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녀'는 '옹니'가 아니다
엄민용 기자의 '말글산책' <3>
엄민용 기자 margeul@khan.co.kr | 입력
2006.04.21 14:05:17
우리가 우리말을 얼마나 모르는지를, 자기 몸의 이름조차 제대로 말하거나 적지 못하는 사실로 확인하고 있다.
눈과 귀에 이어 오늘은 코와 입에 대한 이야기다.
코와 관련해 가장 자주 틀리는 말은 ‘콧방울’이다. “코끝 양쪽으로 둥글게 방울처럼 내민 부분”을 흔히 ‘콧망울’이라고 하는데, 이는 바른말이 아니다. 말 그대로 방울처럼 생겼으니 ‘콧방울’이 바른말이다. ‘망울’은 “우유나 풀 따위 속에 작고 동글게 엉겨 굳은 덩이”를 뜻하는 말로, ‘꽃망울’처럼 쓰인다. 큰 말은 ‘멍울’이다.
의학계 쪽에서는 이 ‘콧방울’을 ‘콧볼’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아직 국어사전에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다. 하지만 그 쓰임 폭이나 합성명사를 이루는 원리를 따질 때 표준어로 대접해도 괜찮겠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코로 나오는 숨을 막았다가 갑자기 터뜨리면서 불어 내는 소리”, 즉 ‘흥’ 하는 소리를 나타내는 ‘콧방귀’는 일부 사전이 ‘코방귀’를 바른말로 다뤄 언중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이 ‘코방귀’를 북한의 문화어(표준어)로 다루고, ‘콧방귀’를 바른말로 삼고 있는 만큼 ‘콧방귀’를 바른말로 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입과 관련해서 가장 자주 틀리는 말은 “안으로 옥게 난 이”를 뜻하는 ‘옥니’다.
우리 말법에 ‘자음동화’ 또는 ‘자음접변’이라 불리는 현상이 있다. 음절(音節) 끝 자음(子音)이 그 뒤에 오는 자음과 만날 때,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닮아서 그와 비슷하거나 같은 소리로 바뀌기도 하고, 양쪽이 서로 닮아서 두 소리가 다 바뀌기도 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국물’이 [궁물]로, ‘밥물’이 [밤물]로, ‘섭리’가 [섭니]→[섬니]로 바뀌는 것을 이른다.
이런 현상 때문에 ‘옥니’도 [옹니]로 소리나는 것인데, 그 소리를 그대로 적는 것은 잘못이다. ‘옹녀는 옹니가 아니다’는 것을 머리에 담고 있으면 ‘옥니’를 ‘옹니’로 쓰는 일은 없을 터이다.
또 사람의 이(치아)를 가리켜 ‘이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빨’은 “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 동물들에게나 쓰는 말이다.
이 밖에 “선천적으로 윗입술이 세로로 찢어진 사람. 또는 그렇게 찢어진 입술”을 뜻하는 말로 흔히 쓰이는 ‘언챙이’는 ‘언청이’가 바른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