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율''최다안타' 는 잘못된 표현
김동훈 한겨레신문 스포츠부 기자 | 입력
2005.09.28 10: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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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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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계절’이 다가온다. 한·미·일 세 나라 프로야구는 10월에 ‘잔치’를 벌인다. 국내에선 10월1일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를 시작으로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일정이 10월23일까지 잡혀 있다.
‘축제’가 무르익어 갈수록 야구담당 기자들도 점차 바빠질 것이다. 올해는 삼성·에스케이·두산·한화가 벌이는 국내 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도 관심이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디비전 시리즈(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각 4팀씩 8팀이 출전)에는 박찬호가 속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진출해 있고,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 플레이오프에도 이승엽이 뛰는 지바 롯데 마린스가 올라 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이 야구 기사를 쓰면서 잘못 표기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방어율’과 ‘최다안타’다. ‘방어율’과 ‘최다안타’라는 단어는 야구 기사에 흔히 등장한다.
“김병현은 올 시즌 다저스 전에서 5경기에 등판해 1승1패에 방어율이 1.86이다. 선발로 나선 3경기에서는 승운이 없었을 뿐 1승, 18⅔이닝 동안 1실점, 방어율 0.48의 경이적인 행진을 벌이고 있다.”
“‘안타 제조기’ 이병규는 최다안타 부문에서 151개로, 2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 김태균(138개)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시즌 2관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방어율은 투수가 1경기(9회)를 던졌을 때 평균적으로 내준 점수를 수치화한 것이다. 계산 방법도 ‘투수의 자책점 × 9 ÷ 이닝’이다. 그런데 ‘율’(率)은 비율의 줄임말로, 비율의 최고는 ‘1’이다. 즉, 1을 넘을 수 없다. 타율과 출루율, 도루저지율 등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방어율은 최소가 ‘0’이고, 최고가 ‘무한대’니 잘못된 용어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수십년간 ‘방어율’이라고 쓰고 있다. 양(量)을 비(比)로 측정하는 코미디같은 기사를 거의 날마다 쓰고 있는 것이다. 방어율은 ‘방어점’이나 ‘평균자책점’이라고 바꿔야 옳다. 영어로도 방어율은 ERA(Earned Run Average), 즉 평균자책점이다.
최다안타도 옳지 않은 말이다. 프로야구에서는 홈런, 타율, 타점, 최다안타 등 여러 부문이 있다. 정규리그가 끝나면 각 부문 1위에게 상을 준다. 그런데 ‘최다안타’를 풀어쓰면 ‘안타를 가장 많이 친 부문’이다. 최다안타 3위면 ‘안타를 세번째로 가장 많이 친 선수’가 된다. 따라서 ‘최다’라는 말은 군소리다. 그냥 ‘안타 부문’이라고 하면 된다. 안타 부문 3위면 ‘안타를 세번째로 많이 친 선수’다. 홈런 부문을 최다홈런 부문, 타점 부문을 최다타점 부문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같다.
올 가을 프로야구 기사에서는 ‘방어율’과 ‘최다안타’라는 말이 사라지고, ‘평균자책점’과 ‘안타’라는 단어로 지면과 화면이 채워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