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상 수상 소감-지역기획보도부문(도로공화국)
정부부처·국회 등 이해관계 맞물려 정책 재생산
대구MBC 도건협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6.02.22 11:00:03
|
 |
|
|
|
▲ 대구MBC 도건협 기자 |
|
|
제가 사는 대구는 서울처럼 교통체증도 심하지 않고 도로망도 잘 갖춰져 있어서 차를 타고 30분 정도면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차가 없다면?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곳은 극히 한정돼 있고 버스를 타면 둘러가기 일쑤여서 짜증만 납니다. 반면에 차가 있으면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이 많습니다. 아니, 차가 없으면 불편하다고 얘기하는 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차가 정말 현대인의 필수품일까요? 폭증하는 자동차의 수를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지난 해 1천5백만대를 넘어선 자동차 등록대수는 오는 2020년에는 2천만 대를 넘는다고 하니까요. 이처럼 자동차가 필수품이 된 이면에는 도로 중심의 교통정책이 있습니다. 차가 다니기 위해서는 도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도로공화국>에서는 고속도로와 국도에서부터 산간 오지의 도로까지 중복, 과잉투자 논란의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또 이런 도로 중심 교통정책의 바탕에 ‘도로건설연합’이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건설교통부와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같은 정부 부처와 국회, 건설업계, 관련 학계의 이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도로 중심의 교통정책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사업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공무원과 선거를 위해서 가시적인 치적을 내놓아야 하는 정치인, 그리고 현금 확보에 유리한 관급공사를 따내려고 하는 건설업계, 관련학계가 생존을 공통 목표로 한 공생관계에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수출 효자 종목이 된 자동차 산업 성장의 바탕에도 도로 중심의 교통정책이 있었습니다. 개별 기업이 해야 할 몫을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대신 해준 꼴입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방송분을 인터넷으로 다시 봤습니다. 보면 볼수록 여기저기 엉성한 부분이 눈에 많이 띄어 뿌듯함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졸작을 높이 평가해준 데 대해 감사드리고, ‘도로공화국’의 대안을 찾고 있는 분들과 수상의 영광을 함께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