. 그리고 우리는 취재를 나름대로 해 봤지만 그걸 우리가 보도해야한다는 생각은 못했던 거구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반성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 역시 내용이 확인되면 방송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내용 확인을 못했어요.



조선일보의 경우는 ‘미림팀’으로 문제를 풀어나갔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문제제기 자체는 굉장히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경위야 어찌됐던 간에 또 그게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와의 미묘한 문제도 얽혀있고, 굉장히 복잡한 변수들이 언론사 내에서 있었는데,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공적인 문제로 제기됐다는 점에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이진동=제가 한마디 해도 되겠죠?



이상기=예. 자유롭게 하세요. 순서 없이.



이진동=언론사 문제도 나왔고, 취재 과정도 나왔는데… 저는 조선·중앙의 관계 뭐 이런 거는 기자로서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보거든요. 취재를 한 다음에 나중에 보도할 때는 진통이 있을 수 있고 그러지만, 취재하면서까지 그런 것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기자는 기사가 된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취재하고 그 다음에 공론화, 즉 보도가 되느냐 안 되느냐의 여부는 그 다음의 문제죠. ‘이게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에 취재를 안 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죠.

또 하나 ‘지능적으로’라는 말을 하셨는데, 약간 좋은 투로 말씀하셨죠?



김명진=표현이 그랬던 것이지(하하하). 느낌은 그랬어요.



이진동=위험성을 피해갔다는 것은 일부러 의식해서 피해가는 듯한 어감을 주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고. 저는 테이프 자체를 구할 수가 없었어요. MBC 쪽에도 알아봤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에 대해서만 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테이프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었어요. 테이프가 과연 누구한테서 나왔느냐, MBC에서 못 얻으면 그 테이프를 MBC에 넘긴 사람한테 가야 그 테이프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그래서 공운영 씨를 많이 설득했죠. 테이프를 달라고. 그런데 이 사람은 “테이프는 절대 안 된다.”, 그리고 “없다. 있어도 못준다.” 이런 입장이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테이프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확인이 안 되니까 내용을 쓸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도청문제를 제기하게 된 거에요. MBC가 보도 못한 이유가 도청한 사람에 대한 출처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봤기 때문에 도청 문제를 제기해 놓으면 저절로 일이 풀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용에 대한 부분은 저는 MBC가 테이프를 갖고 있다면 MBC가 보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취재할 때부터 그렇게 생각을 했고, 처음엔 테이프를 구해봐야겠다고 욕심을 냈지만 나중에는 테이프가 없어도 기사를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는 직감을 느꼈죠.



이상기=이 사건은 앞으로 언론학적으로도 상당히 좋은 케이스가 되겠죠?



유일상=저는 문제가 둘로 갈라진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수사 등과 관련된 일을 하는 정보기관, 국가기관의 활동이란 부분하고, 그 다음 어떤 방법이든지 동원해서 취재를 해야 하는 언론의 문제하고 이 둘을 갈라서 봐야한다고 봅니다. 어떻든 국가기관에 고용된 사람이 국가기관과 계약을 파기하면서 자기 사익을 위해서 테이프를 기자들에게 공개했단 말이죠. 일단 입수한 테이프에 대해 기자들은 국민들의 알 권리 존중 차원에서 보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MBC든, SBS든, 조선이든. 잘 아시겠지만, 일본 미시야마 기자의 경우 한 30년 만에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국가이익과 관련해 국가가 판단하는 거하고 언론이 판단하는 게 다를 수가 있다. 이래서 자기는 외무성 출입하면서 외무성 사무관하고 소위 통정행위를 하면서까지 취재했는데, 검사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은 그 통정행위에 초점을 맞췄단 말이죠. 그 결과 “통정행위를 한 것은 취재 방법의 상당성 범위를 넘어 선 것이다”는 판결을 했는데, 이번 ‘X파일’의 경우는 기자들이 취재를 하는 데 있어서 취재 방법을 오버한 것이 하나도 없고, 나름의 게이트 키핑 과정을 다 거쳤어요.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아직 굉장히 궁금한 것이 많으니까 언론기관이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것에 대해서 더 밝혀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상기=처음에 실명이 공개된 게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내는 바람에 그 테이프에 나오는 사람이 홍 대사하고 이학수 본부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법 전문가로서 이호중 교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이호중=사실 저는 뭐 언론 쪽은 잘 모르고, 형사법 쪽이 전공인데. 그동안 명예훼손 쪽은 아마 보도를 하시면서 많이 신경 쓰실 거고 그리고 판례 같은 것도 많이 아실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통신보호비밀법(이하 통비법)상으로 도청내용을 공개하지 못한다고 하는 부분이 실제 보도하는 과정에서 보도를 자꾸 늦추게 된 하나의 요인이 됐습니까? 어떻습니까? 내부적으로요.



김명진=그럼요. 우선 MBC, 제가 MBC 기자가 아니어서 정확하게 전달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어쨌든 저희는 경쟁사로서 그 쪽의 동향을 계속 봤죠. 그런데 MBC에서 보도를 망설였던 이유가 제가 알기로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소스. 취재원을 밝히기가 어렵다는 측면하고 그 당시 취재원과 금전적인 거래가 있었다는 말이 있었어요.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통비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도하는 즉시 해당기자와, 해당 보도국장과 본부장, 사장까지 구속시킨다는 얘기가 돌았어요.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정도로 MBC가 압박을 받고 있었고, 그 압박에서 가장 큰 수단이 바로 통비법이었죠.





‘통비법’ 전면 적용은 불합리한 측면 있어



이호중=예. 어쨌든 지금 현재는 법체계상 공개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보는데, 아실지 모르겠는데 미국 판례 중에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판례가 하나 있더라고요. 바트니키 사건이라고 2001년에 있었던 사건인데, ‘X파일’과 굉장히 유사한 사건입니다. 뭐냐면 학교 위원회(School Board)하고 교사 노조하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노조 쪽 사람들이 대화한 내용을 불법 도청해서 그 내용을 학교 보드 쪽 사람, 반대편 사람에게 누군가가 보냈고 그것을 그 사람이 지역 언론사에 보내 언론사에서 그 내용을 틀어준 것입니다. 그 내용을 보면 학교 관계자 집에 가서 집을 날려 버리겠다는 등의 표현이 나오는데, 또 임금 협상에 관해서도 뒷이야기나 전략 같은 것들이 포함 됐었거든요. 미국도 우리와 통비법이 비슷해요. 다 처벌하게 돼 있어요, 예외 없이. 그런데 당시 이게 연방대법원까지 갔는데 연방대법원에서 뭐라고 했냐면 언론의 자유가 더 우선적으로 보호돼야할 가치가 있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정적으로 위헌이다, 적용될 수 없다고 그래서 결국 무죄가 됐어요. 그래서 불법 도청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적법했으면 된다. 그러니까 언론사가 직접 도청을 하지 말았어야 되고, 도청한 내용을 입수하는 것이 적법한 과정에서 입수가 됐어야 하고, 그 다음에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공익적인 필요성이 커서 당사자의 어떤 사적인 대화라든가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보다 공익적 필요성이 상당히 크다고 인정될 수 있으면 그 범위에서는 형사처벌이 면책될 수 있다고 판결을 내렸거든요. 이것이 우리의 경우에도 도청 테이프의 언론 공개와 관련해서 큰 시사점을 주는 그런 판결이라고 생각이 되요.



사실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법제도가 미국처럼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 강하게 보호하는 법제도는 아닌데, 그래도 일률적으로 내용 공개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는 사실상 언론의 자유와 알권리를 침해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는 것은 사실이거든요. 그 대법원 판결은 언론사에 대해서 얘기한 겁니다. 언론사에 대해서만 면책이 된다는 것이죠. 아까 교수님도 보도 문제와 수사 문제는 다르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그렇게 구별을 해서 봐야할 것 같고, 보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통비법 규정을 통해서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소한 언론 쪽에 있는 사람들이 내용을 공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물론 공익이 더 크냐 아니냐는 판단은 최종적으로 언론사가 해야 되고 법원이 거기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겠지만, 어쨌든 면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줘야 되는 것 아니냐.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현재 규정이 명시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통비법상의 규정에 의해서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큰데요, 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실제로 재판이 진행된다고 한다면 헌법소원을 제기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지 않나 그래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과 비밀의 보호라는 측면에 대해서 우리 사회 나름대로 헌법적인 가치 판단을 구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통비법 규정을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어요.



