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보느라 '밤 새우지 말란 말이야'

엄민용 기자의 '말글 산책' <13>




  엄민용 기자  
 
  ▲ 엄민용 기자  
 
예전에 한 개그맨이 ‘-지 마란 말이야’라는 유행어를 퍼뜨린 일이 있다. 그 영향으로 비슷한 말꼴이 광고가 생겼고,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툭하면 ‘-지 마란 말이야’라는 제목을 뽑기도 했다. 요즘에도 간혹 그런 것들을 본다.



그런데 당시 광고에 등장했던 ‘밤 새지 마란 말이야’라는 말도 그렇고, 최근 모 신문 기사의 제목으로 쓰인 ‘따라하지 마란 말이야’는 모두 바른 말꼴이 아니다.



우선 ‘밤 새지 마란 말이야’는 ‘밤 새지’부터가 문제다. ‘새다’는 자동사로 목적어를 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밤이 새다’ 꼴로만 쓰인다는 얘기. 예전에 일부 사전들이 ‘새다’를 타동사 ‘새우다’의 준말로 보기도 했으나,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은 ‘새다’를 ‘새우다’의 준말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분명히 밝혀 두고 있다. 따라서 ‘밤(을) 새지’는 ‘밤(을) 새우지’로 써야 한다.



또 ‘마란’은 ‘말란’으로 써야 한다.

우리말에서 ‘말아라’는 ‘마라’로 줄고, ‘말아’는 ‘마’로 준다. 또 ‘-란’은 ‘-라는’의 준말이고, ‘-라는’은 ‘-라고 하는’의 준말이다. 결국 ‘마란’은 풀어 쓰면 ‘말아라고 하는’이 된다.



이와 관련해 ‘문어체 명령형이 어쩌고저쩌고’ 하면 머리만 아파진다.

각설하고,

‘글씨를 잘 쓰란 말에…’와 ‘글씨를 잘 써란 말에…’ 중에서 어느 말이 자연스러운가? 당연히 앞의 말이다. 뒤의 말은 문법적으로 틀린 말이라 읽기도 어색하다.



이때의 ‘써란’과 ‘마란’은 같은 말꼴이다. 반면 ‘쓰란’과 같은 말꼴은 ‘말란’이다.



결국 ‘밤 새지 마란 말이야’는 ‘밤 새우지 말란 말이야’가 바른 표현이며, ‘따라하지 마란 말이야’도 ‘따라하지 말란 말이야’로 적어야 한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