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꼬리가 없다

엄민용 기자의 '말글산책' 1

한국인은 한국말을 참 못한다. 자기 몸의 이름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나름대로 말과 글에 관한 한 ‘박사급’이라는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예를 보자.



“눈꼽이 끼고 눈두덩이가 부어오르며 임파선이 붓거나 진득한 분비물이 나오기도 한다.”



한 신문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언뜻 봐서는 멀쩡한 표현 같지만, 이 문장 중의 ‘눈꼽’과 ‘눈두덩이’는 바른말이 아니다. ‘눈꼽’은 ‘눈곱’,

‘눈두덩이’는 ‘눈두덩’으로 써야 하는 말이다.



우리말법에는 ‘ㄴ, ㄹ, ㅁ, o' 받침 뒤에 오는 첫소리가 된소리(ㄲ, ㄸ, ㅃ, ㅉ)로 날 때에는 된소리로 적는다는 규정이 있다. ‘산뜻’ ‘딸꾹’ ‘움찔’ ‘몽땅’ 등의 그런 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하나의 원칙이 있다. 바로 한 형태소(뜻을 가진 가장 작은 말의 단위)의 말이다. 즉 ‘산뜻’은 ‘산’과 ‘뜻’으로, ‘딸꾹’은 ‘딸’과 ‘꾹’으로, ‘움찔’은 ‘움’과 ‘찔’로, ‘몽땅’은 ‘몽’과 ‘땅’으로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러나 ‘눈곱’은 그렇지가 않다. ‘눈’과 ‘곱’으로 나뉘는 것이다. 이때의 ‘곱’은 “부스럼이나 헌데에 끼는 고름 모양의 물질”을 뜻하는 말이다. 이처럼 저마다 의미를 가진 말이 더해진 합성명사의 경우에는 각각의 원형을 밝혀 적는 것이 또 다른 우리말법이다. [눈똥자]로 소리나는 ‘눈동자’를 소리대로 적지 않는 것도 이 말법 때문이다.



‘눈두덩’은 ‘눈’에 “우묵하게 들어간 데의 가장자리에 약간 두두룩한 곳”을 뜻하는 ‘두덩’이 더해진 말이다. 우리말에 ‘두덩이’라는 낱말은 없다. ‘두덩’만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밭두덩’과 ‘산두덩’, 그리고 ‘눈두덩’이라고 써야 한다.



“이때 눈꼬리 쪽에 포인트를 주면 눈매가 깊이 있고 선명해 보인다”거나 “눈이 처진 사람은 눈꼬리를 살짝 올려 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따위 문장에서 보이는 ‘눈꼬리’도 바른말이 아니다. ‘눈초리’로 써야 한다.



이때의 ‘초리’는 ‘회초리’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물체의 가늘고 뾰족한 끝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데 ‘눈꼬리’는 조금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언중이 ‘눈꼬리’와 ‘눈초리’를 의미에 따라 구분해 쓰고, ‘눈꼬리’의 세력이 기세등등한 만큼 이제 사전들도 ‘눈꼬리’를 표준어로 대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언중은 “눈의 가장자리”를 얘기할 때는 ‘눈꼬리’를, “시선”을 말할 때는 ‘눈초리’를 쓰는 것이 대세다. 여기에다 ‘치마꼬리’나 ‘배추꼬리’ 따위 말이 사전의 예문에 올라 있는 만큼 ‘눈꼬리’도 못 쓸 까닭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는 필자의 개인적 견해일 뿐, 아직은 ‘눈에는 꼬리가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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