이상기=예. 더 토론하실 내용이 있으십니까? 없으면 라운드 2로 넘어가겠습니다. 이번에는 보도됐던 신문·방송·인터넷 보도에 대한 평가를 해보도록 하겟습니다. 반론이 있으시면 바로 해도 좋습니다. 이번엔 유 교수님부터 X파일 보도에 대해서 평가를 해주세요.



유일상=지금 들으니까 체크북 저널리즘의 가능성이 있다는 걸로 들려요. 취재원과 돈거래를 하면서 언론이 정보를 입수했다면 언론인으로서 직업윤리를 벗어난 못된 짓이죠.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언론이 스스로 짚어 봐야할 필요가 있고, 만약 그랬으면 공익을 따지기 전에 언론도 근본적으로 취재 상당성의 범위를 넘어선 짓을 한 걸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통비법이 여러 가지 국가 활동을 보호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미국에서 이런 법이 만들어 진 것이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생긴 것으로 이해가 되는데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이 법이 생겼다면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엔 각별히 신경을 써야 되겠죠. 프라이버시는 절대적으로 공익이 앞서지 않는 한 침해되지 않아야 하는데, 이번 X파일은 공익문제와 직결된 정경 유착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특정 신문사의 경우 정경유착 행위가 드러나니까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고.. 도덕적으로 떳떳하다면 (X파일 보도는) 잘한 일이라고 보여 지고 통비법의 한계는 언론 자유라는 더 큰 가치 때문에, 아무리 우리나라 언론의 자유가 미국처럼 완벽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뭐가 많이 걸려 있잖아요? 그래서 이상한 법도 만들고 언론에 돈도 대주라고 그러는 나라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호중=아까 ‘취재원 확인이 안돼서 늦었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언론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고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 우리 언론보도가 일반적으로 봤을 때 복수의 취재원을 확인하지 않고 한 둘의 취재원으로 보도를 하는 그런 것들 때문에 사실상 나중에 허위로 밝혀지고, 뭐 이런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저는 삼성 건은 취재원 문제에 그렇게 집착한 것은 아니지 않았냐 하는 생각인데요. 이것은 돈을 줬다. 돈을 주기로 했다는 것 밖에 안나오죠 사실 내용은. 그런데 실제 돈을 줬는지 받았는지 하는 것은 우리가 확인이 안 되지만, 수사·범죄에 있어서는 그것이 더 중요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 실제 언론보도에서 중요한 것은 삼성이 그런 공작을 했다는 것. 어쨌든 삼성에서 그런 논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정경유착에 있어서 근본적인 문제고, ‘실제 재벌에서 이런 논의를 했다더라’ 이것만으로도 저는 굉장히 중요한 공익성을 가지는 문제로 보거든요.



김명진=지금 교수님은 결과적으로 도청 녹취록이 공개됐기 때문에 그 텍스트에 의거해서 말씀하시는 것이고요. 그 당시 MBC에서 보도를 한다고 할 때 ‘MBC가 이런 보도를 한다 더라’, ‘그 내용은 이렇다 더라’ 라는 거죠. 저희 입장에서는 녹취록의 실체를 본 적도 없고, 녹취록이 실제로 있는 지도 모르겠고.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타사가 뭘 입수해서 취재한다 ‘카더라’ 만으로 보도하기는 어려운 거죠.

그러니까 MBC가 어떻게 포문을 열어 줄 것이냐? 어떻게 보면 다소 수세적 입장에서 준비하고 있었던 거죠. MBC가 뭘 취재하고 있고, 얼마나 확보하고 있고, 어떤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더라. 그러나 우리 눈으로 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3의 취재원이 확인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 역시 전문(傳聞)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에서는 보도를 하는데 있어서 부담이 되서 일보를 못하는 거죠. 만약 제가 입장을 바꿔서 그 테이프를 입수했다고 한다면, 아마 다양한 방법으로 취재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MBC가 끝끝내 망설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어떤 추측이 나왔냐면 저 테이프를 입수하게 된 과정 자체가,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떳떳하지 못한 거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어요. 솔직히.



그리고 나중에 도청한 팀이 미림팀이고 공운영이라는 사람이라는 얘기까지 취재를 해서 MBC, 조선일보에 나가기 전에 그런 얘기를 듣긴 했지만, ‘이것만 가지고 당사자를 만나지 못한 상황에서 보도할 수 있느냐’… 못하죠. 저희 입장에서는.

보도 평가의 문제는 처음에 조선일보에서, 물론 그 전날인가 동아일보에서 조그맣게 기사가 나갔어요. MBC 동향이라든가, MBC X파일… 그전에 시민단체에서 이미 움직이고 있었고, ‘MBC는 왜 보도를 하지 않느냐’고 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농성도 했죠. 그러다가 이상호 기자가 MBC 내에서 거의 왕따가 되는 분위기가 됐었고, 뭐 그런 복잡한 상황이 있었죠. 그 이후에 조선일보에서 처음 발표되자 모든 언론사들이 고민하다 ‘미림팀’이라고 하는 것, 그러니까 조선에서 테크니컬하게 그런 제기를 했기 때문에 도청 테이프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 그래서 각 언론사들이 따라가서 보도 했고, 그 다음다음 날인가 삼성 측에서 MBC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실명이 공개되고 본격적으로 테이프에 대한 논란으로 번져 나갔죠.



보도 평가를 하자면 단적으로 그런 문제는 눈에 띄더라고요. 첫 번째로는 어쨌든 그게 본격적으로 도청 문제, 녹취록 문제가 각 언론사에서 경쟁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각 사별로 이해관계에 따라서 극명하게 보도 태도가 갈렸어요. 우선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것이 MBC입니다. MBC는 삼성 측에서 반론을 해오고 법적인 제재를 취하기 시작하니까 그야말로 극단적인 반 삼성 보도 편향을 드러냈는데, 그 도가 때로는 지나쳤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순수성을 의심받는 보도 행태를 보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중앙일보 경우는 당사자이니 만큼 그 이후에 의도적으로 보도에 있어서 양을 줄여가는 행태를 보였거든요. 모두에 지적했던 것처럼 이번 사안이 크게는 국가기관의 도감청 문제와 도청 테이프 내용의 문제였다고 한다면, 중앙일보는 도청 테이프 내용에 대한 것보다는 어떻게든 도감청 부분 쪽에 포커스를 맞춰 사안을 그 쪽으로 끌고 나가려는 노력들을 하는 것이 지면에서 아주 역력하게 보였어요.

조선이나 동아 같은 경우는 나중에는 퇴화된 경우가 있는데 초기에는 다소, 제3자가 볼 때에는, 중앙일보라는 경쟁사에 대한 견제용 카드로 기사가 계속 나갔어요. 중앙일보를 압박하는, 중앙일보가 언론사로서 본분을 잃어버린 행태를 계속하니까… 그러나 그런 문제가 계속 강조되면서 제가 볼 때 ‘이건 경쟁사에 대한 견제용 기사가 많이 나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MBC의 보도태도 과도한 비난거리 아니야”



이진동=만약 내가 그 테이프를 가졌다면 어떤 식으로 보도했을 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까 그 부분에 있어서 이 교수님 말씀에 전적으로 찬동하는 게, 갖고 있지 않은 입장에서는 모르지만 갖고 있는 입장에서는 내용에 대한 부분은 취재가 필요하거든요. 기본적인 사실은 ‘두 사람간의 대화가 있었다’ 이것은 기본적인 사실이죠? 그런데 그 대화 내용이 사실이냐 아니냐 이건 추가로 취재해야 하는 부분이거든요.

