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발언 논란

취재보도 부문



   
 
   
 
검사와 변호사를 비하하는 듯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사건’이 될 줄 몰랐다. 공식 석상이 아니라 제 식구 법관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더욱 그랬다. 전임 대법원장들과 다른, 이 대법원장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화법이 빚은 일회성 해프닝으로 여겼다.

며칠 뒤 범상치 않은 발언이 또 전해졌다.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싶었다. 팀장과 협의를 거쳐 적극 기사화하기로 했다. 다음날 1면을 장식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대법원장의 수위 높은 발언은 이후에도 몇 차례 거듭됐다. 검찰과 변호사단체가 반발하기에 이르렀다.

한발 늦게 뛰어든 일부 언론은 감정싸움으로 보도했다. 사건이 변질되는 것 같았다. 결자해지. ‘대법원장이 왜 그랬을까’라는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이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집단 간 소모적인 다툼이 아닌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졌으면 싶었다. 생소하고 다소 어렵지만 독자들에게 다툼의 본질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렇게 해서 공판중심주의가 전면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후 이 대법원장은 일련의 발언을 사과하면서 말실수였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국민이 ‘법원이 이런 일을 하는구나’ 알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자는 아직도 이 대법원장의 거친 발언이 단순한 실수였는지, 의도된 발언이었는지 확신이 안선다. 어쨌든 검찰도 공판중심주의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법원과 검찰, 변호사단체가 협력할 때에만 공판중심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사의 방향을 이끌어준 김승일 한국일보 사회부장과 이태규 법조팀장, 함께 고생한 선후배 기자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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