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부문]KBS 이경희 기자
파워엘리트 그들의 병역을…
KBS 이경희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7.02.15 16: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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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이경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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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 전사자 4천8백여 명 가운데 장차관이나 권력층 자녀는 단 한명도 없다.” “지난 97년 병무비리 수사 때 비리가 확인된 정치권 인사 상당수와 재벌들은 수사조차 할 수 없었는데 언론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취재기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꿈속에서 마저 들리던 취재원들의 증언들이다. 답답한 것은 이 말들이 결코 근거 없는 낭설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언론사주 일가 42%, 재벌가 33%, 국회의원 24%, 주로 질병등 신체결함을 사유로 군에 가지 않은 소위 한국사회 고위층의 병역면제율이다.
반면 30년 평균 일반인 면제율은 7.8%.(고위층 면제사유와 연관성이 부족한 학력미달과 생계곤란 제외) 그렇다면 언론사주 일가와 재벌가, 국회의원들은 일반인들보다 더 약골이고 신체결함자들 뿐이라는 말인가?
병역면제와 과정은 물론 사유조차 불분명한 언론사 사주. 허리디스크로 병역을 면제받고도 골프는 싱글실력을 자랑하는 재벌 2세. 국회의원 할 줄 알았으면 아들 국적포기 안 시켰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국회의원. 자식이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너무 슬프다는 국립대 교수.
국가 체제 안에서 권력은 누리면서 가장 기본적인 의무 ‘병역’에서는 당당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파워그룹. 그 중심에는 고위 정치인과 재벌, 언론 사주일가가 있다.
이들은 이렇게 외친다. “대한민국이 불안하다.” 60, 70년대에는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위협 때문에. 80년대에는 마르크스주의에 물든 철없는 대학생들 때문에 지금은 좌파 정권 때문에.
이번 보도로 영예로운 한국기자상을 받았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이들의 허위의식을 낱낱이 벗기고 옳고 그름에 대한 명쾌한 보도를 하고 싶었지만 1년 반동안의 기획과 취재치고는 함량미달이었음을 자인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취재여서 그렇다고 변명하지는 않겠다.
취재기간에 제한없이 배려해 준 회사와 나의 빈자리를 대신 해 준 동료들과 이 상의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