그런 논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기사라고 생각했다면 저는 오히려 내용보다는, 내용은 차차 확인해 가더라도, 일보를 먼저 쓸 수 있었지 않을까하는 이런 생각을 해보고요.

다시 얘기가 돌아가지만은 저 같은 경우는 테이프를 갖고 있지 않은 입장에서는 쉽사리 그 내용에 대한 보도, 콘텐츠에 대한 보도는 할 수가 없었어요.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이게 테이프의 내용이다’라고 보도를 할 수가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테이프를 직접 갖고 있지 않는 한은 못 썼을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똑같은 문제에 봉착했을 거라고 봐요 저는. 테이프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 테이프가, 성분분석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실제와 똑같이 조작이 가능하대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정말 국가기관에서 도청을 한 것인지, 아니면 조작된 것인지 이게 증명이 안 되는 상황에서 MBC와 똑같은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MBC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너무 과도하게 비난할 것은 못된다고 봐요. 다만 각도를 왜 꼭 그 내용만 가지고 머리를 싸맸느냐 하는 부분에서는 아까 이 교수님의 지적에 동의를 하고요.

그리고 보도평가문제가 나왔는데요. 어떻게 보면 세 번째 논란 부분하고 연결이 되고 또 그 다음과도 연결이 돼 있는 부분 같은데요. 결과적으로는 본질이 2개이기 때문에, 도청이라는 부분하고 콘텐츠 부분하고 두 개이기 때문에 회사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고, 저희처럼 테이프가 없는 입장에서는 도청 쪽으로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거고 MBC는 갖고 있으니까 콘텐츠부분에 맞출 수밖에 없는 거고. 그런 차이가 있는 거지요.



유일상=제가 한 가지 말씀드릴까요? 이게 정경유착에서 나오는 문제라서 기업간에 자유경쟁을 방해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삼성으로선 굉장히 억울할 거예요. ‘나만 한 게 아니고 다른 곳도 다 했는데, 왜 우리만 터지냔 말이에요.’ ‘우리의 경쟁사. 조선일보 동아일보. 우리하고 매체적으로 경쟁하는 방송 매체가 우리를 깐다.’ 그러니까 중앙일보 입장인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만 할 겁니다. 자기네 입장에선 어디까지나 당사자고 또 사기업이고. 사기업의 영업활동에 엄청난 손해를 주는 이런 일들이 자기네를 상대로 일어나고 있으니까 이점에 대해서 중앙일보가 공익을 판단하는 데 다른 회사하고 다른 입장을 취한다고 해서 그 걸 비난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호중=저는 문외한이지만 지금 하신 말씀에 공감하지 못하는 입장인데, 실제 범죄에 걸린 사람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나만 하는 것도 아닌데…”이런 말을 많이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모든 범죄가 다 그렇습니다. 하다못해 절도도 뭐 안 들키고 넘어가면 되는 거고, 재수 없이 들키는 걸 수도 있고. 강간 같은 경우도 피해자고 고소하면 사건이 되는 거고,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넘어가기도 하고. 그런 거야 뭐 범죄나 비리 같은 것이 드러나는 여러 가지 소스가 있기 때문에, 그 중에 뭐가 드러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건데, 그것은 저는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고 생각을 하고.

중앙일보가 물론 삼성과 기업의 관계가 얽혀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을 한다 하더라도, 언론으로서 기본적인 사명도 있고, 지켜야 될 기준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너무 사주의 이익, 더 나가서 삼성과 유착되는 그런 것들을 너무 대변하려고 노골적으로 나가는 현상은 언론으로서 이해하기는 어려운, 심정적으로야 그럴 수 있다고 하겠지만, 결코 우리 언론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그런 현상인 것 같거든요.



유일상=큰 문제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이 교수님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중앙은 언론사지만 사기업이란 말이죠. 원래 중앙이란 회사의 본질적 속성이 재벌 언론사라는 점입니다. 중앙일보가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처럼 언론사로서 성장한 곳이 아니고 재벌이 돈을 많이 벌어서 언론사를 만든 것이기 때문에 중앙일보의 독특한 사회·경제적 위상을 봐야한다 이 말이죠. 왜냐면 생산력과 생산관계가, 즉 하부구조가 삼성으로부터 형성돼서 만들어진 이데올로기 기구인데, 그 이데올로기 기구가 형평성 문제에서 다른 사람과 다른 시각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정치경제학적으로 인정될만한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신문사가 경향기업이기 때문에 발행인의 의중을 전적으로 외면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이호중=그게 인정은 되지만, 양해가 돼야 할 부분은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로서는 존재하는 거니까. 그런데 그것을 기초로 비판을 할 수 있어야 되는 거지 그것을 양해해주자는 쪽으로 몰고 가는 것은 곤란하다는 거죠. 제가 말씀드린 취지는 그런 거고요. 전체적으로 한달 정도 언론보도를 쭉 보면 대체로 아무래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언론이 도청 쪽에 상당히 많은 비중을 둔 것 아닌가. 저도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법적인 차원에서 보면 도청문제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되기는 합니다만,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언론의 가치라든지 정보를 제공해야할 이런 측면에서 보면 언론보도가 한 50대 50정도로 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그런 아쉬움은 좀 남거든요.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상대적으로 계속 국정원이 DJ정부 때 도청했다는 고백도 이어서 하고, 이런 이슈들이 자꾸 도청 쪽으로 터져 나오니까 그 쪽으로 연결된 측면이 있고, 또 재벌과의 유착관계 문제는 사실 테이프의 내용이 공개된 다음에는 확인작업으로 가야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작업들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은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언론의 입장에서는 국가기관의 불법도청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그동안의 정경유착이라든지 특히 재벌들의 정치자금 제공의 문제, 또 검찰을 관리했다는 이 문제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거든요.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사법 권력까지도 재벌이 관리하려고 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이런 정치·경제·언론·법률 영역들에 얽혀진 비리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그런 계기로서는 충분히 작용했던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을 르포나 특집을 통해서 많이 살려주지 못했다는 느낌은 좀 받네요. 순전히 시민의 입장에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시민단체 입장 이해하나 언론현실은 ‘복잡’



김명진=충분히 이해가 가는데요. 제가 법조팀을 맡고 있으면서 시민단체나 우리 내부 모니터단 그리고 자문위원 이런 쪽에서 가장 많은 주문을 받는 게 바로 그런 측면입니다. “왜 테이프 내용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느냐” 그런 부분에 대해 파헤치라고 자꾸 보도를 촉구하는데 그럴 때마다 기자로서 이율배반적인 느낌을 받는 것은 뭐냐면 그니까 저널리즘이라는 게 현상을 보도하는 것이 있고, 아젠다 세팅을 하는 면이 있다고 봐요. 현장을 보도하면서 진실을 파헤치는 측면이 있고, 또 하나는 아젠다 세팅을 해서 계속 새로운 문제로 커런트 이슈를 끌고 가는 것이 있는데. 그런데 아젠다 세팅을 계속 되풀이할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보도가 아니고 사설이나 논설 내지는 그야말로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변해버려요. 그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 저는 MBC보도였다고 생각하거든요.



두 번째는 현상에만 집착하게 되면 계속 따라잡기 식, 중계방송식의 마치 앵무새 같이 되풀이하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그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의 문제인데, 적어도 이번 사안의 경우에는 방금 이 교수님 지적처럼 현상의 흐름을 분명히 도청 테이프의 유출 과정이라든가, 삼성과의 뒷거래 과정, 그 다음에 발견된 2백74개의 도청 테이프의 제작과정, 내용이 뭐가 담겨있을 것이냐의 문제들, 국정원에서 자체 진상조사를 중간에 하고, 이런 부분의 후유증으로 DJ가 입원을 하고, 정치권에서 복잡한 음모론이 나오고, 특별법 특검법 얘기가 나오고… 이런 식으로 사안이 쭉 흘러갔어요. 결국 전체적으로 국가기관의 도감청에 관한 내용이라는 이슈를 중심으로 커런트 이슈가 쭉 흘러갔거든요. 그럼 언론에서 그것을 “야 너희들 그거 잘못됐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국민의 권익을 책임져야 할 국가기관이 국민을 감시를 하고, 정치적인 공작을 벌이고. 이런 부분에서는 언론에서 엄중히 중요한 영역으로 다뤄야 되잖아요.



