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식 '병술년' 표기 혼란
양력 1월1일부터 사용 잘못... '2월에 병술년 새해'도 어색
"언론사간 논의 필요하다" 지적 일어
이대혁 기자 daebal94@journalist.or.kr | 입력
2006.01.11 17:32:58
“희망찬 병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야 예비 대권주자들은 1일 병술년 새해 첫날을 맞아…"
이는 지난 1일자 일부 신문을 장식한 문장이기도 하고 방송 기자들의 멘트이기도 하다. 대분의 언론사가 병술년이라는 음력표기를 양력에 사용했다. 그 후 2006년이 10여 일이 지난 지금도 현재가 ‘병술년’인 듯한 보도가 줄을 이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관행적으로 양력 1월 1일부터 그 해의 간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는 음력식 표기다. 따라서 개띠를 나타내는 간지인 ‘병술년’은 음력설인 올 1월 29일 0시부터다.
연합뉴스는 1월 8일 ‘2006년은 왔으나 아직 병술년은 아니다’는 기사를 통해 이와 같은 문제를 지적했고, 몇몇 언론사가 연합의 그 기사를 전제했다. 하지만 이 뉴스를 쓴 연합도 ‘병술년’이라는 표기를 이미 사용했고 이 기사를 받아쓴 언론사도 관행적으로 음력식 표기를 양력 표기로 사용했다.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김용수 회장은 “(양력 1월 1일부터 병술년으로 표기하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우리가 양력과 음력을 병행해 사용하고 있는데 2월에 가서 병술년 새해라고 쓰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이론적으로는 병술년이 음력설부터인 것은 맞지만 양력설에도 지금까지 사용했던 간지를 단시간에 바꾸기는 힘들기 때문에 언론사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언론사는 지난 2005년에도 ‘을유년’이라는 표기를 양력에 했다가 음력설에 다시 ‘을유년 설을 맞아…’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처럼 헷갈리는 표기는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특히 양력을 음력 표기인 간지로 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KBS 뉴스는 2006년을 ‘병술년’이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
KBS 이화섭 1TV 뉴스 보도팀장은 “양력을 음력 표기인 병술년으로 나타낼 이유가 없고 ‘새해’라고 말하면 뜻이 통한다”며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양력과 음력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또 “그렇기 때문에 양력에 병술년이라는 음력표기를 쓰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언론도 논의를 통해 통일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