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판 폐지, 신문 1면 바꿨다

경향·동아·조선·한겨레 1년 전후 분석
정치뉴스 급감, 사회뉴스 급증

신문발전위 박상건 위원 외 2명 논문 발표

가판의 폐지로 신문 1면의 주제가 보다 다양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발전위원회 박상건 전문위원 외 2명이 분석한 ‘가판 폐지와 신문의 1면 다양성’이라는 논문에서 경향과 한겨레, 조선과 동아일보의 가판 전후의 1년씩 총 2년을 분석한 결과 “정치, 경제, 사회 등 유목 다양성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주제가 다양해 졌고 기사의 중복도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가판폐지 전후 가장 큰 변화를 보인 1면의 내용은 정치/해설과 경제, 사회와 국제/외신 및 북한으로 나타났다. 정치 관련 뉴스는 폐지 전 26.55%에서 9.81%로 16.74%로 가장 크게 감소했고, 사회 뉴스가 폐지 전후로 20.63%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위원 등은 이와 같은 변화의 요인이 가판제도 유무가 편집전략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가판제도가 있을 때 상대방의 편집전략이 노출돼 가장 중요한 기사라고 판단되는 주제에 대해서만 편집자원을 집중하고 남는 지면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가판 폐지 후 상대방의 전략을 알 수 없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만을 일면에 집중 배치, 발생할 수 있는 낙종 등에 대한 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필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곧 편집자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다수의 기사’를 일면에 배치해 낙종의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이 1면의 주제를 다양하게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분석은 신문의 1면마다 기사가 중복되는 일이 낮아진 것과도 연결된다.

연구자들은 “가판 폐지 전 1면의 기사 중복도는 9.38%이었던 것이 폐지 이후 6.45%로 낮아졌다”며 “이는 가판제 폐지가 편집자로 하여금 상대방의 편집전략을 알 수 없게 만드는 효과를 불러 왔고, 그 결과 보다 다양한 내용으로 일면을 편집하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 왔던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가판 제도의 폐지가 다양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긴 했지만, 가판 폐지에는 다른 역학관계가 있다며 정부의 가판 구독 금지 및 인터넷 매체의 성장세를 원인으로 꼽았다. 즉 가판 구독 금지로 신문권력과 정치권력의 결탁 가능성이 줄어들었고 가판의 긍정적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인터넷 매체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신문위 박상건 전문위원은 “정부의 가판 구독 금지 조치로 인해 그동안 신문이 정치와 경제를 주로 다뤄 정부기관과 기업의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가판의 효용성이 감소했기 때문에 폐지된 것”이라며 “가판의 긍정적인 기능이던 취재원 혹은 취재 대상 기관에게 소명 기회를 인터넷 매체가 대신 제공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신문의 위기로 이제는 독자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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