두 번째 테이프 내용 문제에 대해서는 실제로 언론에서 그것을 보도 안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처음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실정법과의 충돌을 피해나가면서 계속 도청 테이프 내용을 알려줬고, 또 그런 면에 있어서 적지 않은 언론이,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재벌의 부도덕성이라든가, 재벌과 언론권력과의 유착관계, 그로 인해 국가기관을 재벌의 입맛에 맞게 끌고 가려는 측면들, 그 다음에 국민들의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권리 행사인 대통령 선거를 방해하려는 행위들. 그런 부분에서 언론이 계속 지적을 했다고 보거든요. 다만 언론의 입장에서 그런 문제를 보다 더 끌고 갈 수 있는 이슈가 없었고, 그런 문제를 파헤치기에는 벌써 97년이라고 하는 8년 전 상황이었고, 그 상황을 언론의 입장에서 새로 들추어서 해낼 부분이 없었다고 하는 현실적인 관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민단체에서는 “왜 그 내용을 계속 하지 않느냐?”라고 얘기를 하는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딱해요. 그 입장을 이해하고 또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 기사를 끌고 나갈만한 어떤 소재가 없는 거예요. 그래도 우리보고 계속해서 사설 쓰듯이 하란 얘긴데, 언론은 또 그런 것이 아니거든요.



이진동=시민단체는 시민단체가 할 일이 있고요, 언론은 언론이 할 역할이 있어요. 언론은 언론이 할 역할이 있는데 그것을 왜 하지 않느냐고 하는 것은 좀 그렇고, 시민단체에서는 나름대로 “아 이런 문제가 늘어났는데”라고 촉구할 수는 있는 거죠. “수사도 해라.” 이게 바로 시민단체고요. 그렇다고 국가기관이 시민단체가 하라고 해서 다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물론 사회정의든 뭐 이런 부분에서는 맞을 수는 있지만, 각각 국가라는 한 테두리에서 해 나가는 역할은 다 다르단 말이에요.



언론에서도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 진실보도와 사실보도입니다. 진실보도와 사실보도는 미세한 개념 차이가 있다고 봐요. 사실보도라는 것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쓸 수가 없어요. ‘아! 저 게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예를 들어 도청 같은 경우도 그렇지 않습니까? 국가기관에서 도청했다는 거 다 아는 사실이에요. 공공연한 비밀이잖아요. 그런데 그것을 입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거든요. 입증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우리가 기사화를 못하는 거잖아요. 기사를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래서 그런 한계들이 있다는 거고요. 저는 너무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왜냐면 지금 현상적으로 쭉 도청 부분에 대해서 부각되고 보도가 많이 할애가 됐는데 앞으로 계속 가다가 보면, 특별법을 만든다거나 특검을 하자는 얘기가 나올 것이고 나중에 가서 콘텐츠 부분이 또 문제가 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갈 길이 먼데, “왜 지금까지 도청만 보도하고 왜 콘텐츠 보도 안하냐?” 이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앞으로 가면 갈수록 몇 개의 산을 넘게 되거든요.



이상기=예. 좋습니다. 공개여부로 넘어가도록 하죠. 어떤 사실을 취재해서 공개하는 것은 기자들의 몫이고, 그것을 또 방어하는 것은 검찰이나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었냐? 이걸로도 보도에서 논란이 좀 있거든요. 그것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공개한다면 어디까지 할 것이냐, 공적인 것만 할 것이냐 아니면 사적인 이것까지 할 것이냐. 공개여부, 범위도 논란이 있을 것 같거든요.



유일상=지금 그 기자들이 취재해서 공개된 과정부터 국민들이 궁금해 합니다. 국가정보기관이라는 것이 비밀스러운 조직인데, 비밀스러운 기관에 있는 조직원이 얼마나 나라가 망했으면 자기네 비밀을 터놓느냐는 거죠. 미국에서도 그런 사건들이 굉장히 많은데, 정보부원들이 나중에 자기가 경험했던 것을 공개하려고 하면 정보기관이 그것을 금방 알아서 압류를 합니다. 소송을 해서 그 정보에 대해 금지가처분을 내고. 이렇게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것도 하나도 모르고 특정 개인이 자기 마음대로 공개를 하고. 제일 큰 문제는 국가정보원이라는 기관이 무력해 졌고, 어떤 개인의 사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고 그러니까 국가정보원 자체가 이 기회에 없어지도록 기사를 계속 공개를 더 많이 하면 할수록 이게 저는 공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게 저널리즘이라는 것이 항상 센세이셔널리즘을 동반하잖습니까? 이게 가볍고 선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것은 잘 안하고 가벼운 것 보도하다 보니 개인의 사생활이 끼어들 수 있단 말이죠. 사생활에 끼어들었을 때 그 개인한테는 굉장히 크고 절박하고도 직접적인 생활유지의 위험이 될 수 있는 문제거든요. 생명하고도 마찬가지잖아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 그런 부분은 공개하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특검법 보다는 특별법이 바람직”



이호중=저는 일단 ‘기자협회보’ 칼럼에서는 하지마라라고 썼는데, 검찰이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고, 저는 그 당시 칼럼을 쓸 때만 해도 내용공개가 상당히 문제가 많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특히 프라이버시와 관련해서 하지마라고 썼는데, 전체적인 사회분위기는 특별법, 특검법이든 공개를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법적으로 보면 공개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문젠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언론기관에서 보도의 형태로 내용을 공개하는 경우에는 사실 이게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헌법적인 차원에서는. 그런데 그렇지 않고 검찰이 내용을 공개한다고 했을 때는 그거와는 법적인 판단기준이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현실적으로 국가기관은 개인정보에 대해서 일차적으로 보호해 줘야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그러한 기관이기 때문에, 그것이 공공기관의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경우가 아니면 공개를 할 수가 없게 돼 있거든요.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그러한 취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내용을 공개한다고 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저는 절대 찬성하기 어렵고 결국은 내용을 공개 하느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물론 현행법상으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고 방향은 결국 특별법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결과적으로 해결책이 되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특검법보단 특별법이 낫다는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인데요.



특검법으로 하게 되면 검찰이 공개한다는 것인데 아무리 공익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내용을 공개하는 주체가 되는 것은 국가기관의 업무로서는 성격이 맞지 않고 오히려 내용을 공개 한다 그러면 사실상 언론의 의무를 어떤 특정한 위원회에 부여한다는 그런 의미가 돼야 될 것 같고,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사회의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기구에, 물론 그 기구에 저는 언론기관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기구에서 내용 공개여부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공해 주는 그런 의미에서의 특별법 형태가 합리적인 형태라고 생각을 해요. 다만 문제는 법적으로만 봤을 때는 특별법 만능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점. 그러니까 우리가 이참에 어떤 불법 도청이라도 어떤 경우에는 공개될 수 있다는 헌법적인 원리들을 세울 수 있으면 좋은데, 그게 아니라 이것은 중요하니까 이것은 특별법 만들어 공개하고, 나머지는 예전 통비법으로 돌아가는 꼴이 된다면 앞으로 이런 식으로 문제가 터질 때마다 특별법 만들면 되지 하는 발상이 헌법적 이념을 갉아먹는 법 만능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여전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프라이버시와 공익의 문제를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하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C가 모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더라” 이런 내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 이것은 프라이버시 문제는 아니고 공익적인 사안이긴 하지만 전문이라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걸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논의가 돼야할 문제이고, 또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문제가 또 걸리는 데요. 공소시효가 지난 사실에 대해서는 수사를 못하게 돼 있어요. 왜냐면 수사라는 것은 공소제기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물론 특별법에 할 수 있다고 해놓으면 가능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관련자들 소환해서 수사하는 것이 과연 공소시효가 지난 문제에 대해서 오로지 진실을 밝힌다는 점에서 과연 합리적인 문제냐. 소환이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적인 것이 발생할 수 있고 그런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수사를 해서 공표한다고 하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비추어 보면 그것을 유죄라고 단정할 수 없는 문제에요. 재판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머 특별법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텐데요. 공소시효가 지난 문제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을 하되, 처분장에다가 그 내용을 기록해서 공식적으로는 남기겠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 됩니다.



