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K 미국방문단 홈스테이 체험기-플로리다주 게인즈빌
식사 때마다 김치·젓가락 준비…세심한 배려 엿보여
조선일보 권태우, 대구방송 최종수 기자
조선일보 권태우, 대구방송 최종수 기자 | 입력
2005.10.05 11:14:30
“게인즈빌 공항이 아니잖아?”
지난달 16일(현지 시각) 밤 11시 30분이 넘은 시각. 워싱턴 DC를 떠나 샤롯테 공항에서 갈아 탄 비행기는 엉뚱하게도 잭슨빌 공항에 착륙했다. 게인즈빌 공항 활주로에 불이 나간 탓에 80마일이나 더 날아 가버린 것. 다시 연료를 채우고 플로리다대학이 있는 작은 도시 게인즈빌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넘었다.
2시간 넘게 공항에서 기다려준 초청자 데이비드 칼슨은 인상 좋은 노교수였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플로리다 대학 뉴미디어 연구소장 직함을 가진 차기 SPJ회장이었다. 집에 도착해보니 침대 맡에 사흘간의 일정표를 짜 붙여 놓았다. 나름대로 손님맞이의 세심한 배려와 준비를 엿보게 했다.
마침 풋볼 빅매치가 열리는 주말이다. 대학리그 6위팀인 플로리다 게이터즈팀이 4위인 테네시대 팀을 불러 홈 경기를 하는 날. 악어가 마스코트인 게이터즈는 스포츠 음료인 게토! 레이(Gatorade)를 탄생시킨 일화로도 유명하다. 플로리다 대학의 한 교수가 풋볼 선수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해 빅히트를 쳤다고 한다. 학생 5만에 인구가 12만인 게인즈빌 풋볼경기장은 9만명을 꽉 채웠다. 도시는 온통 게이터 셔츠를 입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캠퍼스는 아예 숙식까지 하는 캐러번 차량들로 가득 찼다. 우리도 악어 로고가 선명한 셔츠를 입고 ‘테일게이터(tail-Gator)’ 응원행렬에 합류해 들뜬 하루를 보냈다. 결과는 16대7로 홈팀의 승리.
칼슨 교수의 아내 지니는 이 지역신문 <게인즈빌 선>의 에디터였다. 멀리서 온 동업자들을 배려해 식사 때마다 김치를 내놓았고 식탁엔 항상 젓가락을 준비해 줬다. 게다가 게인즈빌 선 신문사를 둘러볼 기회도 가졌다. 5만부 발행의 작은 신문사지만 지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은 대단했다.
하나밖에 없는 한식당에서의 푸짐한 저녁, 한국학생들과 펍에서의 만남과 대화, 주변 늪지를 찾아 맛본 악어 구경, 이 모두가 그들 부부의 배려 덕분이었다. 악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불법이란 사실도 알았다. 야생의 본성을 잃게 하기 때문이란다.
칼슨 교수는 집 주차장을 아예 목공실로 꾸며놓고 벽면을 온통 각종 연장으로 뒤덮은 DIY(Do It Yourself) 마니아였다. 책꽂이·선반 등을 손수 만든 ‘작품’이라며 자랑했다. 집안은 온통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졌다. 그 중엔 하회탈도 있었다.
바쁘고 정신 없이 사흘이 금세 지나갔다. 소박하지만 여유롭게 삶을 즐기는 미국 가정의 내면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카트리나보다 더 큰 규모의 허리케인 리타가 몰려오고 있다는 뉴스를 뒤로하고 아쉬움 속에 플로리다를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