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부문]KBS 이영섭 기자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


   
 
  ▲ KBS 이영섭 기자  
 
KBS 탐사보도팀이 한국 외환은행의 불행한 역사를 되짚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05년 하반기였다. 2003년 10월 외환은행이 투기자본 론스타 펀드에 매각된 이후 외환은행 매각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그러나 논란은 논란 차제로 사라져갈 뿐 누구도 외환은행 매각의 진실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운명적인 직감이 찾아왔다.

200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그렇게 최문호 기자와 나는 외환은행 매각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모든 시간은 3년 전으로 되돌려져 있었다. 3년 전의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청와대, 론스타 그리고 외환은행 등을 하나하나 만나기 시작했다.

매각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가 동시에 수집됐고 다양한 분석과 검증이 이뤄졌다. 외환은행의 당시 자산구조와 회계법인의 실사기준, 재무자문사의 역할,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외환은행 이사회의 의결 과정, 론스타의 비밀 레터, 그리고 매각을 밀어붙인 정부당국의 은밀한 움직임 등도 시간 순으로 정리됐다. 퍼즐을 맞춰갈 수록 외환은행이 투기펀드에 팔려갈 만큼 부실한 은행이 아니었다는 증거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다.

묻혀졌던 진실은 2006년 3월 KBS 스페셜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편을 통해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됐다. 매각의 결정적 근거가 됐던 BIS 비율 6.16%가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산출됐는지, 그럼에도 관계기관 비밀대책회의 등을 통해 외환은행 매각이 얼마나 일사천리로 진행됐는지가 가감 없이 보도됐다. 그리고 국민들은 공분했다. KBS 스페셜 이후에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특종 보도 등으로 지속적인 후속보도가 이뤄졌고 감사원 감사와 대검찰청의 중간 수사결과에서 KBS 탐사보도팀의 보도는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을 풀어낸 당사자임에도 최문호 기자와 나는 기뻐하지 않는다.

수개월에 걸친 취재과정에서 외환은행 매각처럼 국민의 귀와 눈을 멀게 하고 진행된 국부유출과 경제관련 비리가 비단 외환은행 건 하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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