결국은 프라이버시 보호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검찰에 줄줄이 소환을 당해야 하는 문제, 소환에 응하지 않았을 때 체포할 것이냐의 문제도 걸리게 될 것이고, 인신구속에 관련되는 자유의 문제, 무죄추정의 원칙과 관련된 문제 등 이런 것들이 다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이 단순히 프라이버시와 공익에 대비되는 문제만이 아니라는 거죠. 내용을 공개한다고 합의를 하더라도 실제 내용공개의 기준을 어떤 식으로 설정 할 거며, 그 절차를 어떻게 밟아 나갈 거며 하는 거에 대해서 사실 우리 사회에 논의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거기서 저는 깨져버릴 가능성도 굉장히 크다고 생각을 해요. 오히려 그런 과정에서 더욱 갈등이 커지고 그럴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정말 개인적으로 판단이 잘 안서는 고민 중에 하나입니다.



유일상=법적인 얘기가 나와서 한 가지 말할 것이 있습니다. 미국에 연방커뮤니케이션법을 보면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송신자가 허락하지 않는 통화내용을 인터셉트해서 다른 사람에게 그 내용의 존재, 요지, 목적, 효과, 의미를 누설하거나 공표하지 못한다’고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방송국에서는 법적으로 못하게 돼있었어요. SBS나 MBC는 미국식으로 말한다면 이 조항을 위반한 셈이 되죠.



이호중=직접 불법 도청하면 안 되는 거죠 물론. 하지만 그것을 적법하게 입수했고 공익성이 크다면 그것은 방송을 했어도 누설하면 안 된다는 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죠. 공익성과 적법하게 수집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죠. 사건은 99년도 사건인데요, 2001년 판례입니다.



유일상=법은 1934년에 제정됐는데 그 합헌성 여부의 판단은 최근에 나왔군요.



이상기=현업에서는 이런 것을 항상 고민하잖아요? 프라이버시와 공익.



이진동=예. 항상 고민되는 것이죠. 특히 이번 도청문제. 이 테이프 건 같은 경우는 저도 누가 물어보면 결론을 못 내리겠다고 말합니다. 다만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보거든요. 그러니까 이걸 덮자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다 공개하자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그러면 얼마만큼, 어느 정도 범위에서 공개를 할 것이며, 그 기준은 누가 설정할 것이며 이런 것들이 다 문제가 되고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다 다를 거거든요. 그래서 참 어려운 문제고 누가 나서서 이렇게 하자고 할 만큼 이게 지금 정리돼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저도 사실 결론은 없습니다. 다만 우선은 여당이 특검법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나온다고 그러는데, 저는 특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선 특검이 중요한 이유가 뭐냐면, 검찰에 가서는 말 못하는데, 특검에 가서는 다 얘기 하겠다고 말합니다. 왜냐면 검찰은 준 사법기관이라고 하지만 행정부 소속이기 때문에 못한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특검에 가서는 하겠다는 거거든요. 그러면 이 사건을 제대로 하려면 특검에 가서 하는 것이 낫고. 그리고 조사를 받는 사람들의 입장은 뭐냐면 ‘왜 검찰에서 하고 또 특검에서 해서 우리는 두 세 번 불려 나가느냐’ 아예 처음부터 특검에서 하면 국민들도 나중에 그 결과에 대해서 수용할 것 아니냐. 그래서 특검에서 조사를 받겠다. 처음부터 특검에서 해라. 이런 입장들이 많아요.



아까 말한 테이프 내용 중 어느 정도까지 수사할지가 앞으로 문제가 되겠지만, 우선 도청부분은 특검을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도 물론 위헌 논란을 낳고 있는데요. 특검 수사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레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왜냐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불기소처분장에다가 공소시효 지난 것을 조사해 가지고 기록한다는 것도 사실 위헌소지가 굉장히 크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부분이라든가 범죄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 특검이 자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나오면 언론보도가 자연스레 이어질 것 아니에요? 그런 식의 공개가 그러니까 누군가에 의해서 검증된 다음에 언론에 보도되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생각합니다.



 

“삼성 테이프 내용은 공개하라는 것이 여론”



김명진=저도 현업에서 가장 갈등이 되는 부분이 바로 이건데요. 후배들이 물어봅니다. “우리 보도의 스탠스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하면서 회사차원에서 논의가 된 바도 없고, 해봤자 개인적인 고민 차원인데.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도 된다고 한다면, 도청테이프 2백74개와 삼성 도청 테이프를 분리해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삼성 관련 테이프 내용은 도청테이프이기 이전에 이미 공적인 방식으로 문제제기가 됐고, 우리사회에서 광범위하게 공유가 됐고, 결국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콘센서스가 이뤄졌다고 보거든요. 그러나 2백74개 그 테이프는 수사를 통해서 밝혀야 된다고 보고 또 그게 죄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2백74개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봤을 때, 저는 이게 여론 조사에 의거해서 처리하는 방식은 온당한 방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서울대학교 폐지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하면 다 폐지하라고 나옵니다. 그것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2백74개는 자신과 무관하기 때문에 다 공개 쪽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론 조사 안 해봐도 압니다. 거기에 의거해서 하는 것은 전 옳은 방식이 아니라고 봅니다.



테이프 공개에 따른 우리 사회가 과연 우리 사회적인, 역사적인 상황에서 2백74개의 테이프를 이 시점에서 공개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 아니냐는 문제에서 정말로 고민들을 해봐야 한다고 보거든요. 2백74개의 테이프는 재벌이나, 정적이나, 정당의 관련자나, 우리사회의 이른바 움직이지만 보이지 않는 손들을 도청한 것이라고 예측을 하고요. 그 내용은 지금까지 저희가 간접적으로 취재한 결과 대체로 다 사생활이라고 보고요. 사생활이라고 하는 것은 그 당시 정적을 죽이기 가장 쉬운 것이 여자관계입니다. 여자관계와 돈 문제죠. 아까 교수님이 잠깐 언급하셨지만, 과연 거기에 나오는 내용이 진실일 것이냐. 전문도 있을 수가 있고, 거기에 나오는 당사자들이 거짓말한 내용이 들어갈 수도 있고. 대화하면서 우리도 무수히 거짓말을 하잖습니까? 그런 내용들이 여과 없이 다 들어가 있을 것이고. 그런 부분들을 감안을 해서 누가 제3의 평가기관이 어떤 기준과 절차를 정해서 공개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저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백74개의 테이프에 담겨있는 내용이 분명히 거의 공적인 내용도 있을 것이고 사적인 것일 수도 있을 것이고, 이 시점에서 파헤쳤을 경우 이익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손해가 되는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큰 틀에서 우리가 이해한다면 권력기관의 사적인 이용이나 권력 실세들 간의 암투나 아니면 정적에 대한 제거라든가 아니면 사생활에 관한 측면이라든가, 재벌들의 부도덕성이라든가, 언론사주들에 대한 타락성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이 우리사회에서 처음으로 나와 있는 컨셉이냐?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미 우리사회에서 충분히 역사적인 단죄를 받았고, 정리가 돼 가고 있는 것이라고 저는 봐요. 그리고 그런 부분들이 리얼하게 하나의 세트로서 나타나고 있는 부분들이 그렇게 필요한가.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부분들은 어떤 면에서 제 개인적인 생각을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된다고 봅니다. 다만 2백74개라는 도청 테이프는 그야말로 우리에게 우연히 떨어진 역사적인 Raw material(사료)이라고 보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봐요. 누구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의 사료라고 보기 때문에 지금 시점이 아닌 그 언제 일정한 시점이 지나서 사생활 침해라든가 이해당사자,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없는 시기에 공개되는 것이 마땅히 옳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것을 CD롬이나 다른 형태로 물론 시민단체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서 저는 전적으로 동감하는데, 영구히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서 옮겨 놓은 뒤에 공개한다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호중=독일 방식이죠.





