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포럼 발제문 요약
편집국 | 입력
2000.11.16 10:32:24
지방 방송의 보도 실태-임재업 충청일보 정경부장
"후보자 자질 검증 초점 맞춰야"
방송의 특성은 무엇보다 속보성과 현장 감각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보도에서 방송은 흥미 위주의 편성이나 특정 후보를 부각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또 자칫 유권자가 외면할 수 있는 냉담한 쪽으로 유도하거나 연설 중에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켜 냉소주의를 조장한다는 우려를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시청자를 밤 늦게까지 붙잡는 지방방송의 후보자 토론회 편성은 적절하지 못했다. 더욱이 후보자들을 비교 평가하고 선택할 자료를 제공한다는 바람직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지역공약이나 중앙당의 정강정책을 제기하기보다는 후보자들의 추잡한 일면만 내세워 결과적으로 방송의 신뢰까지 떨어뜨리는 우를 범했다.
지방언론은 선거보도에서 후보자나 정치인의 뒤를 따라 다녀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만 나열하는 취재 시스템은 예전과 다를 바 없다. 특히 방송사들이 벗어나야 할 부분은 시민단체들을 비롯한 외부세력의 눈치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점이다. 지역언론의 선거보도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방송이 경쟁적으로 토론회를 개최해 왕성한 기획의도를 보였지만 도토리 키재기식 나열형에 그쳐 지방의 인물난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방송과 신문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선거보도 시스템을 가동했다면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에게 유익한 언론상을 심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방신문의 보도 실태-신명선 충주MBC 보도팀장
"정당.후보자간 안배보도 필요"
이번 총선에서 도내 일간신문들은 대체적으로 다양한 정보 제공을 통해 후보자 선택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유권자들로 하여금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적합한 후보를 변별하는 데 있어 여전히 미흡한 측면이 적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당락을 전제로 한 대결구도식 보도와 ´말잔치´식 보도로 혼란을 가중시킨 면도 없지 않았다.
우선 총선 관련 보도 시기를 살펴보면, 99년 10월 들어서부터 지역인사들의 출마 소식을 앞다투어 싣기 시작해 조기과열 분위기를 촉발시켰다. 시민들로부터 "아직도 선거가 6개월 이상 남았는데 언론이 왜 이러느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반면 언론보도의 기본인 사실 확인이 결여된 채 특정 인사의 출마여부에 대한 보도는 계속됐다. 선거기간에들어서면서신문들은 양적인 면에서 많은 보도를 할애했으나 백화점식 흥미위주의 가십성 보도가 대부분을 차지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또 후보자별 안배가 이뤄지지 않았고 후보자와 회사 또는 취재기자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사 게재량이 많거나 내용 면에서 차별화돼 유권자들의 혼란을 초래한 것도 지적해야 할 문제다. 특히 일선 기자들은 과거 선거보도에서 가장 미흡했던 점으로 지적된 후보자 검증 및 부정선거 감시, 정당·후보자 간 균형보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16대 총선과 지역언론 보도-김학천 건국대 신방과 교수
"지역감정 표출 견제기능 부족"
이번 선거에서 화두로 등장한 것은 낙천낙선운동이었다. 시민단체 혹은 여론의 이같은 비판과 활동은 일정부분 언론이 맡아주어야 했던 사항이었지만, 언론은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서 평가엔 지극히 인색했다. 지역감정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송이 먼저 제의했던 지역감정 조장 발언의 비보도 대책은 언론 수용자들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방안으로 비춰졌다. 견해를 달리한 신문 역시 지역감정 표출에 대하여 견제와 감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방언론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역주의나 소지역주의를 비판하면서도 해당지역 출신이 전국구에 몇 명이나 포함됐는지 버젓이 기사화했다. 방송의 ´출구조사 재실수´는 총선연대 활동, 지역감정 앞에 내내 흔들거리며 ´후보 움직임의 나열식 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언론이 종국적으로 ´후보 알아 맞추기´로 귀결된 모습을 보여줬다.
언론이 얼마만큼이라도 공익을 표방하고, 반복되는 비리를 막는 역할을 자임했다면, 무력했던 합법행위(선관위)와 완강했던 탈법운동(총선연대)의 중간에서 최소한 자기 위치는 확보했어야 했다. 선거기간 내 획책되던 부조리가 언론 때문에 제동이 걸렸다던가 국정에 끼여들 수 없는 후보자가 언론의 감시 때문에 결국 물러섰다는 소식은 아직 들은 바 없다. 16대 총선 이후 언론은 언론개혁의 방향도 분명하고 필연적이라는 새로운 계기를 맞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