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켜·며] 의무방어전

또 5·18을 맞았다. 신문을 들춰보니 사설로 5·18을 거론한 서울지역 신문은 대한매일, 동아일보, 세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정도. 해마다 5월만 되면 일제히 사설로라도 언급하던 시절은 저 멀리 지났다. 이번엔 동아일보의 사설 한 구절이 눈에 들었다.

"당시 계엄당국의 언론검열과 5공 초기의 탄압 국면은 ´5월 광주´에 대한 침묵과 왜곡을 강요했다.…결과적으로 진실보도란 언론의 기본적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책한다."

일종의 자성인 셈이다. 침묵하는 것보다 낫지만 칭찬할 생각도 없다. 언론이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설을 통해 반성하지 않는 신문은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충분히 자유로워진 것인가 묻고 싶어진다. 한 99학번 후배는 이번에 광주에 갔다가 당시 언론보도가 왜곡됐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한다. 이 친구가 그 이후 보도 실상과 언론의 자성을 찾아보려면 또다시 한참이 걸릴 것이다.

한 광주지역 신문사 기자는 "5월만 되면 시리즈를 시작하고, 취재팀에 합류하는 기자들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고충과 함께 암매장 확인을 비롯한 진실규명, 5월정신의 전국화 등 여전히 언론이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말로 들렸다.

더 이상 새로운 건 없고 이제 해마다 의무 방어전 치를 일만 남은 것인가. 혹 80년 신군부가 광주학살에 대한 미국의 묵인을 받아 내기 위해 미모의 로비스트를 고용했다는 건수라도 잡힌다면 그때야 또 떼거리로 몰려들지 모르겠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