“일정 시점 경과한 후 공개하는 방법도…”



이진동=이런 게 좀 있어요. 만약 이것을 정사로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공개는 나중에 하더라도 조사를 해서 기록을 해야 정사가 되잖아요. 그래서 조사하는 과정에서 또 공개가 되는 마찬가지의 효과가 난단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저는 이것이 야사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공개를 한다면 지금 시점은 아닌 것 같고, 테이프 내용의 주역들이 무대에서 사라진 다음에 이게 공개되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김명진=개인적인 생각은 그렇게 갖고 있는데, 다만 이제 여론의 흐름이나 정치권의 논쟁이나 이런 부분들은 모든 것을 까서 낱낱이 까발리자고 하는데, 저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호중=위험하죠. 특히 법학 쪽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위험합니다. 이게 사실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우리는 모르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굉장히 사적인 것이 아닌 것이 담겨있을 수도 있고. 이런 부분에 있어서 어떤 것들은 또 공적인 것이냐 사적인 것이냐 명확히 구별이 안 되는, 오히려 미국 같은 경우 공인의 경우에는 사적인 생활도 공적인 생활로 보잖아요. 그런 것들이 기준을 설정하는 문제가 추상적으로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게 실제로 위원회를 만들어서 거기에서 합의에 이룰 수 있는 세세한 기준들에 있어서, 극단적으로는 위원회의 일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나중에 뛰쳐나올 가능성도 있을 거고, 이러한 것들을 생각해보면 전문, 거짓말 등을 생각하면 사실 지금 이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우리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 측면은 저는 전적으로 말씀하신 것에 동의하면서 모르는 문제들이 없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잃어버릴 수 있는 부분이 너무 크지 않느냐. 헌법적인 가치라든지 사회통합에 관한 측면에서 봤을 때 잃어버리는 것이 너무 크다는 말이죠. 저는 원칙적으로는 반대에요. 워낙 여론의 분위기가, 정치권도 공개하자는 쪽으로 자꾸 흘러가니까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고. 한편으로 보면 지금 내용을 공개하자는 사람들이 실제 공개하자라고 하는 절차와 공개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그런 얘기를 하는 지 사실 의문이 들어요. 내일이 아니고 우리사회에 그동안 “정경유착, 정경유착” 했지만 이게 마치 영화필름 보여주듯이 딱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대를 가지고 그런 얘기들을 하는 건데, 저는 이런 식의 공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반대고요.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수사가 안 된다고 봐요. 왜냐면 내용을 공개 안하면서 수사기관은 수사하라는 것은 사실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가 되는 것이고요. 결국은 부분적으로라도 수사기관이 내용을 듣고서 그것을 통해서 수사를 한다고 했을 때는 부분적이지만 나름대로 기준을 가지고 내용을 공개하는 꼴이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을 어느 범위에서 공개할 거냐는 기준이 먼저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의 문제로 이것을 해결하자는 것은 이게 앞뒤가 안 맞는 문제인 것 같고, 먼저 내용 공개 할 것이냐, 한다면 어느 수준에서 할 것이냐가 먼저 논의가 되고 내용이 공개된 부분에 대해서 수사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그 다음에 또 특검이 하든 검찰이 하든 그것은 수사기관이 알아서 할 일이고. 초점은 수사의 문제보다는 내용 공개 문제가 훨씬 더 초점이 돼서 논란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진동=아까 주인공들이 역사 무대 뒤에서 사라진 다음에 공개하면 좋겠다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이었고요. 사실 사회분위기는 그렇게 가고 있지 않거든요. 특별법이라든지 수사기관이든. 검찰은 이미 다 듣고 녹취록을 다 봤단 말이에요.



이호중=다 들었답니까?



이진동=예. 실제 목록을 만들고 했으니까 다 들었다는 거거든요. 검찰이 이미 보고 들은 상태에서 이것을 덮고 간다는 것도 말이 안돼는 게, 이 사람들 머릿속에 들어있거든요. 그게 수사 단초가 돼서 수사를 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면 뭐는 공개하고 뭐는 공개안하는 꼴이 결국은 돼버리거든요. 저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진짜 개인적인 생각인데,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다만 지금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결국은 공개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분위기가 그렇게 되면 아까 교수님이 지적하신 대로 정말 공정한 기준과 누가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선정하는 가에 대해서 우리가 상당히 많은 논의를 옮겨가야 되지 않나 싶어요. 이왕 검찰이 다 들여다 본 상황에서 그것을 묻어두고 10년 뒤에 공개해라. 이것은 이상적인 얘기가 될 것 같고요. 다 봐버린 상황이니까. 오히려 논의의 초점이 앞으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려면 어떻게 보면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것과 비슷한 흐름을 타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X파일 합의 기준 기자 스스로 마련해야”



유일상=저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자들이 자기의 생각을 말하자면 제4부로서의 기능에 충실하지 않고 검찰을 추수하려는, 관리들을 추수하려는 생각을 자꾸 하는 것 같아요. 이것은 못하게 하는 것이 법에 의해서 안 되니까 이런 생각을 먼저 해서 스스로 보도범위를 줄이려고 하는 생각이 좀 들어요.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제4부라고 그럴 때 그 말의 뜻이 여러 가지로 변했습니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언론해서 제4부가 아니고, 미국에 제4부와 언론에 관한 책들을 보면, 제1부는 정부와 의회를 한꺼번에 국민 대표기관이라 그거죠. 제2부는 재판부고 제3부는 시민단체라고 보거든요. 제4부가 언론이고. 시민단체라는 이 국가에 중요한 위치가 요구를 하고 있단 말이죠. 이 요구를 외면한다면 언론이 제 일을 못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아까 사생활 문제 때문에 보도를 주저한다는 것에는 동의를 합니다. 그러나 사생활이 뭔지, 어디까지가 사생활인지, 공적인물이라면 어디까지가 공적인물인지 우리는 그게 없어요. 공적인물이란 말 그대로 번역하면 명사에 해당되는데, 일본 말을 번역해서 공적인물이 되죠. 공인. 그러면 공인이라고 하면 나 발가벗었다는 것인데요. 공사의 개념에 대해 이 보도와 관련해서 전체를 철학적으로 따지기는 여기서는 어렵겠지만, 공사 문제에 대한 이 사건과 관련된 취지에 대한 합의와 기준 마련이 기자단들 사이에서 이뤄져야지 검찰 하는 것 보고, 뭐 하는 것 보고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고 봐요.



이진동=문제는 저희가 테이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테이프를 갖고 있다면 저는 교수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데요. 2백74개 테이프의 내용을 좀 알아야 그런 얘기가 성립하는데요. 그런 것이 없는 상황에서,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아까 검찰 추수라고 말씀하셨는데, 사실은 추수를 한다는 게 아니고 검찰은 내용을 갖고 있고, 본 사람 입장이거든요. 그런데 저희들은 그것을 알 수 없는 입장이고.



유일상=그러니까 기자들이 검사 머릿속에만 있다고 그럴 것이 아니라 무슨 방법이 없냐는 것이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서 검사한테 술 먹여서 하든지…



모두=하하하하.



이진동=한 마디만 더 할게요. 사실은 말씀하신대로 기자들이 축소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 법조 다니는 김명진 선배도 있지만, 솔직히 기자들이 더 알고 싶어 해요 내용을. 테이프를 구하고 싶어 하고.



김명진=기자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사실 별의별 방법, 어떻게 하면 저걸 때릴 것이냐고 고민을 많이 하죠.

