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국어 홀대…오탈자도 오보로 생각해야"

한국어문대상 수상 스포츠칸 엄민용 기자
제대로 된 한국어교재 외국배포 등 현실적 정책 필요




  엄민용 기자  
 
  ▲ 엄민용 기자  
 
“교열을 홀대하는 요즘 신문을 국어교재로 생각한다면 0점입니다. 오탈자도 오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한글맞춤법을 열 번 이상 읽어가며 머릿속에 암기해두고 있는 기자가 있다. 걸어 다니는 맞춤법이라고도 불리는 스포츠칸의 엄민용 기자는 교열기자협회가 수여하는 ‘2005 한국어문 대상’을 수상했다.



엄 기자가 한국어문 대상을 수상한 이유는 올해 개관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장의 한글 오탈자와 사실적 오류를 지적해 바로잡았으며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어교재의 잘못된 표현, 문장 등을 지적한 공로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엄 기자는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실에서 중앙박물관 전시물의 한글 표현과 사실적 오류가 많아 검토를 해달라고 요청해 개관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15일 정도 교열기자협회 동료들과 함께 작업했다”면서 “작업을 하면서 상당한 오류를 발견했는데 그대로 방치했으면 국제적 망신을 살 뻔했다”고 말했다.



엄 기자가 지적한 중앙박물관 전시물의 오류는 단순한 오탈자에서 잘못된 문장 표현과 사실적 오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엄 기자는 “이 가운데 대표적으로 고 손기정 씨가 금메달을 땄던 년도가 출생년도와 비추어 볼 때 두 살째 되던 해로 이해됐던 점과 월산대군이 성종의 형인데 성종의 아들로 돼 있었던 것 등”이라면서 “또 학자마다 용어의 쓰임이 달랐다거나 같은 글자인데 한자가 여러 개로 쓰인 경우 등도 통일시켰다”고 말했다.



엄 기자는 또 일본에서 판매 중인 사설 한국어 교재의 오류 현황을 지적했다.



이 역시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실에서 의뢰한 것으로 50여종의 교재를 넘겨받아 검토했다.



엄 기자는 “10여종을 검토해본 결과 표현의 오류 정도가 매우 심각했다”면서 “남녀간 사랑에 관한 대화법이라는 것을 보면 입에 담기도 험한 외설적인 표현을 흔히 쓰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엄 기자는 또 “한류가 확산돼 우리말에 관심이 높은 일본인들에게 우리 영화의 대본을 번역한 책들도 많았는데 이 역시 대다수가 욕 투성이었다”면서 “작업하면서 느낀 점은 교재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정부의 국어 정책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 통합 사전을 만든다고 엄청난 예산을 쓰는데 언어 체계가 다른 지금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지 의문”이라면서 “차라리 제대로 된 한국어 교재를 만들어 외국에 무상으로 배포하는 것과 같은 현실적인 정책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국어를 홀대하는 언론 환경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엄 기자는 “국어 표현의 모범이 돼야할 신문이 미국문화의 나쁜 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쓰면서 영어식 표현을 쓴다거나 친일을 비판하면서 일본식 표현을 쓰는 것 등은 잘못됐다”면서 “이런 것들은 언론사가 국어를 홀대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단순 오탈자도 오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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