저희가 취재를 한 바로는요. 검찰도 2백74개 테이프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보지는 않았고, 녹취 목록이 있어요. 그게 있는데, 그것을 대략 써머리 식으로 갖고 있고, 지극히 제한된 방법으로, 그 사람들도 정말 독과일 다루듯이 이것을 금고에 넣어 놓고 있는 상태에요. 왜냐면 그것을 볼 경우에 수사기관에 따르는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리고 그 사람들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지금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상태거든요. 그래서 검찰 내부에서 조차도 그런 내용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정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추정됩니다. 지금은. 그리고 당사자들은 이미 발설하는 순간에 범법자가 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거의 100% 보안이 지켜지고 있는 상태로 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부분들은 기준을 그렇게 봐야할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 이것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하는 문제. 언론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거든요. 제가 처음에 제 개인적인 말을 드린 것은 뭐냐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써 저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고요.

두 번째 기자로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죠. 왜냐면 우리 사회에서 기자들에게 부여한 소명이라든가, 언론의 역할 이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자로서는 어떤 보도나 어떤 취재자세를 취해야 될 것인가라는 또 다른 문제죠.



삼성문제가 부각이 되는 이유는 삼성이 우리 사회에서 갖고 있는 위상 때문이거든요. 예컨대 삼성이 아닌 고만고만한 기업체라든가 아니면 수많은 재벌 중에 한군데였다면, 지금과 같은 강도의 문제제기는 안됐을 거라고 보거든요. 그 이유는 뭐냐면 삼성이 어떤 우리 사회의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잖아요. 그리고 내용도 기업체의 경영방식에 의한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정치권을 우리 입맛에 맞게 움직여 갈 것인가. 그것도 언론사 사주를 끌어들여서 정말 노골적으로 논의하는 그런 내용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삼성에 대한 비난과 함께 수사를 통해서 진상을 밝히라는 요구가 강할 수밖에 없는 거고, 또 그런 부분은 굉장히 공적인 성격을 띠고 있고, 또한 문제제기 방식도 극적입니다. 이진동 기자의 기사를 통해서 촉발이 된 것이지만, 도청 테이프라고 하는 하나의 소재로 된 것이고, 기본적으로는 언론보도를 통해서 우리사회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됐다는 차원에서 봐야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반드시 진상이 밝혀져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2백74개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하는 것이 아직 그 내용이 뭔지에 대해서 사회적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어요. 콘센서스가 안 이뤄졌어요.



이호중=저도 전적으로 공감을 하고요. 삼성의 문제는 물론 개별 기업의 하나라고 하는 차원에서 결국 삼성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삼성이라는 것의 의미는 우리사회에서 하나의 기업에 머무르는 의미가 아니고 우리사회의 경제 권력을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시민단체에서 그러면 삼성의 횡령·배임 문제, 불법 증여 문제 등을 계속 제기했던 것이 삼성이라는 기업만이 미워서 그런 게 아니잖습니까? 그보다는 우리사회에서 기업, 재벌을 대표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얘기를 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삼성만이 결국은 타깃이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저는 그것이 어떤 표적을 통해서 삼성 죽이기에 들어갔다는 이런 식의 비난을 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요. 막상 우리가 2백74개를 까봤을 때, 다른 기업이 걸릴 수도 있고,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잖아요. 또 그래도 삼성만 걸릴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너무 이렇게 삼성이라는 일개 기업의 피해 문제에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고요.



이상기=자연스럽게 지금 4라운드 기업과 정치, 즉 삼성 문제로 갔는데요. 딥 쓰로트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잡아야 할 것 같으니까 이것은 오늘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대체로 많이 나왔기 때문에. 그럼 아까 유일상 교수님과 이호중 교수님이 약간 논점을 달리하는 점이 있었는데, 정말 이거는 삼성만 타깃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그럼 삼성은 아주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한 것이냐 아니면 기업으로서 어쩔 수 없이 당한 것이냐. 삼성에게 정치자금 요구하니까 어떤 기업이든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삼성 같은 이 행태가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뭐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런 점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십시오.



이진동=지금 특검이나 특별법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헌법에 다 위헌 소지가 큰 것 아닙니까? 정치권에서 논의가 되고 있지만, 만약에 이것이 시행이 되서 당사자들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신청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 것이냐는 부분이…



이호중=지금으로서는 글쎄 명확하게 말씀을 못 드리는 게 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고요. 특히 공개범위가 넓어져 버린다면 위헌 소지가 충분히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위원회 문제하고 프라이버시 문제뿐만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과 관련해서 위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요. 또 다양한 각도에서 위헌 논의가 있을 수 있는데요. 위원회를 통해서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또 특검이라고 하는 것을 통해서 하는 것도 이게 이제 개별 사건에 대해서 그렇게 법을 통해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일부 학자들은 그 자체가 위헌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법이라는 것이 일반적이어야 하는데, 특별 사건을 겨냥해서 자꾸 법을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얘기를 합니다만, 과거 5·18 특별법처럼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법을 만들 때 우리 헌재가 “그 정도는 위헌이 아니다” 또 이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이렇게 개개 사건에 대한 법률이라고 해서 반드시 위헌이라고 볼 수가 없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위원회를 통해서 특검을 하고 특별법을 만들고 할 때 어떤 법률적인 특별 규정을 둬가지고 내용 공개를 할 수 있게 한 것 자체는 위헌이 아닐 것 같고, 다만 거기서 설정되는 기준이나 절차 등의 세부적인 구성에 따라서는 위헌의 소지가 충분히 있죠.



이진동=결국은 기업과 정치자금 문제인데.



이상기=그렇죠. 이게 정말 억울한 것이냐. 아니면 당연한 것이냐 이것은 논란이 될 수가 있거든요.



이진동=그런데 사실 정치자금 문제가 공공연한 비밀 아닙니까? 5·18특별법 나왔을 때 이건희 회장도 조사를 받았고요. 또 전두환, 노태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서 이게 97년도 문제거든요. 그렇다면 92년 대선 때는 안했나요? 2002년 대선 때는 안했나요? 아까 MBC보도 때 얘기 했지만, 저는 자본권력하고 즉 재벌과 정치권력과의 유착, 재벌과 언론의 유착. 이런 얘기를 할 때 결국은 전체적인 테두리를 봐야지, 마치 예전에는 안하다가 이번 97년에 한번만 그랬던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 큰 테두리 속에서 봐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구요. 물론 아까 말씀하신대로 그 재벌 중에서 삼성의 영향력과 권력이 크기 때문에 시민단체와 국민도 삼성에 집착하는 부분도 있겠지요.





국민들은 목말라…언론 계속 밝혀내야



유일상=아주 원론적인 부분에서 보면 다 맞죠. 삼성이 대표적인 기업이고, 노조도 안 만들고 있고, 국민의 지탄이 되는 부분이 많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다들 커닝하는데 한명만 잡아가서 처벌한단 말이죠. 이럴 경우 나는 그 한 놈만 잡아다가 처벌 안합니다. 그렇게 하느니 “너희들 다 쪽지 써와라. 써와서 커닝하고 네가 써온 쪽지는 네가 봐라” 이렇게 할 겁니다. 내가 못 잡기 때문에. 그래서 근본적으로 평등하게 돼야지, 왜 하필이면 현대도 틀림없이 이런 짓 한 것 우리가 알잖아요.



또 사생활 문제도 대통령 같은 사람의 사생활은 국민의 모범이 돼야하므로 독자가 원한다면 공개해야죠. 이 사람이 과거 어떤 대통령처럼 오입쟁이면 안 되죠.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검찰에서 밝혀내는 이런 작업하는 것과 동시에 (김명진 기자를 보며) 검찰 나가시니까 많은 자료를 다른 사람보다 많이 보시겠지만 더 치열하게 취재원에게 밀착해서 더 드러내주면 드러내줄수록 국민이 언론에게 맡긴 사명을 다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궁금한 게 많아요. 이 사람은 이렇게 말하고, 저 사람은 저 얘기를 하고요. 자꾸 이런 궁금증이 많으면 유언비어만 많아져서 정치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해지잖습니까? 유언비어는 또 다른 소문을 만들어 내니까요. 지금 국민들이 궁금하고 목말라하는 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은 아주 목이 타거든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 밝힐 수 있는 데까지 특검을 하든 정부에서 밝히든 간에 언론은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삼성도 ‘야 우리만 재수 없어서 걸린 것이 아니고, 저들도 우리보다는 못하지만 저들도 했잖아’라는 여지를 줘야… 삼성도 또 긍정적인 면으로 보면 세계적인 기업이란 말이죠.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이고 SONY하고 경쟁하는 기업인데 삼성만 세상에서 제일 나쁜 기업으로 몰고 있는 것이죠. 국민들에게 ‘다른 기업들도 그랬다. 그런데 그 중에서 삼성이 더 나쁘다’ 이런 얘기를 해도 좋은 데, 혼자만 돌 맞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에요.





삼성 과거 ‘피해자’였으나 ‘X파일’에서는 성격 달라



김명진=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은데요. 첫째는 언론이 보도를 해야 한다는 측면에 있어서는, 언론의 사회적인 책임 외에도 역사적인 책임까지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언론이 그런 책임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우리사회가 지금 언론 자유를 계속 확장하는 과정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책임성에 있어서 강조가 이뤄지는 시기가 아니냐. 그래야 균형이 이뤄진다고 보거든요. 저는 원론적으로 그런 말씀을 드리고요.

두 번째는 이번 삼성 문제는 우리가 보는 각도를 달리해야 돼요. 왜냐면 과거 97년 때나 전두환, 노태우 사건 재판에 나왔던 기업의 정치자금 문제하고는 그 궤를 달리해요. 그것은 기업이 하나의 정치권력의 피해자로서 정치자금을 바쳐야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과정이었다면, 이 번 도청 테이프에 나타나 있는 과정은 재벌권력이 피해자로서 돈을 가져다 준 것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돈을 통해서 권력을 만들어 내려는 과정, 그런 차원에서 봐야 되거든요. 그렇다고 봤을 때 우리가 재벌에 있어서 삼성을 질타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전체적인 총의를 무시하고 삼성의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권력을 만들어 내려고 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문제에 대해서 반드시 우리가 어떤 역사적인 장을 정리한다는 측면에서 삼성 문제는 반드시 수사나 진상규명을 통해서 재발을 막는 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삼성이 억울하다, 수많은 재벌 중의 하나다’라는 시각은 저는 옳지 않다고 봐요. 문제를 오히려 희석시킨다고 생각해요. 도청된 테이프 내용을 보면 ‘누구 얼마 갖다 줘라’ ‘저 사람 대통령 돼야 된다’는 이런 시각을 갖고 있거든요. 이것은 그야말로 자본이 권력까지 다 지배를 하겠다는 것이죠.



이상기=김명진 기자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얘기하시죠.



이진동=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유일상=저는 여전히 똑같아요. 아까하고 똑같은 생각인데. 삼성이 권력을 만들어 내려고 했던 것은 다 동의합니다. 원칙적인 문제는 똑같은 생각이에요. 삼성이 가진 사회적 책임,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얘기를 다 했고요. 철저하게 삼성이 잘못한 것, 진상규명해야 한다는 것 옳다고 봅니다. 그러나 다른 기업도 그랬다는 것입니다.



김명진=그것은 이미 2002년 대선 자금 수사 때 다른 기업체들의 국세청을 동원한 23개 기업체의 어떤 정치자금 부분이 이미 다 공개돼서 처벌됐고요. 그 다음에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 때도 수십 개의 기업체들이 몇 십억씩 정치자금 가져다 준 진상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요.



유일상=그런데 2백74개 중에서 하나가 지금 나와서 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 2백74개의 공개를 전부 검찰에 맡기고 언론은 뒤따라가기만 한다면 언론이 제4부로써 꼭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김명진=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수사기관이 하는 방식을 쳐다보고 있겠다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에요. 지금도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 명의 기자들이 그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서 뛰고 있고요. 그런 면에서 다만 지금은 삼성에 대한 논의 주제가 기업과 정치자금의 문제기 때문에 이번 삼성 건 같은 경우는 우리가 지금까지 봐 왔던 그런 틀로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재벌권력이 정치권력을 직접 좌우하려는 의혹 드러나



이호중=저도 굉장히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인데, 우리가 이미 정경유착의 일반적인 형태 즉, 기업들이 정치자금을 헌납하고 일종의 특혜를 받는 이런 식의 유착에 대해서 우리는 이미 경험을 가지고 있고, 많은 사건들을 이미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이것이 단순히 그런 식의 유착 고리에서 벗어나서 유착되는 방식이 변했다는 것에 있어요. 특히 삼성으로 대변되는 재벌권력이 정부에게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 정치자금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치권력을 직접 좌우하고자하는 의혹을 드러냈다는 사건이라서 이것은 정경유착의 본질적인 것이 거기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유착의 구조가 이렇게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언론에서 규명을 해줄 필요가 있고, 단순히 ‘삼성이 줬으니까 현대도 줬을 거다. 그래서 현대도 한 번 파헤쳐보자’ 이런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언론의 접근 태도는 그런 것보다 이런 사건이 우리사회에서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런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집중해야 할 문제이지 이 것이 굉장히 퍼져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파헤칠 만큼 파헤쳐보자… 사실 기자들도 취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만, 수사기관이 아닌 다음에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거든요. 결국은 어떤 기자가 예를 들어 현대의 비자금 문제에 대해서 정보를 입수했다면 그 정보도 사실 굉장히 작은 일부분에 불과할 수도 있고, 신빙성이 떨어지는 정보일 수도 있어서 그것을 총체적으로 수사하고 검사하지 않는 다음에야 사실 알 수 있는 것은 선별된 정보만을 언론에서 알 수밖에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식의 접근보다는 삼성으로 대변되는 이 사건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주고, 우리가 이미 현상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으니까 이런 것을 어떻게 막을 거냐라는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그런 아젠다를 설정해주는 작업들이 언론에서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삼성과 관련된 이 건에 대해서는 말이죠.



이상기=이제 거의 마무리해야 할 땐데, 이것에 대해서 반론이 있습니까?



유일상=원칙은 동의합니다. 원칙은 동의하는데, 그 정도 선에서 끝내자는 것은 저는 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에 맡긴다는 것은 나는 별로 안 좋은 생각이라서. 역사에 맡기지 않고, 지금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언론인인데, 우리 언론이 취재를 다 하지 못하고 떠도는 테이프 중에서 e-메일 그 파일을 첨부해서 미국에 보내면 미국 언론에 크게 터질 수도 있는 문제죠.



김명진=제가 말씀을 드렸던 것이 약간 전달 상의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아까 개인적인 관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역사의 구성원으로서의 관점은 공개 반대한다는 취지였는데, 기자로서의 관점, 언론 본령으로서의 관점으로서는 또 다를 수 있다는 차원을 말씀드렸었습니다. 그 부분을 길게 말씀드리지는 않은 이유는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 그러니까 국민들의 알권리라든가 그런 부분을 파헤쳐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든가 이런 원칙적인 부분을 제가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론은 당연히 그것을 파헤쳐서 공개를 해서 진상을 국민들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이상기=오늘 콜로키엄 1백분 하려고 했는데, 1백20분 했습니다. 어떤 아이템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시고, 어떤 부분에서는 엇갈려서 아주 잘 된 것 같습니다. 사안 별로 의견을 달리하는 것도 저널리즘의 정도 같은데요. 요새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나타나서 안타까웠거든요. 지난주와 오늘 콜로키엄을 해보니까 적어도 우리가, 우리사회가 어떻게 가야 되는 지에 대한 방향은 나온 것 같습니다. 그것이 바로 편 가르기가 아니고 사안 별로 시시비비를 가르고 거기에 대해서 또 우리가 대안을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X파일 뒷이야기로 시작해서 보도 평가, 공개문제, 기업과 정치자금에 대해서 아주 밀도 있고 광범위한 이야기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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